이 기사는 2020년 09월 08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캥거루족은 경제적으로 독립할 때가 되었는데도 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2030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에도 숨겨진 캥거루족이 있다. 바로 그 이름도 생소한 건물관리(FM·Facility Management) 업체다.국내 건물관리 업계의 대표주자인 삼성그룹의 에스원, LG그룹의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현대차그룹의 현대엔지니어링 등은 계열사 오피스와 공장의 시설 관리를 전담하다시피 했다. 에스원은 1963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1975년부터 건물관리 사업을 시작해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지만 여전히 그룹 물량을 바탕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 탓에 일부 대기업 건물관리 계열사에선 사업을 숨기고 싶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룹 의존도를 낮추며 서서히 외부 고객을 늘리기 시작했다. 국내 오피스 시장에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전경련빌딩과 같은 초대형 오피스 공급이 증가하며 건물관리 수요가 꾸준히 늘었고 이에 대기업 건물관리 계열사가 응답했다.
건물관리업계 관계자는 "삼성·LG 외 한화, 포스코 등이 운영하는 건물관리업체도 그룹 발주물량을 지키는 게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외부로 사업을 확대하지 않으면 실적이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치권과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되는 것도 영향을 끼쳤다. 공정거래법상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 이상인 법인일 때만 일감 몰아주기의 제재 대상이어서 모회사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 건물관리 계열사는 규제를 안받지만 선제적으로 영업 전략을 바꿨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최근 LG 계열사 공장관리 현장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이젠 LG디스플레이 파주 공장에 대한 관리를 맡지 않으며 자체 사업 강화에 나섰다. 에스원도 매출처 다변화에 따른 성과를 내고 있다. 에스원은 2014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으로부터 건물관리 사업을 양수해왔는데 이때만 해도 매출 대부분이 삼성 계열사로부터 나왔지만 현재는 약 40%가 외부 고객에게서 발생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코로나19로 인한 근무 환경 변화 대응에도 나서는 모양새다. 비대면 추세에 발맞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건물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방역 사업을 신규로 추가하고 있다. 여러 수주전에 뛰어들다 보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이런 노력은 필수다.
건물을 짓는 것은 2~3년이지만 건물을 활용하는 시간은 수십 년이 훌쩍 넘는다. 그 시간은 당연히 사람이 채운다. 건물관리 업계가 안정적인 모회사 물량에만 의존하며 언제까지 생소한 산업으로 남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채우는 가치 있는 브랜드로 알려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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