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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점검]아시아나항공 '화물 호황'에 산은 카드 많아질까⑦현금 창출력 1조, 차입금 상환 능력 '쑥'…두산그룹 or 대우조선 방식도 고려대상

김서영 기자공개 2022-08-26 07:59:44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은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본부로 대변되는 산은의 기업금융 시스템은 경제 상황과 기업 여건 등 변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해 왔다. 최근 몇 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푸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성공한 구조조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더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현재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3일 08: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에 좀처럼 진전이 없다. 인수자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심사에 돌입한 지 2년이 다 돼 간다. M&A 작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이들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사뭇 달라졌다. 한때 자본잠식에 빠졌던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 사업 호황으로 현금 창출력을 크게 회복했다.

아시아나항공 M&A는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역점 과제다. 그러나 딜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강석훈 신임 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동력이 상실됐다. M&A만이 산은의 유일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이 아닐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이 두산그룹을 본받을지, 대우조선해양의 전철의 밟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기업결합 심사 지연 속 달라진 항공업계...고수익 견인 '화물 운송'

지난해 9월 산은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계약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9개월 만에 결렬됐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급증, HDC현산이 부채 재실사를 요구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후 산은은 두 달 만에 새로운 원매자를 찾았다. 바로 대한항공이다.
(출처: 아시아나항공 2021 IR)
산은은 두 대형항공사(FSC)를 합병하는 항공업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특히 산은과 정부는 항공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보고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의 명목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한진칼에 9453억원,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양대 항공사를 살리기 위해 산은은 약 4조원을 투입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결합 심사에서 막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 사이 돌파구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여객 운송이 사실상 ‘올스탑’ 됐다. 이에 FSC라는 특징을 살려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본격적인 화물 운송에 나섰다. 무엇보다 공급망 대란에 따라 항공운임도 치솟아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운송 사업에서 고수익을 얻게 됐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별도 기준 매출액은 4조1006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화물 운송 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58%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59억원이다. 화물 운송은 여객 운송과 비교해 비용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았다.

화물 호황으로 현금 창출력은 몰라보게 좋아졌다. 한 기업의 현금창출력은 상각전영업이익, 즉 에비타(EBITDA)로 판별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에비타는 8104억원으로 전년 동기(4887억원)와 비교해 65.8% 뛰었다. 화물 운송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지난해 말 연간 에비타는 1조4176억원을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올해 상반기는 국제선 공급 및 수요 증가로 인해 국제여객 매출이 증가했다”며 “판매 단가가 높게 유지되면서 화물 운송 사업 매출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비타 1조원...산은 보유 'CB 6200억, 차입금 1.8조' 상환 여력은?

아시아나항공의 현금 창출력이 지난해 말 기준 1조원을 넘으면서 시장에는 새로운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것만이 답이 아닐 수 있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다양한 방안으로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산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는 것은 두산그룹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3월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났다. 2020년 3월 주력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산업은행에 긴급 자금지원 요청을 한 지 23개월 만에 조기 졸업에 성공했다. 두산그룹은 산은으로부터 지원받은 긴급 자금 3조원을 모두 상환해 채권단 관리를 매듭지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두산그룹처럼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하기 위해선 산은에서 지원 받은 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의 CB 중도상환을 허가한 것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산은은 지난달 초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CB 3000억원 가운데 1800억원을 중도상환 받기로 결정했다.

산은이 CB 전환가액(1만4656원)과 주가(1만5150원)가 494원밖에 차이 나지 않아 아시아나항공의 중도상환 요청을 받아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스텝 업(step-up) 조항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 이자 부담이 커지는 상황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산은 몫의 영구 CB 잔액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200억원이다.

채권단 관리 종료를 위해선 차입금도 모두 상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을 살펴봐야 한다. 만기 도래한 단기차입금을 상환할 여력이 있는지가 기준이 된다.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단기차입금은 2조5830억원이다. 이 가운데 산은 몫 단기차입금은 1조7930억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에비타가 8000억~1조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단기차입금 상환 여력이 양호하다는 평가다.

다만 현금 창출력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지, 아니면 다시 떨어질 지 장담할 수 없다.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항공업은 정치·외교, 유가 등에 민감한 산업군으로 변동성이 매우 높다. 여객 운송 비중이 1년 전보다 회복되고 있으나 화물 운송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항공업계는 전망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대로 주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고 통합 작업에 착수한다면 자연스럽게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만약 기업결합 심사의 벽을 넘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의 뒤를 따르게 된다. 이 경우 산은이 CB를 전환해 지분을 직접 보유하거나 세 번째 매각 작업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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