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시스템 점검]금융사-비금융기업 투명성 가른 '금융사지배구조법'⑩사외이사 후보군 관리·추천경로 요구…거래소 "지배구조보고서에 관련 내용 포함 검토할 것"
이우찬 기자공개 2021-07-08 11:29:10
[편집자주]
기업경영 감독,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추천·선임되는지는 기업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후보군 관리, 추천 경로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비금융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6일 14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부 비금융 대기업이 사외이사 후보군 규모를 공개하는 등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의 절차적 투명성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의무가 없다보니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현황, 추천 경로 공개 등 후보 시스템과 관련된 정보 제공은 기업의 자발적 선택에 달린 상황이다.반면 금융기업들은 사외이사 후보군 규모를 산업별로 나누어 공개하고, 후보추천 경로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개한다. 비금융과 금융기업의 이 같은 차이를 가르는 것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비금융보다 공공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금융기업들에 대해 엄격한 지배구조 현황 공개를 의무로 부과하고 있다.
2015년 7월 제정돼 2016년 8월부터 시행 중인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임원의 자격요건, 이사회의 구성·운영, 내부통제제도 등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한다.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기하고, 예금자, 투자자, 보험계약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목적이다.
행정규칙인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이하 감독규정)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위임한 사항 등을 규정한다. 사외이사후보추천 관련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특징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사회 내 필수위원회 설치,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사외이사 후보 추천경로다.
금융회사들은 이사회 산하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사외이사, 대표이사, 대표집행임원, 감사위원 추천) △감사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 4개 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비금융 기업의 경우 상법은 자산 2조원(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장사에 한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만 부과한다.
필수 설치 위원회가 많다 보니 금융회사들의 이사회 규모는 통상 비금융 기업보다 큰 편이다. 특히 사외이사 선임 요구가 많아 사외이사 후보군을 상시로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책임연구원은 "금융회사는 금융사지배구조법상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위원회가 많아 더 많은 사외이사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사외이사 풀 관리가 중요하다"며 "비금융 기업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사외이사 후보 풀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를 보면 사외이사 규모는 비금융 기업보다 큰 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이사 9명 중 8명이 사외이사다. 이사회 내에는 8개의 위원회가 있다. KB금융지주도 이사 9명 중 7명이 사외이사다. 이사회 내 8개 위원회가 있다.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가 많아 사외이사 선임 수요가 상시로 꾸준히 발생한다.
비금융 기업에서 사외이사 규모가 큰 곳은 포스코와 현대차가 꼽힌다. 포스코는 12명의 이사 중 7명이 사외이사, 현대자는 11명의 이사 중 6명이 사외이사다. 포스코는 6개 위원회, 현대차는 4개 위원회를 운영한다. SK㈜는 사외이사 5명, 4개 위원회, ㈜LG는 사외이사 4명, 3개 위원회를 운영한다. 주요 기업들의 경우 ESG 이슈 관리를 위해 ESG위원회를 설치하면서 최근 위원회가 늘어났다.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현황, 후보추천 경로는 감독규정을 따른다. 감독규정 5조5항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현황을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금융회사의 연차보고서는 비금융 기업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격이다.
금융권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금융투자협회의 금융사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작성기준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경로에 대한 지침, 작성기준을 예시로 들며 공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후보군 현황, 후보추천 경로를 공개한다. KB금융지주는 금융, 경영, 재무·리스크관리, 법률·규제 등 분야별로 나눠 사외이사 후보군을 관리한다.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도 분야별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축하고 있다. 후보 추천경로는 외부 자문기관, 사외이사, 사내이사, 지원부서 등이다.
KB금융지주는 2020년 연차보고서에서 외부 전문기관, APG Asset Management Asia(주주) 등 구체적인 기관의 명칭까지 공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외부 자문기관(Search Firm), 사외이사 지원부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 등으로 세분해 최초 후보군 편입 경로를 밝히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후보군 편입시 제안자, 최초 선임 시 후보제안자를 밝힌다.
이처럼 금융사들은 금융사지배구조법, 감독규정이 법적 의무로 부과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축·관리하며 구체적인 후보추천 경로도 밝히고 있다.
반면 비금융 기업은 이 같은 의무 규정이 없다. 한국거래소가 제정하는 비금융기업 대상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연결기준 자산 2조원 상장사가 대상이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라 한국거래소가 제정하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니다 보니 사외이사 후보 풀 관리, 후보 추천 경로 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후보추천 사유, 후보 상세 이력, 독립성 확인 내용, 겸직 현황 등을 예시로 사외이사후보 추천의 독립성, 공정성을 요구한다.
비금융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 모범규준도 사외이사후보군 관리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후보추천 경로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법으로 규제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보다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비금융기업도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 추천경로 등을 지배구조보고서 양식에 포함하는 부분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후보군 관리는 사외이사 독립성 제고 등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비금융 대기업 중심으로 자발적 공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현오 서스틴베스트 책임투자전략팀장은 "사외이사 후보 풀을 활용하는 것은 사외이사 독립성, 전문성을 제고하고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청약증거금 2조 몰린 쎄크, 공모청약 흥행 '28일 상장'
- [영상/Red&Blue]겹경사 대한항공, 아쉬운 주가
- [i-point]모아라이프플러스, 충북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 체결
- [i-point]폴라리스오피스, KT클라우드 ‘AI Foundry' 파트너로 참여
- [i-point]고영, 용인시와 지연역계 진로교육 업무협약
- [i-point]DS단석, 1분기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
- [피스피스스튜디오 IPO]안정적 지배구조, 공모 부담요소 줄였다
- 한국은행, 관세 전쟁에 손발 묶였다…5월에 쏠리는 눈
- [보험사 CSM 점검]현대해상, 가정 변경 충격 속 뚜렷한 신계약 '질적 성과'
- [8대 카드사 지각변동]신한카드, 굳건한 비카드 강자…롯데·BC 성장세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