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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만든 의외의 'ESG 메기효과'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21-03-11 08:22:1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0일 07:5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유통시장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건 비단 60조원에 달하는 몸값 때문만은 아니다. 모호한 국적 논란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노동이슈까지, 여태껏 본적 없는 사업을 펼치는 기린아에게 차가운 눈총은 필연적으로 따르는 불편한 관심이다.

그렇다고 쿠팡이 안고 있는 논란들이 가벼운 건 아니다. 지금이 아니라 언제라도 당연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이미 쿠팡은 존재감 약한 벤처기업도, 단순한 구조의 유통회사도 아니다. 명실공히 국내 최대규모의 '유통공룡'이 되면서 기존 유통 대그룹 이상의 강한 파급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제 막 업력 10년 된 쿠팡에 선진화 시스템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상장을 앞두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복지정책 등 내규를 정비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대규모 채용을 연이어 진행한다는 건 그만큼 갖춰야 할 인프라가 산적해 있다는 걸 의미한다.

갑작스런 급성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어 터지는 사건사고나 논란은 꽤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예상 외로 일련의 위기를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해 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위기대처전략의 중심에는 과감성이 있다. 물류의 내재화, 택배기사의 정규직 전환, 배송 및 계약직원에 대한 스톡옵션 복지정책 등은 동종업계선 단 한번도 시도된 적 없는 새로운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투자와 수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부수적으로 따른다.

지배구조 측면에선 비상장사이지만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감사위원회를 도입하면서 여느 대그룹 못지않은 이사회 구색도 갖췄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조금씩 진화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쿠팡의 이 같은 전략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맥이 닿는다. 미국 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친환경이나 노동정책 등을 꽤 심도있게 다루며 ESG 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ESG 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는 미국시장에서나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는 한국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비자발적으로나마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흥미로운 건 쿠팡의 이러한 몸부림이 의외의 나비효과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이 안고있는 문제들이 유통 및 물류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라는 점을 감안할 때 업계 공통된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존 유통 대그룹에 있어 ESG 경영은 역시 따라가야 할 대세이자 트렌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간 ESG에 관심도 두지 않았던 유통기업들이 갑작스레 ESG를 경영화두로 선포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IR 자료 한장 내놓지 않을 만큼 외부시선에 무신경 하던 유통기업들이 수십여년 쌓은 구태를 단절하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 쿠팡이 쏘아올린 의외의 메기효과가 보수적인 유통기업의 진화를 이끌어낸 셈이다. 조용하기만 하던 유통업계가 분주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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