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9월 07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은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뺏기거나 빼앗거나’의 문제인 만큼 입찰 건마다 밤샘 전략 회의에,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다.시중은행들의 기관영업을 취재하면서 견제도 많이 느꼈다. 일단 그 사업에 들어가지 않거나 탈락되면 ‘그거 별로 먹을 것도 없다’고 손사레를 친다. 이런 귀여운 질투(?)는 모든 은행에 해당되는 얘기다. 어제까지 사활을 걸었어도 오늘 내 것이 아니면 ‘그닥 뭐…’인 사업이다.
신한은행의 서울시금고를 놓고도 말들이 많았다. 타행들은 서울시금고가 '기관영업의 꽃'이라지만 사실 대표적 ‘역마진’ 사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르긴 몰라도 신한은행이 서울시금고 1기 동안 많은 손실을 봤을 것이라 추정했다.
얼추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수긍이 간다. 일단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출연금’이 3012억원에 시스템비용도 1000억원이었다. 매몰비용만 4000억원인 셈이다.
신한은행이 시금고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리 상황이 나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2018년 입찰 당시만 해도 금리인상 기조에 있던 만큼 그를 가정한 높은 금리를 제시했는데 2019년 하반기 들어 금리 방향이 인하로 틀어졌다. 약속한 높은 수준의 금리를 계속 줘야하니 작년까지 예탁금으로 인한 손실이 컸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그 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서울시금고를 하면서 서울시에 시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게 하도급지킴이 상생 결제 서비스다.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공사에 대해 신탁을 조성해 하청업체가 직접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원청업체의 지급 지연을 방지하니 서울시도 좋고, 어카운트가 쌓이니 신한은행도 좋다.
서울시 청년수당사업이나 예비신혼부부 전세지원사업에서도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사랑상품권의 구매·결제 플랫폼인 서울페이플러스도 쏠쏠하다. 신한컨소시엄이 작년 11월 판매대행사업을 따냈다. 역시 예수금이 신한은행 내 쌓인다. 결제는 신한카드만 가능하다.
2019~2021년 금리 때문에 역마진이 났다고 하지만 끊임없는 새 활로 모색 덕에 신한은행은 지난해 이미 서울시금고 사업에서 흑자를 냈다. 이런 연계 사업들로부터 거둔 수익은 금고 예탁금 수익을 훌쩍 넘어선다.
수익성뿐만 아니다. 신규 고객 확대는 더욱 값어치 있다. 연계 사업들로 십수만명 고객들이 신한은행 계좌를 트거나 신한카드 회원가입을 했다. 신한이라는 브랜드 홍보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우와 신 포도’ 이솝우화에서는 자기 합리화로 유명한 여우가 등장한다. 주렁주렁 탐스러운 포도를 따먹지 못하자 ‘저건 신 포도야’라고 말하고 돌아서 버린다. 같은 상황이라도 껑충껑충 뛰거나 사다리를 가져와서 포도를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는 여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기회는 찾는 자에게 주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김현정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유동성 풍향계]1.15조 SKB 지분 매입 'SKT', 현금창출력 '자신감'
- [백기사의 법칙]국책은행이 백기사, 한진칼에 잔존하는 잠재리스크
- 금융지주사 밸류업과 '적정의 가치'
- [백기사의 법칙]1,2위사 경영권 분쟁 '진정한 승자'였던 넷마블
- [2024 이사회 평가]대한해운, CEO가 틀어 쥔 사외이사…독립성 취약
- [2024 이사회 평가]사업형 지주사 '동원산업', 이사회 개선은 현재진행형
- [2024 이사회 평가]대상, 이사회 성실한 참여…평가 시스템 '미흡'
- [백기사의 법칙]남양유업 백기사 자처했던 대유위니아, 상처뿐인 결말
- [백기사의 법칙]SM 인수 속 혼재된 흑·백기사 ‘카카오·하이브’
- [2024 이사회 평가]LG전자, 매출 규모 못 미치는 성장성·주가 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