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브레인 지주전환 1년]상속세 리스크 현실화, 지분 파는 오너 3세③정지완 회장 손녀, 주식매각·주담대로 167억 마련…정문주 상무 승계방식도 '숙제'
원충희 기자공개 2021-10-07 07:19:38
[편집자주]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혼란에 빠진 그때, 솔브레인은 불산 국산화를 이뤄내 일약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의 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안정화, 후계구도 정립이 진행됐다. 솔브레인홀딩스가 출범한지 1년여가 지난 현재, 그로 인한 변화와 남은 과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살 소녀에게 120억원의 대출이 있는 것은 어떤 사연일까. 일반인들에게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정지완 솔브레인그룹 회장의 손녀에겐 현실이다. 그룹 후계자가 갑작스레 고인이 되면서 남은 유가족은 상속세를 감내하기 위해 거액의 대출과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경영수업에 들어간 정 회장의 딸 정문주 상무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솔브레인그룹은 지난해 7월 투자부문(솔브레인홀딩스)과 제조부문(솔브레인)으로 분할한 뒤 주식교환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인적분할이라 주주들은 솔브레인 지분과 동일한 비중의 홀딩스 지분을 자동적으로 얻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솔브레인 구주를 받고 홀딩스 신주를 발행해 주는 일반공모 현물출자 유상증자 방식이었다.
정 회장은 분할 전 솔브레인 지분 29.64%(230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7.77%(60만4232주)를 제외한 주식을 현물 출자해 홀딩스 지분을 55.89%(1171만6848주)로 늘렸다. 홀딩스는 강화되는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보유(상장사 20%, 비상장사 40%→30%, 50%) 기준에 맞춰 3.02%였던 솔브레인 지분을 공개매수를 통해 31%까지 확대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 회장의 자녀들은 주식교환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 상무의 솔브레인 지분은 2.38% 그대로이며 정작 홀딩스 지분은 현물출자로 인해 2.38%에서 1.09%로 희석됐다. 이와 달리 고인이 된 아들 정석호 이사의 상속자인 정호경 양은 솔브레인과 홀딩스 지분을 각각 2.41%씩 물려받았으나 지금은 2.28%, 0.63%만 남았다. 중도에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다.
정호경 측은 지난해 12월 17일 상속받은 홀딩스 주식 23만2102주 중에서 9만8000주(주당 4만1040원)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했다. 이를 시작으로 28일 1552주(주당 4만5739원), 올 1월 29일 1092주(주당 4만4879.67원), 3월 3일에 100주(주당 4만4350원)를 팔았다. 총 41억원어치다.
아울러 솔브레인 주식도 1700주(5억3000여만원) 처분했다. 전부 합쳐 47억원에 가까운 지분을 매각한 셈이다. 이와 함께 솔브레인 주식 9만4000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12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금리는 2.3%, 담보유지비율은 137.5%다.
2013년생인 정 양 측이 이 같은 거액의 대출과 지분 매각을 진행한 것은 결국 상속세 이슈 때문이다. 고 정석호 이사가 보유한 솔브레인 지분과 인적분할로 확보한 홀딩스 지분, 누나(정문주 상무)와 공동 소유한 '머티리얼즈파크' 지분(59.39%) 등 주식자산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정호경 측이 기초공제(2억원)와 미성년자 공제 등을 받더라도 상속재산이 30억원을 웃도는 만큼 세율은 50%에 이른다. 상속세만 100억원대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부연납을 통해 최대 5년간 6번에 걸쳐 분납할 수 있다.
그간 경영수업을 받던 정 이사의 타계 이후 승계구도 전면에 선 정 상무도 상속 및 증여세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 상무는 아직 지분승계를 받지 못했다. 현재 솔브레인홀딩스는 정 회장(55.89%)과 배우자인 임혜옥씨(14.61%)가 70%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상무는 1.09%에 불과하며 솔브레인 지분 2.38%를 현물 출자해도 홀딩스의 주요주주가 될 정도는 아니다. 정공법으로 상속·증여받을 경우 세금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머티리얼즈파크 등 개인회사를 통한 승계 등을 고민할 만한 상황이 다가오는 것은 시간문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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