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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IPO]'규모의 경제' 현금흐름 개선의 비밀거래처 '미지급금 3조' 두배 늘어, 판관비 개선 등 유동성 축적

최은진 기자공개 2021-02-19 08:10:44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8일 13: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준비하며 드러난 쿠팡의 2020년 실적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매출이 전년대비 두배인 13조원대로 늘어났다. 반면 판관비율은 대폭 떨어지면서 수익성도 개선됐다. 특히 영업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 돼 잉여현금흐름 유출 기조가 개선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하지만 미지급금 등이 전년대비 두배가량 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상장을 앞두고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매입비용 지급이 늦춰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은 셀러(Seller)들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납입을 경쟁사보다 상당히 긴 두달 단위로 정산한다.

◇판관비율 5%p 축소, 영업적자 상쇄 효과

쿠팡 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2020년 쿠팡 Inc 및 자회사의 연결재무제표 등이 포함 돼 있다. 쿠팡 Inc는 한국 서울에 본거지를 둔 쿠팡의 지분 100%를 소유한 모기업이다. 쿠팡 Inc는 쿠팡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법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결재무제표 대부분이 쿠팡의 실적으로 봐도 무방하다.

2020년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매출과 수익성이다. 매출이 119억6734만달러로 당시 환율을 반영하면 우리 돈 13조85억원 수준이다. 전년도 달러환산 매출이 62억7326만달러로 환율 환산시 약 7조252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출이 두배가량 늘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외형이 크게 성장했다. 특히 수십조원의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 기존 유통사들이 한해 벌어들이는 매출을 단지 플랫폼 기술 하나로 벌어들였다는 점에 업계는 놀랍다는 평가다. 이커머스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해 냈다.

특히 눈에 띄는 게 있다면 쿠팡의 주전략인 외형확장이 실제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낳았다는 점이다. 쿠팡 Inc의 2020년 영업손실은 5억2773만달러로 한화 기준 5736억원에 달한다. 다만 전년 동기대비 1억1610억달러(한화 1262억원)가량 적자폭이 줄었다는 점은 괄목만한 성과다.

매출액이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요가 몰리면서 마케팅 비용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판관비율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판관비로 지출된 금액은 25억1391만달러로 우리 돈 2조7326억원 규모다. 매출액 대비 판관비율은 21%로 전년도 26.7%와 비교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저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률이 16%로 전년 16.6%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폭 축소는 판관비 절감이 주효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쿠팡 Inc는 증권신고서에 광고비가 줄어든 데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매출원가율이 83.4%로 전년도 83.5%와 비교해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여전히 물류비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쿠팡 Inc는 증권신고서에 매출이 증가하며 물류비 상승으로 원가가 불어났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공급망 규모가 커지고 직매입 전략 등이 효율화를 이루면서 매출원가율을 소폭 개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쿠팡의 규모의 경제 효과는 인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마케팅 비용' 중심의 판관비에서 창출된 셈이다. 실질적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야 할 물류비에선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잉여현금흐름 순유입 임박, 미지급금·미지급비용 1조 이상 확대

적자폭이 대폭 줄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됐다는 점에 주목된다. 매출이 늘고 기업에 보다 더 원활하게 돈이 돌면서 실질적으로 유입되는 현금흐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얘기다. 설립 후 줄곧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을 나타냈던 기조가 플러스로 전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 Inc가 증권신고서에 공개한 2020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억155만달러로 한화 3278억원가량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3억1184만달러(한화 3605억원) 순유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개선이다.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억8257만달러(한화 1985억원)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전년에 5억2612만달러(한화 6082억원)의 순유출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자규모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쿠팡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흐름 가운데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하고 남은 유동성 출혈 기조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또 다른 시각도 있다. 현금흐름 개선을 단지 규모의 경제 효과로 볼 순 없다는 의견이다. 미지급금과 미지급비용이 두배 이상 늘었다는 점은 쿠팡이 셀러 등에게 지급해야 할 대금지금을 늦추면서 현금흐름을 개선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2020년 쿠팡 Inc의 연결 재무제표를 보면 미지급금이 29억792만달러(한화 3조1609억원) 정도로 계산된다. 전년 미지급금이 15억9051만달러(한화 1조8386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미지급비용은 1억1561만달러(한화 1257억원)이다. 전년 6050만달러(한화 699억원)에 비해 역시 두배 늘어났다.

미지급 비용 등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가감항목으로 포함되는 만큼 유동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다. 매출이 대폭 늘어나면서 매입비용도 함께 늘어났다 하더라도 예년대비 증가율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지나치게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쿠팡은 다른 이커머스 사업자가 익일 정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과 달리 두달 단위로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매달 거래액이 2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 대비 수천억원의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는 셈이다. 지난해에도 일시적으로 대금지급이 늦춰지면서 일부 셀러들의 항의 글들이 인터넷상에 떠돌기도 했다. 국회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대금지급 지연금지법'을 논의 중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대금지급 지연은 이미 수년 전부터 얘기가 나오던 사안"이라며 "지난해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된 데에도 이 같은 전략이 빛을 발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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