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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무형자산 분석]원작 '뮤' 향수에 베팅한 '첫번째 펭귄' 웹젠④적자 회사 구한 IP 확장책…해외 IP 판매로 로열티 매출도 꾸준

서하나 기자공개 2020-09-24 08:19:25

[편집자주]

무형자산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식별 가능한 비화폐성 자산을 말한다. 게임산업에서 IP와 같은 무형자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평가하는 제대로 된 회계 기준이 없어 실제보다 과소계상한 가치만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이 현실이다. 학계에선 핵심무형자산 지표를 도입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간 회계 정보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벨에서 게임사별 무형자산의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2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웹젠을 빼놓고 게임 산업의 지식재산권(IP)을 논하기는 어렵다. 웹젠은 게임사 중 최초로 인기 IP를 확장하는 모험을 해 큰 성공을 거둔 게임사다. 지금에야 인기 IP를 활용하는 전략이 대다수 게임사의 성공 방정식으로 안착했지만, 처음부터 기존 IP를 활용하려는 게임사는 별로 없었다. 자기잠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현재 웹젠은 전체 매출의 최소 80% 이상을 주요 IP 매출로 거두고 있다. 누구보다 일찍 IP의 잠재력을 확인한 만큼 직접 해외로 IP를 수출해 별도의 로열티 매출을 올리는 몇 안되는 게임사기도 하다. 최근엔 대표 IP인 뮤와 R2(Reign of Revolution)를 활용한 신작으로 십수 년 만에 다시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했단 평가다.

웹젠의 대표 IP '뮤 온라인'.

◇김태영 대표, 'IP 확장=성공' 방정식을 만들다

웹젠은 2000년 예림미술고 출신 김남주 전 대표와 조기용, 송길섭 등 동료가 뭉쳐 설립한 게임사다. 이들은 2001년 11월 국내 최초의 FULL 3D MMORPG 뮤 온라인을 출시해 온라인 게임 전성기를 이끌며 돌풍을 일으켰다. 뮤 온라인은 출시 1년 만에 국내 매출 200억원, 2002년 연매출 288억원, 순이익 152억원 등을 거뒀다. 2003년엔 곧바로 중국에 진출해 동시 접속자 38만명, 누적 가입자 1억명 등 기록을 썼다. 비약적 성장세 덕에 2003년 5월 코스닥, 그해 12월 나스닥 상장을 이뤄내며 단숨에 게임업계 신화로 등극했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린 것일까. 2005년을 기점으로 웹젠은 신작 개발 지연과 뮤 온라인 매출 하향세를 겪으며 실적이 고꾸라졌다. 나스닥 자진 철수란 아픔을 겪었고, 2007년 1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국 강도 높은 구조조정마저 시행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웹젠에 구세주처럼 나타난 인물이 바로 2014년 취임한 김태영 대표(사진)다.

1973년생으로 대원외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NHN에 입사하며 게임 산업에 발을 들였다. NHN의 자회사 NHN게임즈에서 전략기획 및 해외사업을 담당하다 NHN게임즈와 웹젠의 통합을 계기로 최고운영책임(COO)을 거쳐 웹젠 대표에 오른다.

김 대표는 웹젠의 가장 큰 자산이 대표작 뮤 온라인의 브랜드 가치라는 믿음 아래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승부수를 띄운다. 당시만 해도 인기 IP 활용 게임을 만들면 기존 게임과 자기잠식(cannibalization)에 빠져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던 시기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기서 한발 나아가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 해외에서 승부를 내겠단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중국에서 전민기적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된 웹젠의 모바일 게임 뮤 오리진은 단숨에 중국 모바일 게임 매출 1위에 오른다. 2015년 4월에는 국내 구글·애플·원스토어 등 3대 앱마켓 1위에 오르며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흥행했다. 그해 웹젠은 창사 이례 최대 실적인 매출 2422억원을 거두며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2014년 734억원과 비교해 1년새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다.

연결기준,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웹젠.

◇무형자산 평가는 부재에도 꾸준한 '로열티' 매출

IP 확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웹젠은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IP를 활용한 게임을 내놓았다. 뮤 이그니션(2016년 10월), 뮤 템페스트(2017년 12월), 뮤 이그니션2(2020년 3월) 등 PC MMORPG를 비롯해 모바일 MMORPG 뮤 오리진2(2018년 6월), HTML5 MMORPG 뮤 온라인 H5(2018년 10월) 등 다양한 플랫폼 게임을 출시해 연이은 성공을 거둔다.

이처럼 누구보다 IP의 가치를 잘 아는 웹젠이지만 뮤, R2 등 대표 IP의 가치를 별도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의거한 별도의 기준이 없어서다. 상반기 말 295억원의 무형자산엔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재산권, 영업권, 기타의 영업자산 등이 포함됐다. 이와 별개로 사용권자산 40억원 등도 계상하고 있다. 무형자산과 사용권자산을 모두 합쳐도 총자산 4618억원의 약 7.2%에 불과해 IP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웹젠의 매출을 통해 주요 IP의 존재감은 대략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2019년 뮤 온라인, 뮤 오리진, 뮤 오리진2 등 뮤 IP 게임의 총 매출은 약 1341억원으로 그해 전체 매출의 1761억원의 약 76%를 차지했다. 또 하나의 대표 캐시카우 R2의 2019년 매출은 98억원(6%)이었다. 종합하면 약 82%의 매출이 주요 IP에서 나오고 있다. 2018년과 2017년에도 각각 뮤와 R2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각각 84%, 81%씩을 차지했다.

뮤를 잇는 웹젠의 대표 IP R2는 2006년 10월 출시된 PC MMORPG로 14년간 누적 회원 수 73만, 누적 게임 이용 15억 시간 등을 기록한 장수 게임이다. 웹젠은 뮤의 성공 방정식을 R2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원작의 핵심 콘텐츠와 게임성을 모바일로 이식한 R2M은 8월 25일 출시 1주일 만에 구글 앱 스토어 4위에 안착했다.

연결기준,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웹젠이 전문적인 IP 제휴 사업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단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주요 IP 매출과는 별개로 IP를 해외 게임사에 빌려주는 로열티 매출로만 약 615억원을 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로열티 매출은 약 2408억원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매출로 1953억원을 거뒀음을 고려하면 최근 5년간 로열티 매출로만 연간 매출을 뛰어넘는 수익을 창출했다.

웹젠은 상반기 말 기준 중국 Shanghai Taren Network Technology Co., Ltd, Pin You Technology 대만 등을 비롯한 여러 게임사와 뮤, 뮤 모바일 등 로열티 계약을 맺고 있다. 또 Playpark PTE. Ltd. 등 동남아 게임사 등과도 뮤, 뮤 이그니션 등 게임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이야 PC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옮기는 아이디어가 너무도 당연하지만 이 공식을 처음 실행에 옮긴 뮤 오리진 사례는 당시로선 혁신에 가까운 시도였다. 펭귄이 먹잇감을 구하기 위해선 바다에 과감히 뛰어들어야 하지만, 바다표범과 같은 천적에 잡아먹힐 위험이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가리켜 '첫 번째 펭귄(First Penguin)'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펭귄이 된 웹젠의 베팅은 현재 대다수 게임사가 IP 확장 모델을 차용하는 바탕이 됐다.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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