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는 지금]네이버의 '컴퍼니빌더'…성장전략은 카카오 스타일①투자유치 적극, 빠른성장 구현…대기업 체제·스타트업 혁신성 '공존'
원충희 기자공개 2023-06-12 13:56:25
[편집자주]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는 카메라앱 하나로 시작했지만 잼라이브, 케이크, 제페토, 크림 등 차세대 신규 사업들을 분화하면서 '컴퍼니 빌더'로 부상하고 있다. 스노우와 그 자회사들의 성장전략은 네이버의 기존 공식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외부투자에 오픈된 자세로 빠르게 밸류를 끌어올리는 스타일은 오히려 카카오에 가깝다. 네이버와 다른 길을 가며 새로운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스노우와 그 자회사들의 성장 히스토리, 향후 목표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08일 11: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버는 안에서 육성하고 있는 사업부와 사내독립기업(CIC)을 분화해 자회사로 만들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워왔다. 자체 자금력이 충분한데다 계열사 지배력 확보를 위해 외부투자 유치를 지양했다. 기업공개(IPO) 사례도 극소수다. 그런 점에서 스노우의 자회사인 네이버제트, 크림, 케이크 등은 색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이들은 자신의 사업 장래성을 적극 알리고 외부투자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 투자시장 조달을 통해 기업가치를 확인했다. 이는 네이버의 기존 성장방식보다 오히려 경쟁사인 카카오에 가깝다. 네이버는 대기업화로 인해 의사결정 속도가 더뎌지고 혁신성이 사장되는 구조적 문제의 대안으로 스노우를 유망 스타트업을 키우는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로 활용 중이다.
◇스타트업 중간지주 역할, 기존 네이버 성장공식과 차별화
기업의 성장방식을 내부역량 제고의 오가닉(Organic)과 외부 M&A를 통한 인오가닉(Inorganic)으로 구분할 경우 네이버는 두 가지가 혼재된 형태다. 글로벌 메신저 관계사 라인(LINE)의 시작은 2006년 인수한 검색전문업체 '첫눈'이었고 왓패드와 포시마크 등 북미 콘텐츠와 커머스 업체를 인수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연구벨트 구축의 시작도 2017년 인수한 프랑스 AI연구소(현 네이버랩스 유럽)이다.
네이버웹툰,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클라우드 등의 자회사는 네이버 사업부가 분사한 곳이다. 네이버는 유망사업을 CIC로 육성하다가 홀로서기 역량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별도법인으로 독립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와 달리 분사와 함께 투자유치를 병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7992억원을 투자받은 네이버파이낸셜 정도가 예외인데 이 또한 실탄부족보다 제휴를 위한 혈맹의 목적이 더 강했다.
자체 자금여력이 좋은데다 외부투자에도 소극적인 탓에 IPO 니즈도 크지 않다. 네이버 해외 관계사인 라인이 2016년 7월 일본과 미국에 동시 상장했지만 일본 소프트뱅크 산하의 Z홀딩스(야후재판 모회사)와 경영통합 과정에서 2020년 자진 상장 폐지됐다. 라인게임즈가 IPO 추진을 공식화하고 북미 콘텐츠 계열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나스닥 IPO 추진을 천명한 것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런 점에서 스노우는 독특한 케이스다. 네이버가 지분 82.96%, 라인과 라인플러스가 각각 6.62%, 10.42%씩 가진 곳으로 네이버의 사실상 100% 자회사다. 하지만 네이버나 라인 브랜드를 쓰지 않고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망 서비스를 분사시켜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나 네이버 다른 계열사들과 달리 외부투자에 오픈된 자세다.
리셀 플랫폼 크림은 시리즈C까지 총 3406억원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는 총 3차례 2405억원을, 외국어 학습 앱 운영사 케이크는 시리즈A로 200억원을 투자유치했다. 투자자들은 주로 국내외 벤처캐피탈(VC)들이다.
◇대기업 체계-스타트업 혁신성 공존 위한 묘수
외부투자에 적극적이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와 사업 장래성을 인정받으며 고속 성장하는 스타일은 네이버보다 카카오의 성장공식에 가깝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안팎에서도 스노우 계열사들은 카카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키운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라인 계통이 아니면서도 네이버 브랜드를 쓰지 않는 것 자체가 기존 공식과 다른 방향으로 키우기 위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들은 스노우를 가리켜 컴퍼니빌더라 칭한다. 컴퍼니빌더는 '스타트업 지주회사' 혹은 서구권 표현을 빌려 '스타트업 스튜디오'란 개념이다. 내부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사업화시키고 같이 참여하며 재무·운영적 지원을 통해 육성하는 그룹 내 엑셀러레이터라고 보면 이해가 쉽다.
카카오 방식은 빠른 성장과 기업가치를 알릴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로 인해 '사공 많은 배'처럼 되는 경우가 생긴다. 지난 몇 년간 카카오 공동체를 둘러싼 각종 논란의 근원은 컨트롤타워 부재와 계열사 각자도생으로 인한 이해상충 문제다. 덩치는 대기업으로 커졌는데 시스템과 내부 마인드는 여전히 스타트업에 머무르는 인지부조화 탓이다.
앞서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네이버는 좀 더 중앙집권적 체제를 구축했다. 외부투자보다 자체 자금력을 통해 계열사들을 키우고 지배력을 확고히 갖췄다. 다만 이렇게 대기업화될 경우 보고체계 복잡화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렵고 이 과정에서 혁신적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CIC를 통해 이를 줄일 수 있어도 사내에 있다는 한계는 여전했다.
스노우는 그런 면에서 대안이 됐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서비스를 스타트업으로 분화하고 거느리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다른 색채 및 사내문화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크림, 케이크, 네이버제트 등은 외부투자에 열려있어도 스노우만큼은 사실상 100% 자회사로 유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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