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이녹스그룹 부채통제 열쇠 '교환사채'③배당이익으로 자사주 지속매입…EB 발행으로 조달비용 절감
이민호 기자공개 2023-05-12 07:24:21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8일 14:4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녹스그룹이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자사주를 이용한 교환사채(EB) 발행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 이녹스그룹은 자사주를 비교적 낮은 가격에 꾸준히 매입해 이후 주가가 상승했을 때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EB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조달비용을 낮추고 부채비율을 통제할 수 있었다.◇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저비용 조달·재무건전성 유지 '열쇠'
이녹스그룹 지주사인 ㈜이녹스는 2017년 6월 FPCB용 소재, 반도체 PKG용 소재, 디스플레이용 OLED소재 등 IT소재부문을 인적분할해 사업회사 이녹스첨단소재를 신설하고 지주부문만 남겨 지주사로 재출범했다. 분할 직전 2016년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 76.3%로 우수했던 재무건전성은 분할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말 ㈜이녹스 부채비율은 23.8%이며 이녹스첨단소재는 19.3%다. 이는 2차전지 음극재용 원소재를 생산하는 이녹스에코엠과 2차전지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이녹스리튬 등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계열사를 성장시키기 위해 비교적 충분한 추가차입 여력을 확보하는 토대가 됐다.
재무건전성은 기본적으로 우수한 현금흐름이 바탕이 됐다. 사업회사인 이녹스첨단소재를 보면 분할 이후 매년 플러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내면서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이 1012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레버리지 전략도 주효했다. 특히 EB의 역할이 컸다. EB는 교환청구권이 행사되는 만큼 미상환잔액이 감소하면서 총차입금도 줄어든다.
전환사채(CB)의 경우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신주를 발행하기 때문에 대주주로서는 지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하지만 교환사채는 제시할 교환대상만 확보하고 있다면 대주주 지분율 유지가 가능하다. 교환대상으로는 일반적으로 발행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이나 발행사 자사주가 제시된다.
이녹스그룹이 EB 교환대상으로 이용한 것은 자사주다. ㈜이녹스는 2021년 4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30억원 규모 EB를 발행했으며 교환대상은 ㈜이녹스 자사주였다. 교환청구권은 발행 한 달 이후부터 행사가 가능했으며 발행 2년 만인 지난달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행사됐다.
㈜이녹스는 교환대상으로 제시된 자사주 59만2322주를 EB 발행 직전까지 꾸준히 장내에서 취득했다. 교환대상 자사주 물량은 당시 발행주식총수의 6.33%에 이르렀다. ㈜이녹스가 자사주를 이처럼 많이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주주정책과 관련이 있다.
㈜이녹스는 최근 수년간 배당을 실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대신 배당가능이익으로 자사주를 사모으는 방법을 택했다. 자사주는 매입 후 소각했을 때 주주가치 제고효과가 극대화되지만 매입만으로도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2010년대 초반에는 자사주를 매각해 운영자금 등으로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자사주는 최대한 낮은 가격에 많은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사주 매입가격이 곧 EB 조달비용이므로 매입가격에 낮을수록 조달비용도 낮아진다. ㈜이녹스의 EB 교환대상으로 쓰인 자사주는 2013년부터 매입이 시작돼 구체적인 평균매입단가를 알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이녹스 주가 추이를 보면 EB 교환가액으로 결정된 2만2000원보다는 현저히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EB 쿠폰금리(표면이자율)가 0%로 책정돼 이자부담이 없었다.
투자자로서는 일단 EB를 인수하면 주가가 교환가액보다 높을 때 교환해 장내매각으로 차익을 남겨야 한다. 발행사로서도 EB가 존속해도 당장 이자부담은 없지만 교환으로 총차입금을 줄이고 발행시장에서의 평판도 유지하려면 주가가 상승하도록 관리해줘야 한다. ㈜이녹스 주가는 올해 들어 한때 5만원을 웃돌기도 했으며 이번달 4일 종가는 4만400원으로 교환가액보다 높았다.
◇이녹스첨단소재 자사주 활용 판박이…자사주 재원으로 EB 발행
사업회사인 이녹스첨단소재도 EB를 활용한 방식은 ㈜이녹스와 유사하다. 이녹스첨단소재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021년 3월 219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이 EB의 교환대상도 이녹스첨단소재 자사주로 제시시됐다. 교환대상 자사주 주식수는 39만1267주로 당시 발행주식총수의 4.12%에 해당했다. 교환청구권 행사는 2021년 4월부터 가능했는데 불과 약 5개월 만에 교환이 모두 완료됐다.
이녹스첨단소재는 2017년 6월 분할에 따른 신설 이후 2020년까지 매년 1주당 0.03주의 미미한 주식배당(현물배당)을 실시한 반면 현금배당은 실시하지 않았다. 대신 ㈜이녹스처럼 배당가능이익으로 자사주를 사모으는 전략을 택했다. 이녹스가 2021년(69억원)과 지난해(88억원) 결산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는 했지만 이는 EB 발행으로 자사주를 소진한 이후다.
이녹스첨단소재도 출범 이후 꾸준히 자사주를 취득했다. 대부분 자사주가 EB 교환대상으로 제시됐으며 일부는 매각해 운영자금으로 이용했다. EB 교환가액은 5만6000원이었으며 교환청구권이 대거 행사됐던 2021년 6~8월 주가는 6만~9만원으로 형성됐다. 이후 그해 9월 주식발행초과금 49억원을 재원으로 이용한 무상증자를 실시했으며 현재 주가는 4만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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