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SK네트웍스 지배구조 공든탑, 오너 리스크로 '흔들'⑥최신원 회장 구속 여파 ESG 평가 통합 A+→A로 '강등'
김서영 기자공개 2021-06-21 16:06:49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ESG 경영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면서 SK네트웍스의 지배구조 개선에 브레이크를 걸게 됐다.SK네트웍스는 ESG 평가에 있어 SK그룹 내 선두주자로 꼽혔다. 지난해 SK그룹에서 SK㈜와 함께 ESG 통합등급 A+를 기록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공들인 결과였다. 그러나 올해 지배구조 부문 등급이 A로 강등됐다. 오너 리스크를 방지할 수 있는 내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신원 회장, 대표이사·등기이사직 '유지'...구속 후 보수 '지급중단'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SK네트웍스, SKC, SK텔레시스 등에서 2235억원을 배임 및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SK네트웍스는 최 회장에 대해 별다른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회장직과 등기이사, 사내이사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형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구속기소가 되는 경우 해당 임원을 등기이사에서 사임해 미등기이사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4년 배임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가 확정되자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2015년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임기만료로 등기이사 자리에서 내려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은 올해 1분기 구속 시점인 2월까지 보수를 받았다"며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밝힌 대로 구속 이후부터는 보수 지급을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혐의가 불거진 지난해 10월부터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 의장도 SK네트웍스의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조 의장은 이사회 내 소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인사위원회 구성원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지배구조 부문 담당자는 "법의 위반이나 기업가치 훼손에 영향을 미칠만한 혐의가 있는지, 그리고 결과적으로 형 선고가 확정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다만 기업가치 훼손이 형 선고 이전에라도 명확하게 드러났고, 그럼에도 자리를 유지한다면 지배구조 평가에 있어 확실한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SK네트웍스는 ESG 평가에 있어 재계 모범생으로 꼽혔다. 2019년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으로부터 최우수 ESG 기업으로 선정돼 상까지 받았다.
ESG 평가에 있어 SK네트웍스의 강점은 지배구조(G) 부문이었다. SK네트웍스는 2018년 지배구조 부문에서 B+를 받았다. 이듬해 진행한 ESG 평가에서 A+를 받으며 단숨에 두 계단 상승했다. A+등급은 최고 등급인 S등급 다음으로 높은 등급이다. 지난해에도 A+를 받으며 2년 연속 지배구조 부문 A+ 성적을 유지했다. S등급을 부여받은 곳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 등급인 셈이다.
SK네트웍스 2016년 정관을 개정해 선제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제35조2항을 통해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명시했다. 최 회장이 SK네트웍스 회장직을 맡았던 2016년부터 이사회 의장은 기타비상무이사인 조 의장이 맡았다.
나아가 2019년부터는 이사회 의장에 외부 인사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독립성을 높였다. 이사회 의장은 2019년 허용석 삼일회계법인 고문이 선임됐다. 지난해에는 하영원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가 의장으로 선임됐고, 올해 연임에 성공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SK네트웍스는 오너 리스크를 맞닥뜨리면서 3년 연속 지배구조 부문 A+등급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초 SK네트웍스의 지배구조 부문 평가 등급은 A+였다. 그러나 최 회장이 구속기소되자 KCGS는 2차 등급 조정을 통해 평가 등급을 A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이에 따라 통합등급 역시 기존 A+에서 A로 낮아졌다. SK네트웍스는 환경(E)과 사회책임(S) 부문에서 각각 B+과 A+등급을 받았다.
SK네트웍스는 오너 리스크에 대한 대책으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인사위원회'로 확대 재편했다.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는 기존 사추위의 역할에 최고경영책임자(CEO) 및 주요 경영진에 대한 인사와 평가, 보상, 심의 등의 권한을 추가로 부여한 것이다.
인사위원회는 사내이사 1인(박상규), 기타비상무이사 1인(조대식), 사외이사 3인(임호·하영원·이문영) 등 모두 5인으로 구성됐다. 인사위원회 위원장은 사외이사인 임호 홍익대 지식재산법 교수가 맡았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에 기업가치를 훼손한 임원의 선임을 방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네트웍스의 지난해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기업가치 훼손한 임원으로 3명이 지목됐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 그리고 조 의장이다.
앞선 KCGS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에 대해 내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가장 권장한다"라며 "무엇보다 사법 리스크 당사자가 스스로 혐의를 벗을 때까지 자리에서 물러나 있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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