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 CEO 영입한 톱텍, 삼성전자 관계 개선할까 정지용 전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대표 선임...30년만의 오너→전문경영인 체제 변화
황선중 기자공개 2022-04-05 07:50:01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4일 08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동화장비(FA) 제조업체 '톱텍'이 30년 만에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 실적 침체가 장기화되자 창업주가 과감히 경영권을 내려놓고 변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맨' 출신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만큼 주요 고객사였던 삼성전자와의 관계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된다.코스닥 상장사 톱텍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정지용 전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추대했다. 1992년 설립부터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회사를 이끌어왔던 이재환 회장은 30년 만에 경영 운전대에서 내려왔다. 톱텍이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1992년 9월 설립된 톱텍은 디스플레이 관련 자동화장비(FA)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이 회장은 만 25세 나이에 부산기계공고 동창인 방인복 부회장과 함께 톱텍을 창업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계열사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7년에는 매출 1조원의 벽도 허물었다.

하지만 2018년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을 중국에 유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방 부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직원이 기술유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로 인해 주요 매출처였던 삼성전자와의 관계에도 금이 갔다. 동시에 전방산업마저 불황에 빠지면서 실적이 침체에 빠졌다.
현재 톱텍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지난해 별도 기준 톱텍의 영업이익률은 -49.7%로 집계됐다. 영업손실(696억원) 규모가 매출(1401억원)의 절반 수준이라는 뜻이다. 매출이 전년보다 50.0%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판관비율은 22.4%포인트, 매출원가율은 34.2%포인트 상승한 것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야기했다.
구체적으로 판관비율 상승은 매출채권 대손상각비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대손상각비는 전년보다 326억원으로 전년보다 88.3% 올랐다. 매출원가율 상승을 부추긴 요인은 제품재고 감소다. 제품재고 규모는 31억원으로 전년보다 90.5% 감소했다. 신임 대표 취임 전에 시장성 없는 부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을 대거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톱텍 대표로서 삼성전자와의 관계 회복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톱텍의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계열사 포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90%에 육박했지만, 지난해는 20%를 하회하고 있다. 정 대표는 1988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에 몸담았던 '삼성맨'이다.

아울러 톱텍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모색 중인 초박막강화유리(UTG) 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대표가 2020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판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대표직까지 역임했던 만큼 유리 사업군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할 것이란 평가다.
이 회장은 경영일선에서는 한 발 뒤로 물러났지만, 사내이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는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인 지배력에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톱텍 지분 27.66%를 보유하고 있다. 방 부회장은 7.89%를 가지고 있다. 정 대표 지분율은 0.03%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기술유출 의혹 재판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다만 수원지방법원은 지난해 1월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톱텍과 전·현직 임직원 모두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재는 검찰의 항소로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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