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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네패스아크의 영구채 카드, 발행사·투자자 '윈윈'③대주주 지배력 과반 확보, 콜옵션 필요성 낮아…인수자, 장기간 전환 기회 모색

김소라 기자공개 2022-07-11 08:10:28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07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후공정 서비스업체 '네패스아크'가 코스닥 상장 후 처음으로 발행한 메자닌을 30년 만기의 영구채로 선택했다. 이 메자닌은 발행사와 투자자 입장에서 서로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란 분석이 나온다. 메자닌 전환과 상환 등 향후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놓고 볼 때, 어떤 방향으로든 양쪽 모두 득을 보는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네패스아크의 대주주인 '네패스'가 이미 과반 이상의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메자닌 전환으로 인한 지분 희석이 발생하더라도 용인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주 발행으로 유통 주식수가 늘어나면 일각에서 한계로 지적됐던 거래 물량 부족 등 시장 경직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네패스아크는 최근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성격의 전환사채(CB)를 신규 발행했다. 2019년 설립 이후 두 번째로 발행하는 CB이지만, 2020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후로는 처음이다. 특히 대부분의 코스닥 상장사가 5년 내외의 CB 발행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30년 만기라는 사뭇 다른 시도로 주목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영구 CB 발행이 네패스아크에 더 나은 선택지였다는 평가다. 조달 금액이나 콜옵션(매수청구권) 조건 등이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이를 재무제표상의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무건전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신규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무구조까지 보완하는 효과를 얻었다. 영구채가 아닌 일반 CB의 경우 기본적으로 금융부채로 분류된다. 이 경우 계속해서 주가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과의 차액을 평가손실로 반영, 순이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장 지배력 유지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네패스아크가 영구채를 발행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대주주 네패스는 올해 1분기 기준 네패스아크의 지분 55.09%를 확보하고 있다. 2020년 네패스아크가 상장되는 과정에서 지분이 일부 희석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지배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의 CB 전환에 대비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도 지배력 유지에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네패스아크 입장에선 CB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 더 유리한 측면도 있다.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이자 스텝업(Step-up) 조항에 따라 기존에 1%였던 표면이자가 5%로 뛰어오른다. 만약 미전환 CB가 장기간 그대로 있다면 발행일로부터 6년이 되는 시점부터는 매년 1%씩 이자율이 가산된다. 최종적으론 최대 12%까지 이자가 뛰는 구조다. 따라서 CB가 신속히 전환돼 금융비용이 비대해지는 상황을 막고, 안될 경우 콜옵션 행사를 통해 CB 물량을 해소하는 시나리오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도 다양한 CB 활용법을 구상할 수 있다. 이들은 내년 6월30일부터 보유한 CB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전환 청구 기간은 CB 만기일 한 달 전인 2052년 5월30일까지 유효하다. 즉, 어림잡아 29년 동안 네패스아크의 주가가 전환가액 보다 높게 형성되길 기다렸다가 원하는 때에 전환해 투자 차액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CB의 경우 발행사가 만기를 30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있기 때문에 사실상 매우 장기간에 걸쳐 전환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네패스아크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투자금을 그대로 상환받을 수 있다. CB를 장기간 보유해 일정 기간마다 꼬박꼬박 이자수익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번 CB엔 투자자에게 일부 불리한 조건도 포함돼 있다. 풋옵션(매도청구권) 조항이 없어서 투자자 측에서 먼저 CB를 되팔 수 없다. 주식 가격 하락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건도 제외됐다.

하지만 네패스아크의 과거 주가 흐름을 봤을 때, 향후 투자자들이 CB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3만4570원이다. 6일 종가 기준 주가는 2만8450원으로 전환가액 보다 낮지만,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주가는 4만2000~5만4000원 내에서 움직였다. 현재 회사가 공장과 장비 등 설비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분위기도 사업경쟁력을 더 높이는 긍정적인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패스아크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점차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주가나 사업적 측면에서 우상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CB 전환으로 물론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등의 이슈도 나올 수 있겠지만, 반대로 거래 유통량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선 반대급부로 개선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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