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3월 13일 16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낸스의 고팍스(스트리미) 인수가 금융당국의 신고수리라는 마지막 관문만 앞두고 있다. 늦어도 4월 내로는 최종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바이낸스는 단기간 성장한 거래소로 유명하다. 고객 니즈를 파악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2017년 설립 후 1년 만에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업계서는 원화거래소 중 점유율 최하위인 고팍스의 순위 상승이 가능할지, 또 업비트 독주체제에 대한 견제카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바이낸스, 고팍스 지분 80% 확보 가닥…인수 마무리는 신고 수리 완료 후

고팍스는 지난 3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를 제출했다. 등기임원 변경에 따른 수순이다. FIU는 검토를 진행한 후 접수일로부터 45일 내 수리 여부를 통지할 계획이다.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는 사업자 신고 완료 후 마무리된다. 기존 최대주주 이준행 대표를 비롯해 공동창업자들이 보유 중인 구주를 모두 인수할 예정이다. 2대주주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와 기타 주주들 지분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인베스트먼트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 구주를 모두 인수하고 전환사채(CB), 신주발행까지 이뤄진다면 바이낸스가 확보할 지분은 8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팍스는 지난해 5월 KB인베스트먼트, Z벤처캐피탈(ZVC), 디지털커런시그룹(DCG) 등으로부터 3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신고수리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이 고팍스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상 경영진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기 때문이다. 일단 바이낸스는 외국계 기업이 공략하기 어려운 한국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이준행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을 믿고 가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고팍스에서도 바이낸스 측 인사로 등기임원이 바뀌었지만 내부 경영과 관련한 사항은 전혀 변동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규제 촘촘한 국내 시장…바이낸스는 점유율 흔들 수 있을까

가상자산 업계서도 고팍스 인수를 통한 바이낸스 국내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인수완료 후 펼칠 바이낸스의 마케팅, 성장 전략 등에 이목이 집중된다. 바이낸스는 자체 가상자산인 바이낸스코인(BNB)을 발행하고 런치패드, 런치풀 등 서비스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거래소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했다.

런치패드는 유망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거래소가 선별해 자사 고객에게 사전 판매하는 형식의 거래소공개(IEO)다. 런치풀은 런치패드와 유사하지만 BNB를 스테이킹(예치)해 놓은 고객에게 보상 형태로 신규 종목을 지급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바이낸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펼치고 있는 마케팅과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소 코인 발행을 금하고 있다. 특히 바이낸스는 선물·마진거래를 통해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는데 국내서는 이 역시 불법이다.


일각에서는 바이낸스-고팍스 간 오더북 공유 가능성도 점쳤지만 이 역시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금융당국이 오더북 공유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은 거래소간 고객 신원 공유가 가능한 상황에서만 오더북 공유를 허용하고 있다.

업계서는 제약이 있더라도 바이낸스는 굳어져 있는 시장 점유율을 움직일 강력한 '메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바이낸스 글로벌에서 상장하는 종목을 동일하게 상장하는 것만으로도 고팍스에는 엄청난 유입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금력을 기반으로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의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