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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RA 영향 점검]LG화학, 모태사업보다 커지는 양극재 '존재감'⑥LG엔솔 수주 증가에 간접 혜택...대규모 외판 가능성, LFP 양극재 수요 등 호재

정명섭 기자공개 2023-05-08 07:19:36

[편집자주]

작년 8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은 국내 산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IRA의 세액공제와 보조금 지급 혜택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은 올해부터 최대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게 됐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등 산업 내 밸류체인에서 경쟁자인 중국이 배제된 점도 단기적으로 호재다. 반면 북미 지역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의 재무부담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더 격화될 전망이다. 더벨은 미국 IRA가 국내 관련 기업에 미칠 영향들을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14조4863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79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지만 전분기보다 314% 늘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을 제외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5286억원, 1410억원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별 실적을 보면 'LG화학'이라는 법인명이 무색하다. 모태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이 전분기에 166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이번 분기에도 50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축소됐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석유화학 업황이 둔화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적자 기조는 계속됐다.

그럼에도 회사가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양극재 등 이차전지 재료 사업이 포함된 첨단소재 부문의 성장 덕분이다. 양극재 덕에 LG화학이 석유화학 부문을 턴어라운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LG화학 첨단소재 부문 분기별 실적

1분기 첨단소재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조원가량 늘어난 2조56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이차전지 재료 매출 비중이 71%에 달한다. 1년 전만 해도 44%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빠른 성장세다. 첨단소재 부문은 작년 4분기에 고객사의 양극재 재고 조정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매출이 한번 꺾인 것을 제외하면 매 분기 성장했다.

현시점에서 LG화학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직접적인 혜택을 입었다고 보긴 어렵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한 덕에 첨단소재 부문이 성장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실제로 경쟁사인 포스코퓨처엠이 작년 8월 IRA 시행 이후 수십조원대의 양극재·음극재 장기공급 계약을 연이어 따내고 있는 것과 달리 LG화학은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7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에 203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분을 만들 수 있는 양극재 95만톤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 근래 체결한 계약의 전부다.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양극재 납품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소식은 아니다.

다만 IRA 발효 이후 LG에너지솔루션에 추가 이차전지 공급 요청, 사업 협력 제안이 급증하는 등 수주 모멘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LG화학에 호재다. LG에너지솔루션 설명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서 생산할 이차전지는 15~20GWh 규모이며, 2027년이면 200GWh를 넘어설 전망이다.

IRA로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속도가 붙으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 LG화학은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수의 글로벌 업체와 (양극재) 공급 조건을 협의하고 있어 올해 혹은 늦어도 내년 초에는 양극재 외판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완성차업체들이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가 모델에 리튬이온배터리 대신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를 탑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LG화학에 긍정적인 요소다. LFP는 중국 이차전지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여서 IRA를 충족하는 이차전지 셀·소재 공급처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LFP 중 95% 이상을 중국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LFP 양극재에 대한 공급 요청을 받아 현재 사업화를 검토중이다.

LG화학은 공급망 재편에 대비하는 등 먼 미래도 준비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4조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에 현지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이에 대한 연장선이다. 양극재의 경우 IRA상 핵심광물로 분류돼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나 일본에서 채굴·가공한 것을 이차전지에 사용해야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다. 반드시 미국에 생산거점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LG화학이 미국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는 건 고객사의 현지화 요청에 대응하고 IRA의 정책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IRA상 핵심광물 충족 요건이 계속 수정되고 있고 세제지원에 대한 예산 한도와 수취방법 등 세부 제반사항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미국 내 생산체제 구축'이라는 IRA 입법 목적에 맞게 현지에 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더 안전한 방법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1조2000억원을 들여 전구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전구체는 양극재 핵심 재료다. 양극재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LG화학의 목표다.

미국이 해외 우려국가(FEOC)에 대한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중국 기업과의 합작법인이 IRA 수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지만 니켈 등 원재료 소싱을 위해 화유코발트와 손을 잡았다. 정책적 리스크보다 공급망 안정화를 우선한 결과다. LG화학은 향후 IRA에 저촉되면 화유코발트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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