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블루파워 회사채 '시한폭탄'됐다 녹색금융과 배치·등급 강등 등 미매각 가능성...NH·KB·미래 등 인수확약, 산은·농협 대출약정
이지혜 기자공개 2022-03-15 07:27:47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1일 15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가 NH투자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들에게 시한폭탄이 됐다. 삼척블루파워가 발전소 건설재원의 상당수를 회사채로 마련하기로 한 가운데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 이들 증권사들이 모두 떠안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미매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과거 주관 증권사들은 삼척블루파워와 회사채에 대해 총액인수 확약을 맺어 놓았다. 확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 신용등급마저 강등돼 수요예측은 물론 셀다운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농협은행 등 은행들도 곤혹스럽기는 매한가지. 삼척블루파워에 대규모 대출이나 자본투자를 진행하기로 약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탈석탄금융, 녹색금융 선언에 배치된다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7000억 규모 회사채 추가 발행해야, 미매각분 '눈덩이' 될까
11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와 회사채 총액인수 확약을 맺은 증권사는 6곳인 것으로 파악된다. NH투자증권을 대표로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2018년경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를 총액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실제 이들 증권사는 삼척블루파워가 공모채를 발행할 때마다 대표주관 및 인수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삼척블루파워가 올 4월 말 공모채를 1800억원 규모로 발행할 때에도 이들 증권사가 주관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삼척블루파워를 향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는 점이다. 그 와중에 신용등급도 떨어지면서 미매각 가능성이 높아졌고 증권사가 수천억원의 미매각분을 오롯이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척블루파워가 향후 발행해야 할 회사채는 이번 발행분까지 포함해 7000억원에 이른다. 삼척블루파워는 2024년까지 회사채를 1조원 가량 발행하기로 했는데 현재까지 발행분은 3000억원이다.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삼척블루파워가 민자석탄발전 프로젝트 중 유일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가 투자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는 건 가격이 아니라 투자자의 ESG운용방침 때문"이라며 "기관투자자 대신 리테일 쪽으로 눈을 돌리겠지만 최근 금리 상승 등으로 리테일 수요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척블루파워 공모채가 수요예측은 물론 증권사의 셀다운 과정에서도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적신호는 일찌감치 켜졌다. 삼척블루파워는 채권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지난해 6월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치른 수요예측에서 참패했다. 공모가희망밴드 상단을 개별민평금리 대비 100bp나 높여 제시했는데도 한 건의 투자수요도 모으지 못했다. 당시 AA-의 신용도를 보유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띈다.
올해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 신용등급마저 스플릿(불일치) 상태가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으로 유지했지만 한국기업평가가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4년 전 증권사가 인수확약을 맺을 때까지만 해도 삼척블루파워가 ESG이슈에 휘말려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오히려 AA급 회사채 주관실적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좋은 기회처럼 여겨졌을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척블루파워와 인수확약은 금융그룹이 탈석탄금융, 녹색금융을 선언하기 전에 진행된 사안”이라며 “선언을 지키기 위해 인수확약에서 발을 빼면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총액인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대출약정·농협은행 자본투자…여론 악화 '부담'
KDB산업은행, 농협은행 등 은행권도 투자심리 악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삼척블루파워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맡았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4개 금융기관은 삼척블루파워와 회사채 한도대출약정을 3600억원 규모로 맺었다. 회사채를 차환하기 어려울 경우 KDB산업은행 등이 대출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의미다. 회사채 주관사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한 것.
또 KDB산업은행은 다른 28개 금융기관과 대주단으로서 모두 2조9032억원의 대출약정을 삼척블루파워와 맺었다. 회사채를 제외한 외부차입을 사실상 이들 금융기관이 모두 맡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회사채를 제외한 기업어음, 금융기관 PF차입 등은 1조1570억원 진행됐다.
농협은행 등 4개 기업은 삼척블루파워와 자본투자 약정을 맺었다. 총 약정금액은 8638억원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삼척블루파워의 자기자본 조달실적이 854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약정이 대부분 실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KDB산업은행, 농협은행 등으로서는 여론 악화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 특수은행으로서 탈석탄금융, 녹색금융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인수확약을 맺은 증권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인수확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금융지주나 그룹 차원에서 탈석탄금융을 선언했다. 키움증권도 ESG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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