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인베스트먼트 3.0 밑그림] 김창규 단독대표' 체제 택한 우리금융, 배경은①피인수기업 기존 CEO 신임 '이례적'…30년 간 한우물 판 경험·전문성 인정한듯
이명관 기자공개 2023-03-09 08:28:31
[편집자주]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시작은 1981년부터다. 1.0 시대엔 공기업 성격이 짙었다. 1999년 민영화를 거치면서 2.0 시대가 열렸다. 출발은 증권사 내부 조직이었는데, 2008년 물적분할을 통해 KTB네트워크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로 간판을 바꿔 단 시기는 2021년 IPO 이후부터다. 1세대 VC 상징성이 큰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업력은 40년이 넘는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주며 업계 톱티어로 손꼽혀왔다. 우리금융에 인수된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우리벤처파트너스란 이름으로 새출발한다. 금융지주 계열로 편입된 이후 어떻게 도약할지 3.0시대 밑그림을 그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08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가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이후 기존 김창규 대표(사진)를 재신임한다. 추가적인 인사는 없을 예정이다. 이로써 다올인베스트먼트는 M&A(인수합병) 클로징 이후 공동대표 체제에서 단독대표체제로 전환한다.우리금융이 M&A 이후 기존 김 대표를 그대로 신임한 것은 벤처캐피탈(VC)이라는 업계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다올인베스트먼트에서 대표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펀드 규모만 6000억원에 육박한다. 지난해말 기준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전체 운용자산(AUM, 1조 4318)의 절반에 달한다. 김 대표의 신임에 더해 기존 운용인력도 그대로 승계될 예정이다. 우리금융이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운용역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다올인베 VC 전문성 높이 평가
8일 VC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기존 김창규 다올인베스트먼트 대표를 그대로 신임하기로 했다. 별도로 우리금융지주에서 추가적으로 대표를 내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다올인베스트먼트는 김 대표 단독대표체제로 운영된다.
기존 공동대표였던 신진호 부회장은 오늘 3월 임기를 끝으로 회사를 떠난다.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주인이 바뀌면서 신 부회장의 용퇴는 자연스런 수순으로 받아들여졌다.
신 부회장이 다올인베스트먼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1985년 다올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이후 37년여에 이르는 시간 동안 한 회사에만 머물렀다. 2008년 대표로 올라선 이후 15년 동안 다올인베스트먼트를 이끌어왔다.
대주주가 변경되면 이에 따라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사례는 빈번하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의 앞선 사례를 보면 M&A 이후 대부분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주사 출범 이후 동양자산운용(현 우리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현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아주캐피탈(현 우리금융캐피탈), 아주저축은행(현 우리금융저축은행), 국제자산신탁(현 우리자산신탁) 등을 인수했다.
인수 이후 동양자산운용 신임 대표에는 최영권 하이자산운용 대표를, ABL글로벌자산운용 대표에는 김동호 하나대체자산운용 전략투자본부장을 각각 선임했다. 모두 외부에서 선임된 인물이다. 아주캐피탈의 경우 박경훈 우리지주 전 부사장이 대표로 발탁됐다. 박 대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심복으로 불리는 인물로 M&A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국제신탁은 예외적으로 기존 이창하 대표를 재신임했다. 단 지주 출신 인물인 이창재 대표를 더해 공동대표 체제를 택했다.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중요한 신탁업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 같은 관점에서 '김창규 단독대표' 선택은 다소 이례적인 측면이 있다. 은행과 성격이 다른 벤처캐피탈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은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은행과는 다른다. 리스크가 높은 투자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곳이다. 모험자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에 김 대표가 다올인베스트먼트가 운용 중인 벤처조합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는 점도 고려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대표펀드매니저를 변경하기 위해선 해당 펀드 LP의 전원 동의가 필수다. 이에 더해 성과보수도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
김 대표가 대표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주요 벤처조합은 △KTBN 7호 벤처투자조합(약정총액 682억원) △KTBN 14호 벤처투자조합(53억원) △KTBN 16호 벤처투자조합(1950억원) △다올 2022 스케일업 펀드(3030억) 등이다.
◇1994년 합류 후 30년 만에 '단독대표'로
김 대표는 다올인베스트먼트 입사 30여년 만에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게 됐다. 김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경제학 석사를 거쳐 동남리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한 시기는 1994년이다.
그는 1994년 KTB네트워크의 전신인 한국종합기술금융에 입사했다. 이후 1999년 민영화 이후 KTB네트워크로 바뀐 뒤에도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벤처투자에 매진했다. 흥망성쇠를 함께한 셈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김 대표의 누적 투자금액은 2000억원에 이른다. 그는 IT벤처붐부터 버블이 꺼진 최악의 상황까지 직접 현장에서 겪으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구축한 그는 산업군별로 나타나는 패러다임 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기반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커다란 파급효과가 나오고 이때 기존에 각광받지 못했던 기업이나 서비스들이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같은 투자 노하우를 기반으로 김 대표는 벤처투자를 총괄하며 다올인베스트먼트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트랙레코드 첫 손가락으로 꼽히는 투자기업은 '배달의 민족'이다. 배달의 민족을 개발한 우아한 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5조원에 가까운 가격에 팔리면서 잭팟을 터트렸다. KTB네트워크는 투자 원금의 27배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투자한 금액은 22억6000만원 수준이지만 회수한 금액은 625억원 선이다.
김 대표 외에 박선배 전무, 신태광 상무도 다올인베스트먼트에서만 15년 이상 몸담은 베테랑이다. 10년 이상 동거동락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들은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에도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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