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차기 리더는]외부출신 전상욱, 카르텔 넘어선 뛰어난 식견 강점리스크 담당·비순혈 의외의 후보자…한국은행·컨설팅펌 출신으로 실행력·기획력 겸비
김현정 기자공개 2022-02-04 08:24:46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3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상욱 우리은행 집행부행장보는 외부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30년 이상을 우리은행에 몸담아 온 선임 임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은행장 숏리스트에 올랐다. 그만큼 은행 비즈니스에 대한 식견이 뛰어나고 실행력 또한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전 부행장은 여러모로 ‘신선함’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한일은행도 상업은행 출신도 아닌, 한국은행과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총 경력 중 절반을 차지한다. 1966년생으로 타 후보자들과 5살가량 차이가 나는 젊은 인재기도 하다.
우리은행 내부에선 "일을 매우 잘하는 임원이다"라거나 "후보자 소식에 처음엔 놀랐지만 행장으로서 전혀 손색없는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 본연의 비즈니스는 물론, 이를 둘러싼 거시적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고 비이자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식견이 뛰어난 인물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그가 쌓아온 경력이 이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전 부행장보는 1990년 서울대 경제학과와 1998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금융공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 한국은행에 입행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아더앤더슨, 베어링포인트, 에이티커니 등 굴지의 해외 컨설팅펌에서 일했다. 프로티비티 서울사무소 대표를 거쳐 2011년 우리금융경영연구소로 적을 옮기며 우리금융과 인연을 시작했다.
우리금융연구소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계열사 성장전략 등에 대한 컨설팅 기능을 수행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원래 지주 소속이었던 우리금융연구소는 전 부행장보를 스카웃하던 당시 우리금융 12번째 계열사로의 독립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글로벌금융그룹의 연구소 수준에 필적하는 연구 역량을 보유한 곳으로 키우겠다는 그룹 방침 아래 우수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던 시절이다.
전 부행장보는 8년 동안 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 방안, 금리 정책과 은행 수익성, 부유층의 자산관리 행태, 은행 예금 비즈니스 재인식 등 다양한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해왔다. 의미있는 레포트를 공유하며 경영진 의사결정에 힘을 보탰다.
2019년 말 손태승 회장은 전 부행장보를 우리은행 CRO로 불러들였다. 2016년 우리은행이 민영화된 이후 외부에서 영입한 두 번째 C레벨 임원이었다.
앞서 첫 번째 C레벨 영입 임원인 황원철 현 부행장(CDO)에 대해선 당시 모두가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디지털 부문에 외부인사 스카웃은 빈번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출신이 리스크관리부문 최고 책임자 자리를 꿰찬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후 전 부행장보는 능력 위주의 발탁인사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됐다.
은행 CRO로서 최근 2년간의 행보를 놓고도 호평이 쏟아진다. CRO로 발령받은 직후 터진 코로나19사태에 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당시 그는 미래에 대한 힘을 비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는 2021년 영업 확대의 기반이 됐다.
리스크업무는 사실상 규제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창의력과 기획력을 발휘하는 인물로도 유명하다. 틀에 짜여진 리스크 외에 개별 비즈니스 특성을 리스크량에 반영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은행이 차별화된 리스크관리 경쟁력을 보유하는 데 전 부행장보가 상당 부분 일조했다.
역량이 뛰어난 인물이지만 이번 우리은행장 후보로 거론된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선임 부행장인 박화재 부행장을 제외하면 총 19명의 임원들을 뛰어넘어 후보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내부출신들이 행장 후보에 오르는 보수적인 시중은행들의 카르텔을 뛰어 넘었다는 의미도 있다. 과거 관치가 잔존했을 시절 청와대 등의 라인을 타고 우리은행장이나 지주 회장에 오른 외부출신들은 있었지만 전 부행장보와 같이 능력을 검증받아 후보군에 오른 외부출신은 없다.
전문 분야가 리스크관리 업무라는 것도 이례적이다. 은행은 사실상 영업을 하는 조직인 만큼 영업통이나 전략통들이 행장 자리에 오르곤 한다. 전 부행장보의 숏리스트 등극으로 행내 리스크 조직에 대한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리스크 관리 담당이란 점은 전 부행장보의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지점장이나 지역영업 본부장 한 번 거쳐보지 못했기 때문에 전국에 퍼져있는 798개 일선 영업점들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따라붙을 수 밖에 없다.
세대교체라는 명분에서는 전 부행장보가 가장 적임자다. 현재 은행권 전반적으로 조직에 역동성을 부여할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연령 측면에서만 본다면 현재 다른 후보자들은 1963년생인 권광석 행장을 대체하기엔 나이가 많다는 지적이다. 이원덕 지주 수석부사장은 1962년생이고 박화재 은행 부행장은 1961년생이다. 하나은행장은 1964년생 행장이 올라 있으며, 국민은행에서는 1966년생 행장이 나오기도 했다. 전 부행장보는 1966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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