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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디테일]'관리종목 해소' 아시아종묘, 달라진 자본시장 활용법③CPS 발행 위해 '콜옵션' 포기, 신뢰도 상승· 자본 확충 효과 노렸다

정유현 기자공개 2022-09-01 08:00:35

[편집자주]

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9일 15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업회사법인 '아시아종묘'가 관리종목 이슈를 겪은 이후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기존에 전환사채(CB) 발행 등 한정적인 통로만 이용했다면 이번엔 전략적으로 전환우선주(CPS)발행까지 손을 뻗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양새다.

최근 아시아종묘가 '2세 승계에' 속도를 내는 만큼 세대교체를 발판 삼아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자금 조달도 류경오 대표이사의 장남이자 최근 등기이사로 선임된 류재환 이사가 주도했다. 오너십이 점진적으로 류 이사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종묘는 최근 6회차 CB 발행과 CPS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CB는 8월25일자로 납입이 완료됐으며 CPS의 납입 기한은 8월31일이다. 총 60억원 규모의 조달을 통해 국내외 종자 연구개발(R&D)과 대출금 상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시아종묘가 이번에 CB와 CPS 발행한 것은 단순히 유동성 확보의 목적에 그치지 않는다. 앞선 조달처럼 전액 CB 발행을 진행해도 무리는 없었으나 이번 조달 활동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딜은 류재환 이사가 주도했다. 최근 아시아종묘가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량 부족으로 반기보고서가 의견 거절이 나면서 관리 종목에 지정됐다. CFO가 퇴사한 후 류 이사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며 약 두 달 만에 관리 종목 지정이 해소됐다. 류 이사는 본격적으로 아시아종묘의 안살림을 담당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번 조달을 통해 공식적으로 자본시장에 데뷔한 류 이사는 지배력을 적절히 활용해 신뢰도를 높이고 자본 확충 효과도 얻고자 했다. 지분율 희석이 1%대에 그치기 때문에 사실상 지배력 약화에 따른 부담도 크지 않았다. 생각보다 자본시장에서 아시아종묘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것도 조달 방식의 변주에 힘을 실었다.

우선 납입이 완료된 6회차 CB의 전환 주식 수가 총주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8% 규모다.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류경오 대표이사와 류재환 이사 등의 가족 지분율을 합친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29.87%에서 28%대로 1%포인트(p) 하락한다. 만약 아시아종묘의 주가가 하락해 전환가액이 최저 조정가액까지 낮춰진다면 희석 효과는 커질 수 있다.

지배력 약화를 방어하기 위해 6회차 CB에 30%의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설정했다. 최초 전환가액 기준 보통주 19만7195주(1.67%)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 발행한 4, 5회차 CB의 처리 과정으로 미뤄볼 때 향후 6회차 CB도 최대주주 측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점쳐진다. 류재환 이사나 동생인 류재영 차장 등이 콜옵션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6회차 CB에 안전판을 마련했지만 CPS는 콜옵션을 과감히 포기했다. 통상 상장사들이 CB와 CPS를 동시에 발행할 때 두 곳에 모두 콜옵션을 걸어 지배력을 방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초 투자자는 CPS가 아닌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투자자 입장에선 RCPS가 상환권도 있고 상환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CPS보다 더 선호한다. 특히 이번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대부분의 투자자가 전액 CB 발행 혹은 CB와 RCPS를 섞어서 발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다행히 수성자산운용 측이 아시아종묘의 발행 조건을 수긍했지만 당근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했다. 아시아종묘가 CPS의 콜옵션을 포기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다.

콜옵션 포기가 투자자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자금 회수 시 콜옵션을 활용한 '경우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콜옵션은 다른 투자자들의 권리보다 우선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발행사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수 전략을 짠다. 이번 아시아종묘의 CPS 투자자 입장에서는 콜옵션이 없기 때문에 보호예수가 끝난 1년 후에 주식으로 전환해 회수를 하면 된다.

주가가 오르면 발행사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고 투자자의 몫으로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가 상승기까지 기다리면 된다. 류 이사는 지배력을 포기하더라도 CPS를 발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투자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파악된다.

CPS 발행이 쉽지 않은 만큼 발행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자본시장에서 회사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는 평가다. 관리종목 이슈를 겪으며 하락한 신뢰도 회복이 필요했기 때문에 류 이사가 CPS 발행을 위해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PS 콜옵션을 포기했지만 아시아종묘 입장에서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CPS가 비상장 방식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당장 지분율에 영향을 주거나 직접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또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인식되는 RCPS 방식과 달리 CPS는 투자금을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CB 발행으로 부채 부담이 높아졌지만 CPS로 자본 확충 효과를 얻기 때문에 재무상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류재환 아시아종묘 이사는 "CPS를 발행하기 위해서 콜옵션을 양보한 것"이라며 "부채로 잡히는 CB를 더 많이 발행하는 것보다 자본화 시킬 수 있는 CPS 발행이 회사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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