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퇴직연금 이탈 고육지책 'ETF 신탁' 신한은행 연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 신탁 추가…하나은행 추가채용 나서
이돈섭 기자공개 2021-09-13 07:12:51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 신탁을 추가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늦어도 연내 해당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하나은행은 ETF 시장 대응을 위해 이 분야 경력직 채용 절차에 착수했다.
은행업권은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실시간 ETF 매매 시스템 구축 작업을 오랜 기간 추진해 왔다. 가입자가 ETF 매매를 은행 창구에서 지시하면 해당 은행 제휴 증권사 계좌에서 매매가 대신 집행되는 방식이다. 증권사 주식중개 시스템을 은행 전산에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입장은 부정적이었다. ETF 시세를 제공하고 지시를 받아 운용하는 것은 위탁매매 업무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위탁매매 업무는 현행법상 신탁업자인 은행 투자중개 업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투자매매·중개업자로 분류되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해석이다.

문제는 ETF 신탁의 경우 실시간 매매가 어렵다는 것. 투자자가 매매를 지시하면 그로부터 몇시간 뒤 주문이 들어가 매매가 체결된다. 신한은행이 현재 고안하고 있는 퇴직연금 ETF 신탁의 경우 투자자 매매 지시부터 실제 매매 주문까지 2시간 가량 소요된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ETF 투자는 실시간 거래로 환금성을 높이려고 하는 건데, 신탁 형식이라면 매력이 떨어진다"며 "최근 국내외 증시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ETF 인기가 높아졌지만, 은행이 ETF 신탁 규모를 키우고 시장이 빠지면 그 충격은 상당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ETF는 판매 수수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선 신탁 보수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ETF 직접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 이러나저러나 은행 입장에서도 신탁 ETF는 부담스러운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ETF 신탁을 강조하는 이유는 퇴직연금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증권업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56조원. 지난해 말과 비교해 7.6% 증가했다. 은행 적립금은 135조원으로 규모는 월등하지만 증가율은 3.6%에 그쳤다.
수익률 개선 인식이 확대한 결과로, 실적배당형 상품을 주로 진열하고 있는 증권업권이 투자자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최근 증권업권 수수료 인하 조치도 주효했다. 원리금보장형으로 구성돼 있는 확정급여(DB)형 적립금 규모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은행업권 관계자는 "지금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은행 절대 우위 퇴직연금 시장이 증권사로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라며 "당국 입장을 고려할 때 은행이 ETF 시장에 덤벼들긴 어려운 상황인데, 그렇다고 뛰어들지 않을 수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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