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CEO 인사 코드]현대모비스, 10년 넘게 통하는 '현대차 출신 엔지니어' 공식⑤과거 현대정공 출신 오너 측근들...현재는 정통 엔지니어들 주로 선임
조은아 기자공개 2023-01-05 07:38:24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인사가 최근 모두 마무리됐다.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가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인사는 과거 특정 경향성이 매우 짙었으나 최근 들어 점차 옅어지는 추세다. 과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인사가 이뤄졌다면 최근 공식이 깨지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더벨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CEO 인사 코드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30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게 특별한 곳이다.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에서 거둔 성공을 바탕으로 지금의 현대자동차그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은 1977년 컨테이너와 H빔을 제조하는 현대정공의 초대 사장을 맡았다. 경영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고 놓치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륜구동 자동차가 갤로퍼다.정 명예회장이 현대정공 출신을 중용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에 현대정공 출신들이 대표이사를 맡는 일이 많았다. 정 명예회장의 가신들 가운데서도 현대정공 출신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작 현대모비스는 어땠을까. 초창기 현대정공 시절부터 정 명예회장과 호흡을 맞춘 그룹 내 베테랑 경영인들이 대표에 올랐다면 2010년 들어선 현대차 출신 엔지니어로 관행이 굳어지는 모양새다.
◇2000년대 초반, 현대정공 출신 '부회장' 라인
정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출범 이후 꾸준히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러다가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2020년 대표이사 자리를 정의선 회장에게 넘겼다.
이후 2021년 3월에는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나며 현대차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당시 정 명예회장은 임기를 1년가량 남겨뒀지만 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현대차그룹 모든 계열사 사내이사에서 내려왔다. 현대모비스 주총장이 정 명예회장의 은퇴무대였던 셈이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오너 1명과 전문경영인 1명이 함께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본격 출범하고 현대정공이 현대모비스로 이름을 바꾼 2000년 이후 오너일가를 제외하고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은 모두 9명이다. 이 가운데 김동진 전 부회장은 1년만 자리를 지켰고 나머지는 대부분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다. 가장 장수한 사람은 박정인 전 회장이다.
박 전 부회장은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1969년 현대차에 입사한 뒤 현대모비스로 이동했고 정 명예회장이 경영수업을 받던 시절 돈독한 관계를 쌓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현대모비스 부사장과 사장에 이어 회장까지 지낸 뒤 2005년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눈여겨 볼 사실은 박 전 회장이 이후 현대차로 다시 복귀했다는 점이다. 그는 고문으로 물러난 지 1년 만인 2006년 9월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담당 부회장으로 그룹으로 돌아왔다. 당시만 해도 정 명예회장 특유의 회전문 인사가 잦던 시절이다.
뒤를 이어 한규환 전 부회장, 정석수 전 부회장 등도 5~6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한 전 부회장은 1983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뒤 1998년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연구소장을 역임한 기술통이다. 정 전 부회장은 재무통으로 여러 계열사에서 재무를 담당했다.
전공분야가 다르지만 둘 모두 정 명예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전 부회장은 2008년 현대차그룹을 떠난 지 4년10개월 만에 현대로템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 전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외에도 다른 여러 계열사에서 대표를 지냈다. 현대제철의 전신인 INI스틸, 현대캐피탈, 현대파워텍 등이다. ◇10년 넘게 이어지는 현대차 출신 엔지니어 공식
정석수 전 부회장 이후로는 5명 연속 엔지니어 출신이 현대모비스 대표를 맡고 있다. 전호석 전 사장, 정명철 전 사장, 임영득 전 사장, 박정국 현대차 사장, 조성환 사장 등이다. 이들 모두 현대차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현대차 출신의 엔지니어가 어느 정도 공식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2012년부터 오너일가와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 2인 대표체제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건 이 공식이 현대모비스에 어느 정도 통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전호석 전 사장은 1979년 현대차에 입사해 유럽기술연구소장, 시험센터장, 차량개발1센터장 등을 두루 거친 뒤 현대모비스로 이동했다. 현대모비스로 옮겨 연구개발본부장을 역임한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뒤를 이은 정명철 전 사장 역시 고려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에 입사했다. 현대차의 통합부품개발실장을 거쳐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대차 통합부품개발실을 거쳐 변속기를 만드는 현대파워텍과 엔진을 담당하는 현대위아에서 대표이사를 지냈다.
임영득 전 사장 역시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특히 현대차의 해외 공장을 직접 관리하면서 글로벌 생산관리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명철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현대파워텍 대표이사를 지낸 경험이 있다.
정의선 체제 이후 정의선 회장과 호흡을 맞춘 인물은 박정국 사장과 조성환 사장이다. 박 사장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거쳐 현재 현대차에서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내고 있다. 그가 현대차로 복귀한 시기는 정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른 직후다. 정 회장이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박 사장을 불러들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 조성환 사장도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기술 전문가로 꼽힌다.
정 명예회장 시절 인물들의 임기가 다소 길었다면 전호석 전 사장부터는 2~3년의 임기만 보장받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전동화 전환 등에 속도를 내기 위해 대표 교체가 잦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을 경계로 전임들은 부회장 직책까지 올랐지만 이후엔 사장까지만 올랐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정 명예회장 시절 10명도 넘는 부회장단을 거느렸던 것과 달리 정의선 회장 체제에선 주요 보직의 직급들이 한두 단계 낮아지면서 전반적으로 탈(脫)권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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