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네이버 vs 카카오]글로벌 간 네이버, '고래 삼킨' 카카오[M&A]⑩네이버, 라인·왓패드·포시마크로 해외로 영토확장…엔터 'IP왕국' 세운 카카오
이지혜 기자공개 2023-06-29 13:06:5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7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규모와 방향성의 차이는 있지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수합병(M&A)으로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의 숙명 때문이기도 하다. 네트워크 효과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누리고 이용자가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으니 선구안과 발빠른 M&A로 성장엔진이 꺼지지 않도록 불을 지폈다.네이버가 M&A로 성장엔진을 발굴한 것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게임, 원큐, 서치솔루션을 인수하며 검색 포털로 인지도를 높인 네이버는 점차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현지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해 비유기적 성장을 도모했다. 네이버 사상 최대 빅딜로 꼽히는 왓패드와 포시마크 인수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한 데 이어 엔터사업을 강화하는 데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었다. 로엔엔터테인먼트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면서 카카오는 K팝(K-pop)의 강자로 우뚝 섰다. 카카오의 M&A를 놓고 세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하기도 한다. M&A로 전통 시장 강자를 삼켜서다.
◇네이버, 검색에서 출발해 메신저-AI-콘텐츠-C2C까지 글로벌 진격
2000년 7월 네이버가 한게임과 원큐, 서치솔루션을 인수했다. 한게임과 원큐는 네이버 주식 1주와 피인수기업 주식 4주를 교환했고 서치솔루션은 네이버 주식 15%를 주고 지분 40%를 받았다.
안정적 서비스 기반과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을 마련하고자 당시 이해진 사장과 김범수 한게임 사장이 의기투합했다. 벤처기업끼리 손을 잡았기에 우려의 시선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딜은 성공했다. 2001년 사명을 네이버컴에서 NHN으로 바꾼 이들은 2002년 코스닥에 상장, 2004년에는 검색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하며 다음을 제쳤다.
검색 시장에서 성장성을 확인한 네이버는 2006년 6월 신생 검색엔진기업 첫눈을 거금 350억원에 인수하며 세간의 이목을 다시 한 번 끌었다. 첫눈이 구글의 인수 제안을 뿌리치고 네이버에게 안긴 것도 뜻밖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첫눈과 시너지는 2010년 5월 일본의 포털이자 블로그에 특화한 라이브도어를 758억원에 인수하면서 극대화했다. 두 회사의 기술을 합쳐 일본에 라인 메신저를 출시했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됐다. 당시 전화가 무용지물이 되면서 SNS의 위상이 제고된 덕분이다. 이에 라인은 2016년 도쿄와 뉴욕 증시에 동시 상장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검색과 메신저에서 강력한 아성을 구축한 네이버는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7년 인수한 네이버랩스 유럽이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을 인수해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명명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등 미래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곳이다.
네이버는 전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일찌감치 초거대 AI모델을 개발한 기업으로 꼽히는데 네이버랩스 유럽이 기반이 됐다. 네이버가 8월 하이퍼클로버X를 공개하면 네이버랩스 유럽의 위상도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5월 인수한 왓패드와 올 1월 인수한 포시마크도 네이버의 이정표로 꼽힌다. 왓패드는 전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으로 인수규모가 6억 달러, 우리 돈으로 7000억원에 이른다. 포시마크는 미국 C2C(소비자 간 거래) 패션 플랫폼으로 1조7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왓패드는 내년 미국증시를 노리는 웹툰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내며 강력한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시마크로 대변되는 C2C사업은 네이버가 크림(KREAM)을 중심으로 아시아와 북미, 유럽까지 아울러 글로벌 시장을 개척, 선두주자를 노리는 분야다.
다시 말해 네이버가 검색엔진을 바탕으로 한국을 제패한 뒤 일본에서 메신저사업을 성공시키고 차기성장동력으로 AI와 해외 웹콘텐츠, C2C사업을 점찍어 육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로엔·SM엔터 ‘빅딜’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데 힘입어 영역을 넓혔다. 한때 이해진 의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이 ‘모바일 퍼스트’ 전략을 외치며 설립한 아이위랩을 모태로 2010년 9월 1일 카카오를 세웠다.
카카오는 포털에서 엔터, 커머스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M&A 전략을 썼다. 2014년 5월 26일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카카오 역사상 길이 남을 딜로 꼽힌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포털업계 부동의 1위였던 기업을 카카오가 삼켰다.
당시 포털 다음의 기업가치는 1조590억원이었다. 표면상 다음이 카카오를 흡수했지만 실질적으로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해 우회상장하는 것이었기에 ‘고래가 새우를 삼킨 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다음은 카카오의 사내독립기업(CIC)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으로 포털 경쟁력을 확보한 카카오는 엔터와 커머스부문을 점찍어 키웠다. 카카오가 엔터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M&A에 쓴 돈은 4조원이 넘는다.
2016년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갑자기 음악사업에 손을 대는 것을 놓고 내부의 반대 여론도 만만찮았지만 이는 카카오의 강력한 성장동력이 됐다. 멜론의 안정적 구독 매출을 기반으로 카카오의 현금흐름까지 좋아졌다.
뒤이어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주체로 2021년 7월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각각 인수했다. 우리 돈으로 1조1000억원 규모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는 올 3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지분 40%가량을 1조4000억원에 인수할 때도 나왔다. 엔터업계에서는 신생이나 다름없는 카카오가 ‘K팝 명가’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해서다.
커머스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M&A도 지속했다. 2021년 4월 카카오는 현금을 쓰는 대신 사업부를 쪼개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그재그(크로키닷컴)를, 그해 12월 1800억여원을 들여 그립컴퍼니를 인수했다. 지그재그는 내 1위 여성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그립은 국내 1호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인데 카카오가 이 둘을 인수해 커머스사업을 강화한 것이다.
카카오의 M&A 전략은 네이버보다 공격적인 편이다. 왓패드와 포시마크 인수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는 투자기조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김범수 의장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김 의장은 2021년 사내 간담회에서 임직원에게 “기회를 잡으려면 새로운 회사가 나왔을 때 빨리 인수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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