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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에서 먹을게 없었나 thebell note

김현정 기자공개 2022-09-08 07:37:17

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은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뺏기거나 빼앗거나’의 문제인 만큼 입찰 건마다 밤샘 전략 회의에,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다.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을 취재하면서 견제도 많이 느꼈다. 일단 그 사업에 들어가지 않거나 탈락되면 ‘그거 별로 먹을 것도 없다’고 손사레를 친다. 이런 귀여운 질투(?)는 모든 은행에 해당되는 얘기다. 어제까지 사활을 걸었어도 오늘 내 것이 아니면 ‘그닥 뭐…’인 사업이다.

신한은행의 서울시금고를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 타행들은 서울시금고가 '기관영업의 꽃'이라지만 사실 대표적 ‘역마진’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르긴 몰라도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 1기 동안 많은 손실을 봤을 것이라 추정했다.

얼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수긍이 간다. 일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출연금’이 3012억원에 시스템비용도 1000억원이었다. 매몰비용만 4000억원인 셈이다.

신한은행이 시금고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리 상황이 나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2018년 입찰 당시만 해도 금리인상 기조에 있던 만큼 그를 가정한 높은 금리를 제시했는데 2019년 하반기 들어 금리 방향이 인하로 틀어졌다. 약속한 높은 수준의 금리를 계속 줘야하니 작년까지 예탁금으로 인한 손실이 컸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서울시금고를 하면서 서울시에 시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게 하도급지킴이 상생 결제 서비스다.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신탁을 조성해 하청업체가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원청업체의 지급 지연을 방지하니 서울시도 좋고, 어카운트가 쌓이니 신한은행도 좋다.

서울시 청년수당사업이나 예비신혼부부 전세지원사업에서도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사랑상품권의 구매·결제 플랫폼인 서울페이플러스도 쏠쏠하다. 신한컨소시엄이 작년 11월 판매대행사업을 따냈다. 역시 예수금이 신한은행 내 쌓인다. 결제는 신한카드만 가능하다.

2019~2021년 금리 때문에 역마진이 났다고 하지만 끊임없는 새 활로 모색 덕에 신한은행은 지난해 이미 서울시금고 사업에서 흑자를 냈다. 이런 연계 사업들로부터 거둔 수익은 금고 예탁금 수익을 훌쩍 넘어선다.

수익성뿐만 아니다. 신규 고객 확대는 더욱 값어치 있다. 연계 사업들로 십수만명 고객들이 신한은행 계좌를 트거나 신한카드 회원가입을 했다. 신한이라는 브랜드 홍보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우와 신 포도’ 이솝우화에서는 자기 합리화로 유명한 여우가 등장한다. 주렁주렁 탐스러운 포도를 따먹지 못하자 ‘저건 신 포도야’라고 말하고 돌아서 버린다. 같은 상황이라도 껑충껑충 뛰거나 사다리를 가져와서 포도를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는 여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기회는 찾는 자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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