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더벨 경영전략 포럼]“인플레이션 시대, 비용 전가 가능한 자가 성공한다”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서비스 중심 소비에서 비용 전가의 길 찾아야”
강용규 기자공개 2022-03-25 09:22:34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4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 자신의 비용을 남에게 빨리 전가할 수 있는 자가 성공한다.”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변동성 높아진 경영환경,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2022 더벨 경영전략 포럼’을 통해 2022년의 글로벌 경영환경을 ‘인플레이션 사이클’로 정의했다. 주가 하락, 금리 상승, 원자재(커머더티) 가격 상승, 달러 강세 등 모든 지표들의 변화가 인플레이션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운송과 에너지부문, 즉 기업의 생산활동과 관련한 물가의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생산자 물가의 상승이 소비자 물가의 상승으로, 소비자 물가의 상승이 임금 인상으로, 임금 인상이 다시 생산자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수석의 진단이다.
김 수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망, 혹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대립 등 영토적 관점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경제적 관점에서도 들여다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놓고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나토의 동진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화석연료의 가격을 높이는 목적 역시 있다고 봤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이 연 수출금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나라라는 관점에서다. 화석연료 가격을 높이면 유럽을 포함한 에너지 순수입국이 축적한 부를 러시아로 이전할 수 있다.
김 수석은 “러시아는 마리우폴과 오데사 등 흑해 연안도시들을 점령해 우크라이나를 고립시키고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이익을 보겠다는 목적을 거의 달성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전면전이나 전격전을 펼치기보다는 국지전 및 지구전의 형태로 전쟁을 수행하면서 긴장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시작하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의 국제정치 무대에는 러시아의 군사적 폭주를 막을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의 경찰’로서의 역할을 버리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하는 등 고립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더 이상 화석연료 등 원자재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세계적인 탈(脫) 화석연료 기조로 원자재 개발 투자가 감소하면서 시장이 수요자 우위에서 공급자 우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김 수석은 1970년대 ‘오일쇼크’의 사례를 들었다.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원유 생산이 감소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모두 오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어떤 것은 (가격이) 먼저 오르고 어떤 것은 나중에 올라 누군가는 이익을 보고 누군가는 손해를 입는 구조’다”면서도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모든 것의 가격이 다 올라 결국 화폐가치만 하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이클 속에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비용을 빨리 남에게 전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거시적으로는 생산자 물가 상승분을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빠르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수석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비교적 빠르게 이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사이클에 따른 부담을 경감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한국, 유럽, 중국은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안아야 한다.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 이슈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점이 국내 기업에게는 비용 전가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 이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정상적 경제활동이 가능해지면 글로벌 경기 모멘텀도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김 수석은 “코로나19 시대에 위축됐던 여행 등 서비스 관련 소비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경기 모멘텀의 정상화를 견인할 것이다”며 “한국은 기본적으로 상품을 수출하는 나라이지만 앞으로는 서비스 소비가 많은 미국 등 나라의 경제구조를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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