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운용 ETF 운용보수 인하 성과, TDF에도 통할까 단기 수익률 끌어올리기, 타사 도미노 속 효과 반감 가능성
이돈섭 기자공개 2022-07-12 07:54:57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1일 14: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시장에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자산운용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적정상품 중 하나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보수 인하 정책이 대표적인 움직임이다. KB자산운용이 선제적으로 운용보수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는데, 과거 ETF 보수인하 정책 효과가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사다.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운용은 'KB 온국민 TDF' 운용보수를 연 0.36~0.61% 수준으로 0.02%포인트 안팎에서 인하할 계획이다. KB운용의 TDF 보수 인하는 지난해 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KB운용은 2017년 온국민 TDF 시리즈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다이나믹 TDF 시리즈를 출시,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이번 조치는 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디폴트옵션 적정상품 선정작업을 거쳐 정책당국에 승인을 요청하면, 한 달여간 승인 과정을 거쳐 가입자에 제시하게 되는데 보수 인하만큼 실질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DC·IRP 재원 규모는 124조원 이상이었다. 이중 4분의 1 정도가 예·적금과 채권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이 본격 시행되면 해당 재원의 상당비중이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달 8일 KB운용의 TDF 설정액은 약 8625억원으로 같은기간 미래에셋운용 4조원, 삼성운용 1조8114억원, 한국투자운용 1조554억원에 이어 국내 TDF 운용사 중 4위를 기록중이다. 신한운용이 7181억원으로 KB운용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지만 향후 자금 유치 성과에 따라 업계 순위는 뒤바뀔 수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KB운용의 이번 운용보수 인하 조치는 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TDF 단기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 결과"라며 "과거 선제적으로 ETF 보수를 인하했던 경험이 이번 결정에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했다는 게 주변업계 시각"이라고 말했다.
KB운용은 지난해 초 자사 ETF 운용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리면서 국내 운용사 간 ETF 보수 경쟁을 촉발시켰다.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 등 주요 경쟁사들이 ETF 운용 보수 인하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경쟁이 치열해졌다.
단순 점유율 변화 추이만 보면 그간 보수 인하 정책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KB운용의 순자산가치 총액은 6조원을 소폭 웃돌아 국내 ETF 시장 전체 8.2%를 차지했다. 보수 인하 직전 2020년 12월 KB운용 비중은 6.5% 수준으로 1년 6개월여만에 1.7%포인트가 상승했다.
순자산가치 증가폭을 보면 KB운용 ETF 순자산가치는 78.7% 성장하면서 삼성운용과 한투신탁운용 성장폭을 압도했지만 미래에셋운용이 111.6% 확대하면서 훨씬 큰 수확을 거둬들였다. 운용보수 인하 효과는 거둔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되려 타사가 그 효과를 더 많이 빨아들인 결과가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자체가 패시브가 낮은 상품으로 어느 수준의 경제의 규모를 달성하지 않는 한 하우스 수익성에 큰 기여를 하긴 어렵다"면서 "ETF 라인업 확대로 파생되는 시장이 많은 만큼 운용사 입장에선 일단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선결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타사가 KB운용에 이어 TDF 수수료를 인하하면 점유율 확대가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삼성운용 'ETF를 담은 TDF 시리즈' 보수가 연 0.09%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KB운용의 인하 조치가 업계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운용과 한투신탁운용 등 TDF 시장 주요 플레이어들이 현재 시점 운용보수 인하 정책에 회의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합운용사 담당부서가 관련 정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상황이다. 다만 추가 보수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재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하면서 "디폴트옵션 시행 전후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설정해 제시하기 위해 타사 TDF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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