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소문난 잔치' SM엔터 분쟁, 주관사 삼성증권 셈법은총 수수료 30억, 사실상 공개매수 실패로 관계설정 '미지수'
김슬기 기자공개 2023-03-07 13:17:13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3일 09: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금융권과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분쟁을 꼽을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SM엔터의 경영권을 국내 최대 규모의 엔터기업인 하이브가 가져갈지, 기존 SM엔터 경영진과 의기투합한 카카오가 가져갈지에 관심이 모이지만 증권사들의 관심은 다른데에 있다.바로 SM엔터 경영권 분쟁에서 증권사가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다. 큰 장이 열린만큼 인수 주체들이 자문이나 공개매수 혹은 자금조달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 상황만 놓고 보면 하이브의 공개매수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가져갈 이익은 크지 않아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하이브 커버리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평이다.
◇ SM엔터 공개 매수수수료만 30억 책정…이유는?
지난달 10일 하이브는 SM엔터의 지분 595만여주, 발행주식총수의 약 25%를 공개매수한다고 공시했다. 매수가격은 12만원이었고 매수기간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일까지였다. 공개매수를 위한 사무취급자로는 삼성증권이 선정됐다. 세간의 관심이 모이는 딜인만큼 책정된 수수료 규모도 컸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대금으로 총 7100억원 가량을 쓰겠다고 했고 이를 기준으로 산정한 매수수수료는 3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결과적으로 하이브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삼성증권은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벌 수 있는 셈이었다. 단순히 금액 대비 수수료율로 따지면 0.42%다.
각 증권사별로 공개매수 업무를 투자은행(IB)에서 하기도 하고, 아닌 경우도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IB부문과 홀세일이 함께 공개매수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IB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은 최근 YTN 지분 매각 주관사 지위를 포기할 정도로 하이브 딜에 집중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최근 1년간 있었던 공개매수 현황을 보면 수수료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의 공개매수 규모는 2조원이 넘었고 매수수수료는 11억원선이었다. 수수료율로 보면 0.05%다. 해당 공개매수가 성공적이었던만큼 NH투자증권은 공시에 명시된 수수료를 모두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M엔터 공개매수에 높은 수수료가 책정된 것은 해당 건이 사실상 적대적 인수합병(M&A) 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이뤄진 공개매수는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이뤄졌지만 하이브 케이스는 사실상 적대적 M&A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자문 업무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수수료가 높게 책정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하이브·삼성증권, 향후에도 인연 이어나갈까
결과적으로 하이브와 삼성증권이 함께 진행한 공개매수가 미궁에 빠지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는 12만원이었으나 이후 SM엔터 주가가 12만원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공개매수 마지막날인 지난달 28일 종가는 12만7600원이었다.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유인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삼성증권의 공개매수 계약조건을 상세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단편적으로만 보면 하이브 공개매수에 들인 품에 비해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이번 공개매수 결과는 삼성증권 내에서도 극비일 정도로 참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개매수 이후 하이브의 행보에 따라 삼성증권의 역할도 확장될 수 있다는 평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공개매수라는게 사실상 증권사 입장에서는 서비스 개념과 비슷하다"며 "그동안은 공개매수 등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게 가장 크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례로 오스템임플란트는 공개매수를 위해 NH투자증권에서 총 1조7000억원의 차입을 했다. 8000억원(트랜치A)은 45일, 9000억원(트랜치 B1)은 6개월 만기로 가져간다. 최저고정금리는 연 6.5%다. 공개매수 수수료는 11억원이었지만 대출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보는 구조였다.
하이브 역시 추후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당장 하이브가 보유자금으로 SM엔터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현금소요가 막대한만큼 향후 금융기관 차입도 타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삼성증권에 유리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삼성증권이 공개매수 자체로 가져가는 수수료가 많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업계 생리를 보면 회사가 어려울 때 도와준 곳은 다른 방식으로든 보답을 받게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슬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이슈 & 보드]'10조 자사주 매입' 삼성전자, 과거와 다른 점은
- [이슈 & 보드]삼성전자 자기주식 매입, 허은녕 사외이사만 기권
- [이슈 & 보드]'시총 20조 목전' 메리츠금융, 돋보인 밸류업 결단
- [그룹 & 보드]정교선의 현대홈쇼핑, 밸류업 빠진 이유 '정체된 성장'
- [그룹 & 보드]'닮은꼴' 현대백화점그룹, 핵심지표 일제 상향 기대
- [그룹 & 보드]현대지에프 장호진 대표, 오너 일가 최측근
- [그룹 & 보드]지주사 전환 1년 현대백그룹, '밸류업' 원동력은
- [2024 이사회 평가]몸집 키우는 솔루스첨단소재, 이사회 점수는 '50점'
- [Board change]상장 닻 올린 롯데글로벌로지스, 이사회는 '완성형'
- [thebell interview]"커지는 이사회 역할, 사외이사 보상 현실화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