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신거버넌스 점검]사외이사 뉴페이스, 캐스팅보트 역할 주목④유진PE 측 이사가 캐스팅 보트 쥘 수도…작년 행장 인선 과정선 이사 간 의견 '접전'
김현정 기자공개 2022-01-26 08:15:25
[편집자주]
우리금융지주가 완전민영화를 이뤘다.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엔 의미있는 지분율을 가진 과점주주가 생겼다. 이들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참여하며 독특한 거버넌스를 만들어냈다. 지난해말 예보의 잔여 지분이 모두 매각되며 우리금융은 6인의 주주추천 사외이사 체제가 다시 완성됐다. 과점주주 체제가 도입됐던 1기가 끝나고 완전민영화 이후 2기 거버넌스가 새로 시작됐다. 변화의 기로에 선 '특별한' 우리금융의 거버넌스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9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 거버넌스 2기 체제의 주인공은 단연코 유진PE다. 작년 말 우리금융에 40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6번째 과점주주로 자리 잡았다.우리금융 거버넌스를 떠받치는 6대 과점주주들이 당면한 가장 큰 이슈는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이다. 작년 초 권광석 우리은행장 연임 당시 사외이사들 간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엔 유진PE 측 사외이사 등 뉴 페이스들이 권 행장의 거취를 결정짓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이사 '증권맨' 신요환, '보험맨' 윤인섭...계열사 확충 시 역할 기대
우리금융의 새로운 6대 과점주주 체제에서 새롭게 진입한 사외이사는 신요환 이사와 윤인섭 이사다. 신요환 이사의 경우 이번에 새 과점주주로 들어온 유진PE가 내세운 인사고, 윤인섭 이사는 기존 과점주주인 푸본생명이 새롭게 추천한 인물이다. 2019년 푸본생명이 우리금융 주주로 참여한 이후 줄곧 첨문악 이사가 푸본생명 측 사외이사를 맡았으나 지난해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3개월 만에 푸본생명 측 자리가 채워지는 셈이다.
2022년 ‘의미있는’ 포트폴리오 확충이 우리금융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새 사외이사들이 각각 ‘증권’과 ‘보험’에 일평생을 바친 인물들이라는 점은 우리금융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올해를 증권사와 보험사 M&A의 원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신요환 이사의 경우 3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신영증권' 한 곳에서 일한 인물이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총무부와 인사부 등 그룹의 살림꾼 부서를 차근히 밟은 뒤 구조화상품(Structured Products)팀, 파생상품본부, 리테일영업본부, 개인고객사업본부 등을 거치며 전문성을 다졌다. 정통 신영맨으로 공채 출신에서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2016년 초부터 2020년 초까지 신영그룹 오너일가인 원종석 신영증권 부회장과 각자대표로 활동했다.
유진PE가 신요환 사외이사를 유진PE 측 인사로 추천한 배경은 유진그룹 오너일가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과 원종석 신영증권 부회장 사이 친분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다. 유창수 부회장과 신요환 사외이사가 고려대 81학번 동기로 증권업계 고려대 인맥으로 이어져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요환 이사는 사회 초년 시절부터 증권사 일선 부서를 다양하게 거치면서 증권업계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유진PE 측 의견을 전달할 인물로 추천됐지만 증권사 인수가 제1의 목표인 우리금융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인사일 것으로 보인다.
윤인섭 사외이사의 경우 저명한 보험업 전문가다. 1984년 교보생명을 시작으로 라이나생명보험, ING생명보험(현 오렌지라이프)에서 일했다. 1995년 ING생보 대표이사에 오른 이후 15년간 다양한 보험사들의 CEO를 맡았다, 그린화재보험(현 MG손해보험), KB생명보험, 하나생명, 하나HSBC생명보험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보험업계의 산 증인으로 통한다.
2018년 말부터는 푸본현대생명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는데 이 자리에서 우리금융과의 인연을 처음 시작했다. 우리카드 지주사 편입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취득한 우리지주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2019년 9월 푸본생명이 블록딜로 지분 4%를 사들였다.
푸본생명이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에 거래가 진전됐고 우리금융을 상대한 인물이 이재원 푸본현대생명 대표이사와 윤인섭 전 의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푸본현대생명의 재무와 운용은 윤인섭 전 의장이 도맡았을 뿐 아니라 대만 측과의 가교 역할도 그의 몫이었다. 당시 그가 우리금융 지분 인수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에는 우리금융 지분 인수 총괄자로, 지금은 우리금융 이사진으로 활동하게 된 만큼 끈끈한 인연이라 할 수 있다.
◇유진PE 속내 ‘궁금’...곧 있을 행장 인선 ‘주목’
현재 우리금융 이사진이 앞둔 가장 큰 의사결정은 ‘행장 인선’이다. 권 행장이 추후 3월 총 2년의 임기를 마친다. 내달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 과점주주들이 모두 자회사추천위원회(자추위)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외이사인 신요섭 이사 역시 자추위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1월 말이나 2월 초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자추위 등 ‘이사회내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권 행장의 연임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영업력과 자산성장, 순이익 등에서 고루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완전민영화 체제 아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세대 교체라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인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현재 유진PE의 선택이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다. 작년 인선에 비춰봤을 때 유진PE의 한 표가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초에는 권 행장의 연임을 놓고 사외이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외이사 6명이 3 : 3으로 ‘1년’과 ‘2년’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1년에 손을 든 동양생명 측이 지분 매각을 통해 엑시트한 상태인 만큼 유진PE 측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권 행장 외 이원덕 수석부사장과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이 주요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체제라 각 이사들이 각자의 주주의 의사결정을 대변하기 때문에 한쪽으로 의사가 쏠리지 않는다”며 “몇몇 사외이사는 입장이 완강한만큼 이번 인선 역시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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