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창립 50주년]정기선 시대, 미래 50년 '해양 모빌리티' 정조준①지주사 사명 변경 'HD현대', 퓨쳐 빌더 의지...'자율운항·수소사업' 드라이브
김서영 기자공개 2022-03-23 07:40:14
[편집자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500원 짜리 지폐 속 거북선을 내보이고 얻은 차관으로 출범한 현대중공업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모두가 안 될 거라 했던 조선사업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NO.1’이 됐고 엔진기계와 그린에너지, 건설장비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는 ‘3세’ 정기선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쉽 빌더(ship builder)’에서 ‘퓨쳐 빌더(future builder)’로의 도약을 이끈다. 더벨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1일 14: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해이자 새로운 도약에 나선 해이기도 하다. 이에 발맞춰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HD현대'로 사명을 바꿨다. 정통성을 품고 있는 '현대'와 인간의 역동적인 에너지(Human Dynamics), 인류의 꿈(Human Dreams)이란 뜻을 지닌 'HD'가 만났다.현대중공업그룹은 HD현대로 다시 태어나면서 배 만드는 중공업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고 미래를 건설하는 '퓨쳐 빌더(future builder)’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 중심에는 '오너 3세'인 정기선 사장이 있다. 정 사장은 해양 모빌리티 사업을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MOU를 맺는 사우디 전략을 통해 퓨쳐 빌더라는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정기선 사장, CES '데뷔전'...'해양 모빌리티' 자율운항 드라이브
현대중공업그룹과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 2022'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선박을 만드는 중공업 기업이고, CES는 IT와 모빌리티 기업의 주무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열린 CES에 참가 기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CES에 참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CES가 열린 뒤 한 달 후인 올해 2월 한 번 더 변화를 꾀했다. 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의 사명을 변경한 것이다. 이는 창립 50년 만에 처음이며 지주 설립일인 2017년 4월 이후 5년 만이다. 사명 변경으로 중공업그룹에서 해양 모빌리티를 비롯한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기존 사명에서 중공업은 빠졌지만, 고유 정체성이자 모태인 '현대'는 그대로 사용해 대외적 인지도도 놓치지 않았다.
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절차 거치면 등기임원에 오르게 된다. 한 마디로 '오너 3세' 경영이 막을 올리는 것이다.
정 사장은 올 1월 CES에 참가해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전략인 해양 모빌리티를 공개했다. 핵심은 선박 자율운항이다. 자율운항은 202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약 13%일 것으로 전망돼 조선업계 미래 동력으로 꼽힌다. 자율운항 기술 개발은 HD현대의 자회사 '아비커스'가 맡고 있다. 아비커스는 지난해와 올해 미국선급협회(ABS)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을 뿐만 아니라 12인승 크루즈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에 성공한 바 있다.
정 사장은 이날 "자율운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가 우리의 새 미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자율운항 친환경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신년사에서도 "다가올 해양 모빌리티 시장에서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자 한다"며 "중후장대 기업에서 기술 중심의 '최첨단 기술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과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이 십여년 동안 불황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연구개발(R&D) 투자에 고삐를 놓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조선해양은 2020년에는 745억원, 지난해에는 808억원을 R&D 투자에 사용했다.
◇정기선의 사우디 '개척', 아람코와 수소 사업 파트너십 구축으로 '꽃망울'
현대중공업그룹이 추진하는 해양 모빌리티 사업의 다른 한 축은 수소 사업이다. 앞으로 수년 내 액화수소운반 시스템 등 수소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소 사업에서 필요로 하는 핵심 기술은 그린수소 생산과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25년까지 100메가와트(MW)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플랜트 구축, 세계 최초의 2만㎥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조선사 중 최초로 LPG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선종과 암모니아 운반 및 추진선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친환경 수소, 암모니아 사업이 본격화될 시 선박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에서는 기업부설연구소 산하 수소에너지연구실을 중심으로 그린수소 생산용 엔진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수소 사업 R&D뿐만 아니라 해외 에너지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에도 나섰다. 이른바 '사우디 전략'이다.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수소·암모니아 동맹을 맺었다.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한 신사업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관련 연구개발 활동을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은 정 사장이 그간 공들여왔던 경영 전략 가운데 하나다. 정 사장은 아람코와의 관계를 구축한 장본인이다. 2015년 전무 시절 아람코의 조선소 프로젝트에 현대중공업그룹이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직접 챙겼다. 당시 아람코의 아민 알 나세르 CEO는 정 사장에 대해 "사업기회를 포착하는 예리함은 정주영 일가의 DNA 같다"고 평가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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