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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지금]강력한 본사 직할체제 20년, 빛과 그림자는③GM 출신 외국인이 줄곧 대표로 선임...이사회 10명 중 사내이사 1명

조은아 기자공개 2022-10-31 07:37:56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이 한국GM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했다.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어느 면으로 보든 매력적 매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2002년 출범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그간 아주 짧은 기간을 제외하면 경영난을 반복하며 좀처럼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산은이 지분 매각을 검토하는 근본적 이유 역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더벨이 한국GM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0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GM은 2002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7명의 대표이사(CEO)를 맞았다. 1명만 빼고 모두 GM 출신으로 전부 외국인이기도 하다. 본사 고위 임원이 파견 형식으로 돌아가며 해외법인 수장을 맡는 GM의 방침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해외법인을 관리하기 위한 GM의 선택이었지만 한국GM의 경쟁력이 떨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 시각 역시 존재한다.

◇외국인 임원 늘어나고 한국인 임원은 떠나고

첫 수장은 당시 GM의 부사장이었던 닉 라일리 대표다. 대표 아래 GM 측 인물이 재무, 기획, 마케팅 등 핵심부문을 모두 맡아 관장하는 부사장 체제로 출범했다. 총무나 인사, 노무 등 한국인 직원들을 관리하고 대외적인 접촉이 잦은 부문에서는 국내 사정을 잘 이해하는 대우차 출신이 선임됐다. 출범 초 원활한 대외업무 관리와 내부 분위기 독려 차원에서 대표 위에 회장자리를 신설하고 한국인이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GM 본사는 세계 곳곳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는데 대부분 현지인력이 아닌 본사 임직원을 파견해 직접 경영하고 있다. GM 본사에서 차량 라인업이나 생산계획을 확정하면 해외법인은 그에 맞춰 배치되고 동원되는 방식이다. 효율성과 자원 재배치 차원에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파견 임직원의 규모도 매우 크다. 수십 명 규모의 임직원을 파견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이들은 한국GM에서 몇 년을 지내다가 본사로 복귀하거나 다른 해외법인으로 이동한다.

2009년 경영위기가 닥쳤을 당시 한국GM의 외국인 임직원은 무려 200명을 넘었다. 당시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오자 한국GM은 외국인 임직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였다. 가장 최근 공개된 수치는 2018년의 36명이다. 당시 한국GM은 비용 절감을 위해 6개월 안에 18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는 20명 안쪽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이사는 계속 외국인이었지만 한국인 고위직이 없지는 않았다. 사장급도 있었다. 대우차 시절부터 회사에 몸담던 몇몇 인물들은 회사가 GM에 인수된 뒤에도 남아 사장까지 올랐다. 이영국 전 사장, 유기준 전 사장, 김석환 전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국인 경영진과 한국인 직원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 한국인 직원들 사이에서 이른바 정신적 지주로 통하기도 했다. 어려운 일도 도맡았다. 노사교섭 과정에서 대표로부터 사측의 교섭 전권을 위임받아 협상을 주도했다.

한국인 사장이 사라진 건 2010년이다. 당시 한국GM은 한국인 임원 중 가장 고위직이었던 유기준 사장과 장동우 부사장을 동시에 해임했다. 장 부사장은 인사와 노무, 총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당시 전체 부사장급 이상 임원 10명 가운데 한국인은 4명이었는데 2명이 떠나면서 한국인 임원이 2명으로 줄었다.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 도입을 앞두고 대우 색을 지우고 있다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왔다. GM그룹의 입김이 세질 것이란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 시기였다. 얼마 뒤 사명이 GM대우에서 한국GM으로 바뀌며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했다.

◇이사회 구성원 10명 가운데 사내이사는 1명, 외국인은 7명

이후 한국인 사장은 없고 부사장이 최고위직이었다. 한국인으로 부사장에 올랐던 인물로는 손동연 현대제뉴인 대표이사 부회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1989년 대우차 시절 한국GM에 입사해 2010년 4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GM의 글로벌 소형차 개발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선임되면서 화제를 모았으나 14일 만에 사표를 제출했다.

2015년 이후 경영난 심화와 함께 남아있던 한국인 임원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물러났다. 시장 안팎에서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졌던 것도 이 시기다.

지금도 한국GM은 외국인 임원을 주축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사회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GM 이사회는 사내이사(대표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9명으로 구성돼 있다. 9명 가운데 6명은 GM 소속이며 2명은 KDB산업은행과 관련된 인물이다. 나머지 한 명은 GM대우 시절 재무본부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한국GM의 고질적 위기를 이같은 경영진 구성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파견 형식으로 한국GM에 왔다가 몇 년 뒤 다시 떠나는 구조인 만큼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기 부여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 대표들은 5년 가까이 있었던 카허 카젬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길게는 3년가량 회사를 이끌다 본사로 복귀하거나 다른 해외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국인이 주축인 만큼 내부소통 역시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GM은 강력한 직할체제를 바꿀 의지는 전혀 없어 보인다. 카허 카젬 전 대표는 현재 GM과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의 합작사인 SAIC-GM의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의 뒤를 이어 6월부터 한국GM을 이끌고 있는 로베르토 렘펠 대표 역시 다양한 해외법인을 거쳐 2019년 한국GM에 왔다. 2019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초대 대표를 지내다 카허 카젬 전 대표의 후임으로 6월 취임했다.

딱 한번만 예외가 있었다. 제임스 김 전 대표는 GM 출신이 아닌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출신이다. 전임 세르지오 호샤 대표의 임기가 1년여 정도 남은 2015년 COO(최고윤영책임자)로 영입돼 얼마 뒤 대표에 올랐다.

그는 기업 회생 전문가다. 당시 한국GM은 신차 부재로 내수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 등으로 수출에서도 고전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는 CEO로 취임한 지 1년8개월 만에 갑작스럽에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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