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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다시 화학]지주사 위 AKIS, '옥상옥' 구조 언제 벗어날까④지주사 체제 밖 'AKIS'...결국 자금력이 관건

조은아 기자공개 2021-08-20 07:50:42

[편집자주]

애경그룹이 애경유화·에이케이켐텍·애경화학 등 화학3사를 통합하기로 했다. 별다른 움직임 없이 그룹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화학사업이 그룹 전면에 나선다. 왜 다시 화학을 선택했을까. 애경그룹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경그룹의 지배구조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가 바로 에이케이아이에스(AKIS)다. 애경그룹이 2012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음에도 여전히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미완성인 이유도 바로 AKIS에서 찾을 수 있다.

AK홀딩스는 애경그룹의 지주사이지만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있지 않다. 오너 개인회사인 비상장사 AKIS가 AK홀딩스 위에 위치하는 이른바 '옥상옥' 구조다. 애경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부터 옥상옥 구조를 지적받았지만 신사업 진출, 지주사의 지배력 강화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애경그룹이 화학 3사의 통합법인 ‘애경케미칼’ 출범을 계기로 지배구조 전반을 다시 가다듬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AKIS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정리하든 막대한 자금이 수반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과거 애경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계열사를 지주사로 삼을지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애경유화와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회사가 바로 AKIS의 전신인 애경유지공업이다. 애경유지공업이 당시 10곳에 이르는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애경유지공업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데도 더 유리했다. 그러나 그룹 최고위층의 의중에 따라 애경유화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에 나섰고, 애경유지공업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면서도 지주사 체제 밖에 위치하는 기형적 구조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은 2018년 IT서비스 계열사인 AKIS와 합병하면서 간판을 AKIS로 바꿔달았다. 현재 애경그룹의 통합 전산시스템 운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으며 AK플라자를 비롯해 백화점과 쇼핑몰을 운영한다.

최대주주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50.33%)이고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20.66%)과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13.23%),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10.15%) 등 장영신 회장의 3남1녀가 모두 지분을 들고 있다. 장영신 회장의 지분율은 5.63%다.


AKIS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옥상옥 구조는 지주사 체제 도입 취지와 어긋난다는 점에서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지주사 체제의 도입 목적은 기업 소유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하게 만드는 데 있다. 정부는 여러 가지 세금 혜택을 부여하며 지주사 전환을 장려하고 있다.

지주사 위에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다른 회사가 있게 되면 오너일가는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이 문제가 되면서 옥상옥 구조였던 SK그룹은 2015년 지주사 SK㈜를 지배했던 SK C&C를 SK㈜와 합병했다.

두 번째는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애경그룹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며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됐다.

AKIS는 매년 매출의 상당 부분을 내부거래로 채워왔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69.7%)보다도 더 증가한 79.4%로 나타났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도 위법 행위가 없으면 제재를 받지 않지만 매번 이름이 오르내리고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업계는 애경그룹이 AKIS를 정리해 추가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론되는 시나리오도 여럿이다. 다만 어느 방법을 쓰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SK그룹이 SK㈜와 SK C&C를 합병했듯이 AKIS 역시 애경유지공업 시절부터 AK홀딩스와 합병할 가능성이 꾸준히 점쳐졌다. 다만 AKIS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100%라는 점에서 합병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놓고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AKIS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AK홀딩스와 합치는 방안도 있다. 분할 이후 사업회사의 오너일가 지분율도 유지되기 때문에 향후 주식 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AKIS 주식을 AK홀딩스로 넘기고 대신 AK홀딩스 지분을 받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주식 스와프다. AKIS를 지주사 체제 안으로 편입시키는 동시에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단번에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 갖고 있는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 문제다.

지주사 체제에 들어오려면 자회사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손자회사의 최대주주는 자회사여야 한다. 이와 동시에 자회사와 손자회사 모두 상장사 20%, 비상장사 40%의 지분율도 각각 충족시켜야 한다. 또 자회사는 손자회사 외에 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AKIS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해야 한다.

AKIS는 현재 계열사 가운데 애경개발 31.47%, 애경산업 18.05%, 에이케이에스앤디 19.91%, AK홀딩스 10.37%, 제주항공 1.6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 상당수를 AK홀딩스에 넘겨야 하는데 그러기엔 AK홀딩스의 자금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AK홀딩스는 순수 지주회사로 자회사로 받는 배당수익이 주수입이다. 이 때문에 자체 보유한 현금규모가 크지 않다. AK홀딩스의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47억원에 그친다. 반면 AK홀딩스가 1년 이내에 갚아야할 차입금은 1436억원이다. 2018년 399억원에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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