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CEO 인사 코드]기아, 과도기 넘어 2인 대표체제 안착③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재무·영업·생산 전문가 유연한 구성
조은아 기자공개 2023-01-03 07:38:21
[편집자주]
현대차그룹 인사가 최근 모두 마무리됐다. 현대글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가 자리를 지켰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인사는 과거 특정 경향성이 매우 짙었으나 최근 들어 점차 옅어지는 추세다. 과거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에서 인사가 이뤄졌다면 최근 공식이 깨지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더벨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CEO 인사 코드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6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지도 22년이 지났다. 지금은 그룹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지만 한때 현대차에 밀리며 설움을 견뎌야 했다. 이는 초반 대표이사 내역만 살펴봐도 엿볼 수 있다.30대 중반이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몇 년간 대표이사를 지내는가 하면 이른바 '회전문 인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현대차나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출신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초반과 비교하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2인 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양새다. 오너일가가 완전히 물러난 자리는 전문경영인 2명이 채우고 있다. 2018년부터는 현대차와 유사하게 본사와 생산현장에서 각각 한명씩 대표이사를 맡는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정의선 회장 초반 경영수업 무대로 활용
정의선 회장은 2005년 3월 주총에서 김익환 전 부회장과 함께 기아차의 공동 대표이사에 올랐다. 정 회장이 해외 쪽을, 김 전 부회장이 안살림을 책임졌다. 정 회장은 1970년생으로 당시 우리나이로 36살이었다.
기아가 국내 2위의 자동차회사라는 점을 보면 대표로 선임되기에는 다소 어린 나이였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에서는 2010년에야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물러나기 직전인 2019년에야 대표이사에 오른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두 회사의 그룹 내 위상을 엿볼 수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인수 직후부터 기아의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2008년 자리에서 내려와 이후로는 복귀하지 않았다. 초반 회사의 기틀을 잡고 조직이 안정되면서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업무가 현대차에서 함께 이뤄져 현대차 대표이사만을 지내면서도 기아를 경영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정의선 회장의 경우 4년간 대표이사를 지낸 뒤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 뒤 한동안 사내이사만 맡다가 2009년 말부터는 기타비상무이사만 맡고 있다. 현대차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본격 보폭을 확대하던 시기와 겹친다.
◇전문경영인 1명이 오너일가와 호흡...정 명예회장 측근들 주로 선임
인수 초반 오너일가를 제외한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는 한 명뿐이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직접 호흡을 맞추는 자리인 만큼 정 명예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인물들이 주로 선임됐다. 정 명예회장이 애착을 보였던 현대차와 현대정공 출신이 대부분이며 이력은 매우 다양하다.
김수중 전 사장은 현대차 울산공장장과 영업본부장을 모두 거친 인물로 현대차 사장을 지내던 당시 정 명예회장의 특명을 받고 기아로 이동했다. 그는 정 명예회장과 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이후 자리를 넘겨받은 김뇌명 전 사장은 업계에서 알아주는 해외영업통이다. 그는 현대차 입사 후 5년을 빼고는 30년 가까이 해외사업 부서에서 근무했다. 후임 윤국진 전 사장은 현대차에서 인사와 노무에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도 있다. 윤국진 전 사장에 이어 자리를 물려받은 김익환 전 부회장은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 대표로 선임됐으나 두 번 모두 1년여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미 퇴직했거나 한직에 가 있는 임원 가운데 일부 능력 있는 인사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중용하는 정몽구 명예회장 특유의 회전문 인사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현대그룹 시절 입사해 2004년 기아 대표로 선임됐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인재개발원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영업과 홍보가 '주전공'인 김 전 부회장이 노조의 장기 파업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 전 부회장은 2007년 다시 기아 대표이사로 복귀했으나 1년 2개월 만에 다시 회사를 떠났다.
김 전 부회장의 뒤를 이은 조남홍 전 사장은 현대정공 출신이다. 기아 화성공장장 부사장 등을 지낸 인물로 생산현장과 노무에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8년 말 당시 복귀했던 김 전 부회장과 함께 동반 퇴진했다.
◇2009년 이후 2인 대표 체제 자리잡아...기술→영업→재무→생산 등 유연한 구성
기아에 2인 대표 체제가 자리잡은 건 2009년 정성은 전 부회장과 서영종 전 사장이 기아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다.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기아에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됐다. 다만 현대차처럼 '오너-생산-영업 혹은 재무'라는 안정적 구조만 이어진 건 아니었고 상황에 따라 유연한 구성을 보여줬다.
정성은 전 부회장은 기아차 해외생산기술센터장을 거친 생산기술 전문가다. 서영종 전 사장은 현대모비스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현대모비스에서 갤로퍼의 개발 및 생산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물 가운데 하나다. 당시 강성 노조문제를 원만히 처리해 노무관리 능력도 인정받았다.
기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형근 전 부회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장수 CEO가 거의 없는 현대차그룹에서 주력 계열사 기아를 7년이나 이끌었다. 이 전 부회장과 호흡을 맞춘 인물은 이삼웅 전 사장, 박한우 전 사장 등 2명이다.
이형근 전 부회장은 해외영업 전문가, 이삼웅 전 사장은 노무관리 전문가, 박한우 전 사장은 재무 전문가다. 기아에서 재무통이 대표이사로 선임된 건 박 전 사장이 처음이었던 만큼 상당히 이례적으로 여겨졌다. 당시 환율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내실을 위한 재무통의 역할이 필요했던 시기다. 2년여 뒤 현대차에서도 재무 전문가인 이원희 전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며 보기 드물게 현대차와 기아 대표이사를 모두 재무통이 이끄는 그림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 전 사장은 이후 노무관리 전문가인 최준영 부사장과 호흡을 맞췄다. 현재 박 전 사장이 물러난 자리를 송호성 사장이 채워 최 부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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