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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린 IPO 제도개선]법안 발의 코너스톤 제도…"선언적 수준 불과"②5년만에 첫발 뗐지만 입법성사·제도안착 갈길 멀어…'디테일'이 성패 가를듯

최윤신 기자공개 2023-05-03 13:54:43

[편집자주]

'변죽만 울리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IPO 제도 변경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허수청약을 타파하고 가격발견 기능을 키우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보여주기식’ 개편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더벨은 IPO 제도개선의 경과를 살펴보고 한계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7일 1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발표한 IPO 제도 개선안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의 도입이다. 지난 2018년 이후 도입 논의가 수차례 수면에 올랐지만 진전되지 못했는데, 이번엔 금융당국이 여당과 함께 입법 절차까지 돌입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크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어떤 모습이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발의된 개정안은 아직 선언적 수준에 불과해 ‘한국형 코너스톤 제도’의 도입까지는 치열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생각이다. 홍콩·싱가포르 등과 다른 특수한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세 차례 추진만에 입법절차 돌입까진 성공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과 증권신고서 제출 전 수요조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지난해 밝힌 IPO 제도 개선안 중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 내용들이 모두 담겼다. 발의 주체는 여당 의원들이지만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신뢰성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투자자에게 IPO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하고 일정 기간 보유하도록 하는 제도다. 2007년 홍콩 증시에서 처음 시행됐고,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증시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국내 도입 논의가 이뤄진 건 2018년부터다. 당시 한국거래소가 이 제도 도입을 사업계획에 담았지만 쉽게 진행을 하지 못했다. 2020년에는 금융위원회 차원에서 추진됐는데, 두 차례 모두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청약행위를 허용해야하기 때문에 법 개정이 필요했던 문제였는데, 법 개정을 본격 추진할 정도의 동력이 나오지 않은 게 주요 이유였다. 특정 기관투자자에게만 권리를 줘야하기 때문에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다수 제기된 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다시 해당 제도 도입에 불을 붙이자 시장에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특히 2020~2021년 공모주 대 호황기에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크게 늘어나며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여겼던 IPO 시장 플레이어들의 기대감이 컸다.

앞서 이뤄지지 못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발의까지 진행된 건 고무적이란 평가다. 앞선 두 번의 논의 당시엔 법안 발의까지도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 제도가 도입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심의 등 입법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가 특혜로 이어지기 쉽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제도와 관련한 디테일이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난한 논의과정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입법 절차 돌입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코너스톤 제도를 어떻게 도입하고, 부작용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는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법안 개정을 통해 도입하겠다는 선언적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봤다.

실제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특별한 내용은 없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 청약을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에 예외조항을 추가해 특정한 경우에 한해 허용하기로 하는 대전제를 담았다.


예외를 허용하는 자격과 요구하는 요건은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결국 해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령에 따라 제도의 효과와 파장이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IPO 시장 관계자는 “시행령이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유명무실한 법안이 될 수도 있고, 과도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 “결국 도입 자체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도입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누구에게, 얼마나’가 관건

IPO 시장 플레이어들은 한국형 코너스톤 제도 도입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코너스톤 투자자의 자격을 어디까지 줄 것인지가 관심사다. 코너스톤 투자자가 일반 수요예측 참여자에 비해 훨씬 많은 배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자격 조건이 까다로우면 특혜 논란이 일수도 있다.

반대로 자격조건이 너무 낮으면 기관과 주관사의 ‘짬짜미’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주관사와 투자자가 재투자 약속 등을 통해 시장을 왜곡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 코너스톤 투자자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홍콩에선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되, 시장 왜곡 행위를 엄격히 처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는 “우량 투자자에 대한 판단은 시장이 하는 만큼 자격요건을 너무 높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너스톤 투자자가 어느 정도의 보호예수를 약정해야 하는지도 논쟁의 여지가 있다. 홍콩에선 코너스톤 투자자에게 6개월의 보호예수가 적용되는데,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프리IPO 라운드 참여에 비해 메리트가 과도히 낮아지는 부담이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너스톤 투자는 결국 공모가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때문에 프리IPO 투자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며 “코너스톤 투자자의 보호예수 기간이 과도할 경우 우량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코너스톤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다른 제도의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과도한 공모주의 우선배정이 문제로 꼽힌다. 공모주 물량 배정과 관련된 제약이 거의 없는 해외와 달리 국내 공모주 시장은 코스닥벤처펀드와 하이일드펀드 등에 우선 배정을 해야 한다. 일반에 제공해야 하는 배정분까지 고려하면 기관투자가의 몫은 30%에 불과하다.

전체 발행주식수의 20%를 공모한다고 가정하면 코너스톤 투자자에 배정할 수 있는 물량이 최대 6%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우선배정 비율을 개선하지 않으면 해외 수준의 활성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홍콩의 경우 코너스톤 투자자가 전체 지분의 최대 10% 수준을 인수하는 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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