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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리포트]현대차, 러시아 GM공장 인수 '10년 믿음' 반영상호간 신뢰…현지공장 2010년부터 가동률 100% 상회

김경태 기자공개 2020-12-28 09:27:04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4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러시아는 현대자동차가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장이다. 전세계적 위기에도 투자를 결정한 '뚝심'으로 현지와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됐다. 러시아 공장은 10년간 생산능력 초과를 버티며 주요 생산거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재한 제너럴모터스(GM) 공장 인수 역시 긴밀한 인연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정의선 회장 체제에서도 견고한 믿음이 여전하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향후 현지에서 입지를 확장하고 유럽시장 공략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정부와 긴밀한 협의, 상호간 신뢰 바탕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Hyundai Motor Manufacturing Rus LLC)은 지난달 초 GM공장 인수 계약을 완료했다고 이달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공장은 GM이 2008년 건립했다. 2015년7월 GM의 해외 사업 축소 결정에 따라 폐쇄된 곳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러시아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상호 신뢰 속에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는 포드와 GM에서 현지 사업을 축소하자 고용 문제, 경제적 파장을 우려했다. 현대차는 작년 6월경 GM공장 인수를 제안받은 뒤 내밀한 사업성 검토를 거쳤다.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분석한 현대차는 매입을 추진했고 약 1년반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러시아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서로를 믿게 된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현대차는 2007년부터 러시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주를 공장 건설지로 최종 결정하는 등 속도를 냈지만 이듬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다. 당시 사내외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왔지만 정몽구 명예회장은 긴 안목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2010년 9월 공장 준공식에 푸틴 대통령(당시 총리)이 직접 참석하기도 하는 등 러시아 정계에서도 현대차에 큰 관심을 보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투자를 결정한 현대차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지에서 현대차를 '의리의 한국기업'으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2014년에도 있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러시아를 제재 대상으로 삼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GM을 비롯한 완성차들이 러시아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공장 '풀 가동'을 이어갔다. 신차도 공격적으로 투입했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8월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침체에 빠진 러시아시장에 기회가 다시 올 것"이라며 임직원에 철저한 준비 태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GM공장 거래는 과거부터 쌓아온 러시아 정부와 현대차그룹의 신뢰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에서도 견고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이번 인수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의 해외 공장을 인수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HMMR, 10년간 생산능력 포화 견딘 '효자'

현대차의 GM공장 인수는 현지 정부와의 인연, 신뢰 속에 이뤄졌지만 이런 부분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무리 우호적인 관계라 하더라도 사업성이 없다면 대규모 금액을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기에 탄생한 HMMR이 거둔 성과를 보면 현대차의 GM공장 인수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지의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러시아공장은 탄생하자마자 성과를 거뒀다. 설립 이듬해인 2011년 가동률은 120.9%에 달했다. 2012년 생산능력을 연 20만대로 증대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대에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가동률이 매년 100%를 상회했다.

출처: 공시, 기준: 누적, 단위: 대, %

여러 위기를 견뎌낸 러시아 공장의 '내공'은 코로나19 위기에 더 빛났다.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셧다운이 이어지고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면서 대부분 공장의 가동률이 하락했다. 반면 러시아 공장은 현지 정부의 셧다운 최소화 기조에 힘입어 쉼없이 공장이 돌아갔다.

러시아 공장의 가동률은 올 1분기부터 현대차 글로벌 공장 중 1위를 유지했다. 2분기 누적으로는 92.3%로 하락했지만 3분기에 103.0%로 곧바로 반전을 이뤘다. 현대차 생산거점 중 압도적 1위다.

예년처럼 10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면서 HMMR의 실적도 선전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9573억원, 영업이익은 362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는 감소한 수치이지만 코로나19로 손실이 발생한 해외법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러시아공장은 현지 내수 물량을 책임지는 것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 공급하는 중책도 맡고 있다. HMMR은 올 11월까지 19만5116대를 팔았는데 이중 17만7221대가 내수, 1만7845대가 수출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에서는 GM공장 인수를 러시아 시장 입지 확대뿐 아니라 다른 유럽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보기도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GM공장 부지는 아직 어떻게 활용할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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