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0월 17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개월간 비어 있던 삼성증권의 정통IB 헤드가 최근 채워졌다. 지난달 출근을 시작한 이재현 기업금융1부문장(부사장)은 골드만삭스·JP모간·BNP파리바 등 글로벌 증권사에서 다양한 IB분야의 굵직한 경험을 쌓은 ‘대어급' 인사다.삼성증권의 IB헤드를 맡기에 나무랄 데 없는 스팩을 가진 인물이지만 한 가지 불안감이 스친다. 징크스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잘 나가는’ 외국계 출신들이 유독 국내 증권사 IB부문에서 정착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많아서다.
2000년대부터 삼성증권 뿐 아니라 대다수의 국내 증권사들이 심심치 않게 외국계 증권사 출신의 인물을 영입해왔다. 트레이딩이나 리서치 등의 분야에선 몇몇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인재 영입이 있었지만 정통IB에선 성공사례를 찾기 어렵다.
대다수가 얼마 재직하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다. 성과를 내지 못해 밀려나기도 했고 일부는 불협화음을 내며 인력이탈을 촉발했다는 ‘혹평’을 받으며 떠나기도 했다.
외국계 IB 영입에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받는 삼성증권도 정통 IB 인사에선 성과가 좋지 않다. 2010년 영입한 크레딧스위스(CS) 아시아법인장 출신 황성준 전 부사장을 필두로 다수의 외국계 IB인사를 영입해 글로벌IB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를 맛봤다.
2008년 모간스탠리에서 영입돼 IB 본부장을 맡던 박성우 전 전무도 마땅한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2012년 떠났다. 지난해 영입된 UBS 증권 한국대표 출신 임병일 부사장은 6개월만에 삼성전자로 발령났다.
국내 증권사 IB조직에서 반복되는 외국계 출신 잔혹사는 최근에도 이어졌다. 한 증권사는 2018~2019년 두 명의 거물급 IB부문 인사를 영입했는데 이 중 한 명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며 이미 회사를 떠났다. 남은 한 사람도 리더 자리에서 밀려난 상태다.
외국계 IB에서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국내 증권사 안착에 유독 어려움을 겪는 건 결국 구조적인 '미스매치'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가장 어려움을 겪은 건 ‘매니징’ 영역이다. 다른 인센티브 체계와 업무스타일에 대한 이해 없이 외국계의 방식을 무조건 강요하다가 조직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그럼 삼성증권이 장고 끝에 선임한 이 부사장은 '외국계 IB의 국내사 이직 잔혹사'를 깰 수 있을까. 정식 출근하기 이전부터 IB들을 만나며 현재를 파악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나누려는 노력을 기울였단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희망은 그의 취미에서 찾아본다. 이 부사장은 42.195km의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마라톤을 좋아한다고 한다. 체력과 끈기는 물론 뛰는 내내 페이스를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한 스포츠다. 끊임없이 주변과 자신을 살피며 종착지까지 몸을 이끌어야 하는 일이다.
이 부사장이 삼성증권의 IB를 이끌고 '국내 최정상 IB'라는 목적지까지 여정을 매니징할 ‘페이스 메이커’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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