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조선업 미래기술 책임진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부사장⑥정기선 사장이 영입한 차세대 경영인… R&D설비 확충으로 기술확보 탄력
강용규 기자공개 2022-06-29 07:32:27
[편집자주]
현대중공업그룹은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바이오와 선박기자재 등 신사업이 추진되는 한편 건설기계부문 통합과 에너지부문의 친환경사업 확대 등 기존 사업군의 변화도 진행 중이다. 정기선 사장 시대를 끌고 갈 새 인물들뿐만 아니라 권오갑 회장 시대를 함께 했던 기존 인물들도 아직 역할이 남아 있다. 더벨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들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24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오너 3세 정기선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생산 중심에서 기술 중심의 기업집단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선업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도 이에 맞춰 친환경 디지털선박의 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관련 기술을 확보해 라이선싱(Licensing) 사업을 통한 사업지주사 전환에 나서고 있다.한국조선해양에서 친환경선박이나 디지털선박 등 미래형선박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은 미래기술연구원이다. 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준 부사장은 정기선 사장의 기술 중심 경영을 조선 분야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짊어졌다고 볼 수 있다.
◇김성준 부사장, 조선공학 전문성과 기획능력 두루 갖춰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대학원 석사, 미국 MIT 해양공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조선공학 분야 전문가이면서도 글로벌 컨설팅회사 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파트너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경력의 소유자다.
정기선 사장도 2011~2013년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몸담았던 시기가 있다. 이 때 김 부사장을 눈여겨본 뒤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은 2016년 초 현대중공업 중앙기술원 연구위원으로 입사한 뒤 같은 해에 현대중공업 기획실 전무로 옮겨 기획실 부실장을 지내던 정 사장과 손발을 맞췄다.
2018년 정 사장은 그룹 지주사 현대중공업지주(현 HD현대)의 경영지원실장에 올라 그룹 경영의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 부사장도 경영지원실 계열사지원1부문장으로 옮겨 정 사장을 이어서 보좌했다. 김 부사장은 이곳에서 정 사장으로부터 그룹차원의 신사업 발굴과 조선 분야의 기술 중심 전환을 함께 지휘하는 ‘특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듬해인 2019년 김 부사장은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의 기획부문장으로 옮겼다. 동시에 그룹의 신사업 분야 투자회사 현대미래파트너스의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2020년부터는 한국조선해양에서 미래기술연구원장을 지내고 있다. 2021년 말 현대미래파트너스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올해부터는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컨설턴트로서 기획력과 조선공학도로서 기술 전문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기선 사장이 영입해 온 인물이자 지주사 경영지원실에서부터 정 사장을 보좌한 측근으로 앞으로 정 사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갈 차세대 경영인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도 꼽힌다.
◇ 그룹 R&D 강화 전략에 한국조선해양 사업지주사 힘받아
한국조선해양의 사업지주사 전환계획은 미래선박 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패가 달려 있다. 때문에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김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은 한국조선해양만과 산하 자회사들로 한정되지 않는다. 지주사 HD현대가 직접 거느린 선박 엔지니어링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와 선박 자율운항 솔루션회사 아비커스도 조선 분야 계열사다. 이를 고려하면 김 부사장은 한국조선해양 바깥의 계열사들과도 협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신사업 진행 과정에서 연구개발 분야의 협업이 갈수록 필요하게 될 가능성을 앞서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8년부터 경기도 판교에 그룹 R&D 센터(GRC)를 짓고 있다. GRC는 연구인력 5000여명이 동시 근무할 수 있는 지상 20층, 지하 5층의 대형 설비로 그룹 연구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11월이면 한국조선해양을 포함한 그룹의 주요 계열사 17곳이 GRC에 입주한다. 이를 계기로 김 부사장의 연구개발도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4월 한국조선해양은 독일에 유럽 R&D센터도 문을 열었다. 이곳을 거점으로 글로벌 연구기관들과 협력해 수소, 연료전지, 암모니아, 전기추진 등 미래선박 관련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조선해양이 진출하고자 하는 미래선박 기자재 및 엔지니어링 산업은 노르웨이 콩스버그, 스위스 ABB, 핀란드 바르질라, 프랑스 GTT 등 유럽 조선기자재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김 부사장으로서는 기술 분야에서 이들과 겨루기 위한 기반이 점차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유럽 R&D 센터를 전초기지로 미래 선박에 적용될 차세대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며 ”GRC가 완공되면 GRC를 컨트롤타워로 유럽 R&D 센터, 인도 기술센터 등 글로벌 R&D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사업지주사 전환계획에 더욱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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