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전기차충전'4사 되나? 미래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가격 경쟁·충전기 출력 무의미...주유소 인프라와 마케팅 차별화 관건
김서영 기자공개 2020-10-21 10:06:45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9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유 업황 부진을 겪은 정유 4사(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가 미래 연료인 전기에 눈을 돌리면서 ‘전기차 충전’ 4파전에 뛰어들며 미래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현재 가장 앞서가고 있는 곳은 GS칼텍스다. LG전자(운영시스템)와 시그넷이브이(충전기)와 손잡은 GS칼텍스는 올해 10월 기준 주유소 40곳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2022년까지 주유소 160곳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질세라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에쓰오일이 그 뒤를 쫓고 있다.
◇가격 경쟁 없고, 충전기 출력 차이 미미...어느 한 곳이 선점하긴 어려워
전기차 충전 사업에 가장 공들이고 나선 건 현대오일뱅크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중앙제어(충전기 제작), 차지인(운영시스템)과 3자 협약을 맺고 주유소 20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이번 달 중앙제어가 빠지고 차지인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2023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200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SK에너지는 에스트랙픽(충전서비스)과 중앙제어(충전기 제조)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전기차 충전소 29곳을 운영하고 있는 SK에너지는 2023년까지 190곳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현재 주유소 10곳 미만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설비 확대 방안을 알려오진 않았다.
정유 4사 모두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해 뚜렷한 매출을 올리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현재 매출 실적을 올리는 사업이라기보다 미래 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의 성격에 가깝다.
정유 4사가 한꺼번에 전기차 충전 사업으로 체질 변화에 나서며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당장 어느 한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가격 경쟁이 무의미한 탓이 크다. 전기차 충전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 요금은 환경부가 가격을 정한다. 환경부는 지난 7월 특례 할인을 끝마치고 공용 급속 충전료를 1kWh당 173.8원에서 255.7원으로 47% 인상했다. 일부 민간업체의 급속충전기도 환경부 단가에 준하는 가격으로 책정됐다.
대부분의 기업은 원가를 절감해 마진을 남기는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낸다. 전기차 충전료가 정해져 있어 정유사가 전기료 원가를 절감해 마진을 높이기 어렵다.
전기차 충전기 기술도 업체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차 급속충전기 출력은 45~100kW(킬로와트) 수준이다. 중앙제어, 시그넷이브이, 대영채비 급속충전기는 각각 45kW, 100kW, 100kW급 출력을 낸다. 시그넷이브이가 350kW, 대영채비가 200kW 출력의 급속충전기 제품을 생산하지만 현재 300kW급 이상의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모델이 몇 안 된다.
◇주유소 점유율과 차별화된 마케팅 승부수
정유사가 전기차 충전 사업에서 차별점을 내세울 수 있는 건 주유소 인프라와 마케팅·서비스다.
주유소 인프라 경우 정유 4사만의 경쟁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환경부도 공용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전국 충전기 대수는 2만415개로 집계된다. 경기도에 3615대가 설치돼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고, 제주도 2821대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에는 1980대가 설치돼 있다.
결국 정유 4사의 주유소 점유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점유 현황은 SK에너지(3100곳), 현대오일뱅크(2539곳), GS칼텍스(2361곳), 에쓰오일(2154곳) 순이다. 주목할 점은 현대오일뱅크 주유소 점유 순위가 3위(2331곳)에서 2위로 뛰었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수도권에 강점을 갖고 있는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 279곳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키웠다. 현대오일뱅크는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수도권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 및 수소차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유소 점유율에 편차가 줄어들면서 결국 마케팅과 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요가 늘고 있는 전기 화물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유통업체 물류센터용 충전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또 접근성 좋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이나 대형 편의점도 설치 대상으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전기 충전소 네트워크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다양한 요금제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화물차와 택시 운전자에게는 심야 시간 저가 요금제를, 출퇴근 고객에게는 대기 시간 없이 신속한 충전이 가능한 요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롯데렌탈, 카카오모빌리티 등과 협업을 맺고 충전소 뿐만 아니라 렌터카, 전기자전거 등 충전 대상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 최근 현대차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공유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LG화학과는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차량 관리 전문 서비스 업체 6개사(셀세모, 갓차, 루페스, 마지막삼십분, 세차왕, 오토스테이 등)와 제휴를 맺고 차량 관리 통합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 우선 손 세차 출장세차, 셀프세차, 발렛파킹 등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신차 중개, 주차, 전기차 충전 등 관련 분야로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파주 운정 신도시에 구축된 3000평 규모의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셀프 주유기 10대와 LPG 충전기 4대, 터널식 자동 세차기 2대를 설치했다. 전기차 충전설비, 화물차 전용 대형 세차기, 손 세차 서비스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기 설비 추가에 대해 대영채비와 계약 체결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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