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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코인거래소 동향 체크]'카피캣'이던 FTX, 미국 코인 시장 '퍼스트무버' 노린다①후발주자 핸디캡 극복하고 존재감 어필…미국 지사 세우고 현지 기업 인수 나서

노윤주 기자공개 2022-07-18 13:15:36

[편집자주]

가상자산은 24시간, 전 세계에서 쉼 없이 거래된다. 국경 없이 거래되는 만큼 해외 거래소를 사용하는 국내 투자인구도 많다. 국내 사업자들이 해외 거래소 동향과 시장 트렌드 파악을 게을리할 수 없는 이유다. 최근에는 글로벌 대형 거래소의 국내 진출 움직임도 포착됐다. 하루 평균 10조원 이상의 거래량을 내는 글로벌 공룡의 합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해외 주요 거래소의 동향과 사업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4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시장 패권은 오랜 시간 중국계 3사가 쥐고 있었다. 바이낸스, 후오비, 오케이엑스의 벽을 뚫기란 어려워 보였다.

2019년 혜성처럼 등장한 거래소 FTX는 대형 3사가 새운 장벽을 뚫고 속 자신만의 위치를 공고히 확보했다. 가상자산 선물시장에서 쌓은 인지도와 자본을 바탕으로 현재는 미국 내 1위 거래소 입지를 두고 코인베이스와 경쟁 중이다.

◇후발주자 FTX, 1위 거래소 카피캣 전략 통했다

FTX가 등장한 2019년에는 가상자산 선물거래소가 우후죽순 등장했다. 2018년부터 2년간 지속된 가상자산 약세장으로 고배율 마진거래가 가능한 선물거래소를 찾는 가상자산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바이낸스, 후오비, 오케이엑스 등 대형 3사도 선물거래를 시작했고 바이비트처럼 선물거래만 지원하는 가상자산거래소도 등장했다. FTX도 최대 101배 마진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졌다.


설립 초반인 2019년 12월 FTX는 바이낸스로부터 비공개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 영향인지 FTX의 마케팅 방식은 바이낸스와 상당히 닮아 있다. 초반에는 인플루언서를 이용해 수수료 할인 링크를 배포하는 등 마케팅을 펼쳤다.

또 거래소코인 'FTT'를 발행하면서 FTT 사용자가 일정 조건을 충족할 시 수수료를 추가 할인해주기도 했다. 바이낸스가 자체 코인 '바이낸스 코인(BNB)'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깎아 주는 것과 유사하다.

거래소공개(IEO)도 FTX 인기에 한몫했다.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유망 프로젝트를 거래소가 투자자에게 미리 판매하는 형태다. FTT 보유 수량에 따라 추첨을 통해 IEO에 참여할 수 있다. 바이낸스가 런치패드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던 IEO를 그대로 차용했다.

◇기업가치 32조원, 미국 가상자산 시장 장악 노린다

FTX 규모가 커지면서 양사는 지분관계를 정리했다. 지난해 10월 FTX는 시리즈B를 진행하면서 4억2000만달러(약 5480억원)를 유치했다. 소프트뱅크, 세콰이어캐피탈, 삼성넥스트 등이 투자사로 참여했다.

기업가치는 250억달러(약 32조원)로 평가받았다. 1년사이 가치가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바이낸스는 시리즈B에 후속투자하지 않고 오히려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구체적인 거래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창펑자오(ChangpengZhao) 바이낸스 CEO는 "좋은 조건으로 지분을 정리했다"며 "여타 엑시트와 다르지 않다"라고 불화설을 일축했다.

FTX는 시리즈B 마무리 4개월만인 올해 2월에 시리즈C를 진행하고 싱가포르국부펀드인 테마섹, 온타리오 교사연금위원회 등으로부터 4억달러(약 5200억원)를 추가 유치했다.


투자유치 후 FTX의 사업방향은 보다 보수적으로 바뀌었다. 최대 마진 비율을 20%대로 축소시키고 미국에 'FTX US'를 설립했다. 미국 현물 가상자산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이다. 하루 거래량은 2조2000억원으로 이미 미국의 대표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를 뛰어넘었다. 국내 1위 사업자인 업비트와도 두 배 이상 거래량 차이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미국 주식 및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인수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가상자산 대출기업 블록파이 인수도 추진 중이다. 가상자산 선물거래소의 특성상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나라 엔티카 바부다에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본사를 설립하면서 점조직으로 시작했지만 미국내 유망 기업을 인수하면서 메이저 핀테크 시장에 발을 내딛는 모습이다.

업계서는 FTX의 시장 상황 대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제공하면서 시장 대세가 바뀌어도 투자자를 잃지 않도록 했다"며 "자체 코인인 FTT의 토큰 이코노미도 촘촘하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 후 추격자에서 지키는 자로 포지션이 바뀌자 사업 방향도 적절하게 변경했다"며 "빠른 대응이 FTX의 성장에 도움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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