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의 경제학]CAPEX로 본 기업인 사면, '유의미한' 효과 있었다①사면복권·경영복귀 후 투자확대, 지속가능성은 의문부호
원충희 기자공개 2021-06-14 07:00:24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이 고개를 들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권 말기 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기업인 사면 논란은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더벨은 그간 사면 조치를 받은 기업인들의 전후 행보를 통해 재벌 사면의 경제·산업적 효용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9일 09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과거 전제군주 시절의 유산으로 꼽힌다. 삼권분립이 확립된 현 공화정 체제에서 사법부의 절차를 밟아 형이 확정된 자의 죄를 모두 없애 버린다는 것은 사법권을 넘어서는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재벌 총수의 사면을 둘러싸고 주기적으로 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정권이 대기업 총수 사면을 단행하면 이들은 화답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됐다. 일각에선 사면거래라 비판하기도 하나 다른 측에선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기업인 사면이 경제·산업적으로 효용성이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된 게 없다. 사면 결정에 정치적 요인이 강하게 반영되는 탓에 이를 측정할 만한 객관적인 지표도 부재했다. 다만 불충분하더라도 설비투자, 무형자산 취득 등 연간 투자규모를 담고 있는 자본적지출(CAPEX) 지표를 살펴보면 유의미한 효과는 검증된다.

◇30대그룹 총수 13명, 복역 중 사면은 최태원·이재현 뿐
지난 20년간 실형선고를 받았던 30대 그룹 총수들 가운데 13명이 사면혜택을 받았다. 대부분 구속형에 집행유예 조치가 내려졌고 사면을 통해 형 집행을 중단했다. 사면받은 재벌 총수들 가운데 상당수는 집행유예 상태에서 사면을 받았다. 실제 복역을 하던 중 사면돼 풀려난 총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도다.
2008년 8월 정몽구 회장(현 명예회장)은 횡령 비자금 조성 형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8.15 특사를 통해 사면을 받은 뒤 현대차그룹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신발전 전략'을 내놨다.
그 해 11조원을 설비와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4500명을 채용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CAPEX를 추이를 보면 연간 4조원대 수준에서 2007년에 5조원대, 2008년에 6조원대로 뛰었다가 2010년부터 다시 2조~3조원대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였다. 사면을 전후해 CAPEX 투자가 대거 늘어난 것이다.
기업의 투자계획은 경영목표와 경기에 따라 사이클이 있으나 당시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과감한 행보였다.
2014년 2월 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2015년 8.15 특사를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통 큰 투자로 화답했다. 그 해 9월 SK하이닉스는 2015년부터 향후 10년(2025년)간 4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장비 및 건물 유지보수 등에 필요한 경상투자를 뺀 금액이다. 2012~2013년 3조원이었던 SK하이닉스의 CAPEX는 최 회장이 사면된 2014년에는 5조원대로 뛰었고 2018년에는 10조원대를 넘었다. 이 같은 기류는 작년까지 지속되고 있다.
물론 이런 투자흐름이 모두 최 회장의 사면과 연관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SK그룹이 하이닉스를 인수한 게 2012년 2월이었던 만큼 투자규모가 당연히 늘 수밖에 없던 시점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조 단위 투자가 필요한데다 당시 SK하이닉스는 그룹에 편입된 후 턴어라운드가 가속화되면서 투자를 계속해야 하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사면을 받은 재벌 총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2015년 12월 조세포탈,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그는 2016년 8.15 특사로 풀려났다. 2017년 5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그레이트 CJ' 구호를 발표하면서 공격적인 확장 계획을 펼쳐 존재감을 뽐냈다.
2016년 1조6000억원대였던 CJ㈜의 CAPEX는 2017년 1조9000억원, 2018년 2조8000억원으로 급증하더니 2019년부터는 3조원대를 돌파했다. 다만 작년에는 1조9000억원대로 다시 줄었다. 지주사 CJ를 비롯해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등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투자기조가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그레이트CJ 비전 달성을 잠시 미뤄두고 내실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으로 선회한 셈이다.
◇고용창출·지역경제 활력 효과 有, 사면거래 우려도
민간기업의 대대적인 국내 투자는 낙수효과를 유발해 고용창출과 경제활력 제고로 이어진다. 2008년 정몽구 회장이 사면 받은 후 발표한 투자계획에는 현대제철의 친환경 일관제철소 건설도 있었다. 완공 때까지 월평균 15만4000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2010년 완공 후에는 5400명의 현장근무자 등 총 8만명가량의 직·간접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됐다.
2015년 최태원 회장이 풀려난 후 SK하이닉스가 발표한 46조원 투자계획은 이천과 청주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15조원이 투입된 이천 반도체 공장 M14 생산라인에서 발생할 매출이 국민경제에 55조원의 생산유발, 21만명의 고용창출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했다.
지역경제에는 5조1000억원의 생산유발, 5만9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전망됐다. 이천과 청주에 2개의 추가 생산라인이 건설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총 160조원, 고용창출은 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총수의 사면전후 시점으로 투자확대와 이에 따른 고용창출, 지역경제 파급력에서 유의미한 효과는 있었다. 다만 기업의 CAPEX 전략은 결국 경제상황, 경영목표 등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오너 사면에 따른 투자확대는 지속가능성을 갖추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권은 임기 내에 가시적 경제성과를 보이기 위해 사면카드를 활용하고 기업인은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회로 본다"며 "재벌 총수 사면논란은 이런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항상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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