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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의 경제학]위기를 기회로 바꾼 최태원, 삼성에 주는 시사점③두차례 사면 후 ESG경영 선두주자로, 사업성과·지배구조 획기적 변화

김혜란 기자공개 2021-06-16 08:23:51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고개를 들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권 말기 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논란은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그간 사면 조치를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의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4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일 4대그룹 대표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요청한 것은 '격세지감'을 떠올리게 했다. 최 회장 역시 과거 사면복권을 받아 경영에 복귀했고 현재는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까지 올랐다.

SK그룹은 총수 사면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보였던 곳이다. 기업 지배구조가 대폭 개편됐으며 누구보다 발 빠르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이뤄 '사회적 가치' 경영의 선두주자로 거듭났다.

최 회장은 4대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경제계를 대표하는 얼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올랐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경제외교'의 주역으로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최 회장이 걸어온 궤적은 총수가 영어의 몸이 된 삼성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008·2015년 두 차례 특사…"모범적 지배구조" 다짐 현실로

최 회장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과 더불어 두 번의 사면을 받은 재벌 총수다. 처음 구속수감된 건 2003년이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K㈜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부당 내부거래, SK글로벌 분식회계 등 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룹 오너가 구속되자 이를 약점 잡아 사모펀드(PEF) 운용사 소버린이 경영권을 공격해왔다. 소버린은 SK㈜ 지분 14.99%를 기습 매입해 최대주주에 오른 뒤 최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이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SK그룹 주가가 폭락했고 그룹 전체가 휘청거렸다.

최 회장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수감생활 7개월 만에 풀려났다. 출소 즉시 경영에 복귀해 소버린의 위협을 방어하는데 매진했다. 최선의 방어책은 지배구조의 환골탈태였다. 최 회장은 2004년 주요 사내이사 퇴진, 사외이사 비중 70% 확대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구속 직후 2년간 이어진 소버린의 경영권 흔들기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은 지배구조 전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총수가 구속되는 불행한 사태가 오히려 그룹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월 경기 이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6 팹 준공식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2007년에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일단락 지으며 비판의 대상이었던 순환출자 구조를 털어냈다. 첫 번째 사면 복권은 그 이듬해에 이뤄졌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를 앞세워 최 회장을 특별 사면했다.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선 행보는 이어졌다. 2012년 최 회장은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표면적으론 경영에서 물러나 해외 인맥을 관리하거나 차세대 먹거리 개발 등 그룹의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는 구상이었다.

◇사면 후 대형 M&A 주도…재계 맏형, 경제외교 전면에

최 회장은 2003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된 지 10년 만인 2013년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또다시 구속됐고 징역 4년형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할 때까지 2년 7개월 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최 회장 입장에선 두 번이나 사면을 받은 만큼 무너진 리더십을 회복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최대 과제였다. 미완이었던 지배구조의 개편도 이뤄졌다. 옥상옥으로 비판 받았던 SK C&C를 SK㈜와 합병하면서 지주사 체제를 완성했다.

통 큰 투자도 단행했다. 2024년까지 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 등에 4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시점은 최 회장이 두 번째 수감되기 전인 2012년 초다. 최 회장의 두 번째 구속으로 빚어진 총수 부재 상황에서 SK그룹의 해외시장 진출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유보됐다.


특별사면을 받아 경영에 복귀한 이후 SK그룹은 다시 투자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2015년 11월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를 시작으로 2017년엔 SK실트론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반도체 사업을 키워나갔다. 같은 해 SK하이닉스의 4조원 규모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투자를 성사시키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2018년엔 SK텔레콤이 ADT캡스를 약 2조97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구조 재편을 주도하는 한편 경영 개선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부정적 여론을 딛고 경영에 복귀한 만큼 상생, 사회환원, 국가경제 기여 등을 키워드로 ESG 경영 패러다임을 본격화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계속 해나갔다.

2017년 주요 관계사 정관을 개정해 '이윤'을 빼고 '사회적 가치(Social Value·SV)'를 반영, SV를 경영의 기준을 삼기로 한 것이 그 성과 중 하나였다. 고 최종현 창업주의 경영 이념은 '이윤 극대화를 통한 영구 존속과 발전'이었다. 최 회장은 정관에서 이윤창출을 빼고 '행복추구'와 '사회적 가치'를 넣었다. 38년 만의 변화였다.

최 회장은 올해 초 대한상의 회장까지 맡으며 재계의 거두로 거듭났다. 회사도 몸집을 크게 키웠다. 2000년대 초 재계 순위 5위였던 SK는 계열사 수 148개, 공정자산총액 240조원의 3위로 뛰어올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은 구속 사태 전후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배구조와 경영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며 "SK의 경우 총수리스크가 오히려 변화의 계기가 된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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