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뉴 LG 5년]구광모 체제서 질주하는 '배터리·전장'②수십년 투자 성과 가시화...OLED TV 시장 개화도 호재
정명섭 기자공개 2023-06-30 09:26:39
[편집자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5주년을 맞이했다. 2018년 취임 당시 만 40세의 신임 총수는 세간의 우려에도 본인만의 경영철학을 구축해왔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구조를 재정비해 시가총액 3배 성장이라는 성과를 냈다. 향후 5년은 더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도전을 예고했다. 더벨은 구 회장의 지난 5년의 성과를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29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최근 경영진에게 주문하는 건 '사업 경쟁력' 강화다. 지난 5월 말 열린 LG그룹 사장단 협의회에서 "변화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이야말로 그룹이 생존하는 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그런 면에서 구 회장은 시기를 잘 만난 편이다. LG그룹이 수십 년간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이차전지와 자동차 전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에서 성과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들은 '구광모호'의 현재를 지탱함과 동시에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발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돈 먹는 하마'에서 '캐시카우' 된 이차전지
배터리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해도 연매출을 전년 대비 25%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점유율 1위(중국 시장 제외), 누적 수주 385조원(2022년 말 기준) 같은 성과를 종합하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돌아보면 이차전지가 '효자'가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구 회장이 부임한 이후인 2018년 4분기에 깜짝 흑자전환을 달성한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가 2020년 2분기부터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현금을 벌어온 지가 불과 3년여밖에 안 된 셈이다.
1992년에 처음 연구가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이차전지는 LG그룹에게 '돈 먹는 하마'나 다름없었다. 2005년에는 2000억원의 적자를 내자 사내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선구안과 집념이 없었다면 지속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구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2019년 LG화학의 1조1000억원 규모 R&D 투자 중 이차전지에 30%를 쏟아붓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친환경 기조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이차전지 공급 요청이 쏟아졌다. 폴란드 공장 수율 안정화와 원가 구조 혁신 노력도 덩달아 빛을 보기 시작했다.
LG화학은 2020년 12월 전지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다. 당시 LG화학은 전기차 시장 급성장으로 연간 3조원이 넘는 자본적지출(CAPEX)을 감당해야 했다.
구 회장은 '믿을맨'인 권영수 부회장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기용해 작년 초에 기업공개(IPO)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때 조달한 10조원은 가장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북미 전기차 시장 공략을 투자에 사용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 미시간 단독 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GM 합작 공장의 경우 2·3공장까지 건설 중이다. 이외에도 현대차와 스텔란티스,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와 생산공장 확충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이면 북미 지역 내 생산 능력이 250~26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세계 최대 규모다.
◇구광모 '승부수' 전장 사업도 연간 첫 흑자...올해 매출 10조 돌파 기대
구광모호에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또 다른 사업은 자동차 전장이다. 공교롭게도 전장 사업 또한 구 회장이 부임한 이후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LG전자의 전장 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부문은 지난해 처음 연간 흑자(1696억원)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조6496억원으로 LG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 자릿수(10.4%)로 뛰어올랐다. 올해는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의 전장도 이차전지처럼 인고의 세월을 보낸 끝에 빛을 본 사업이다. LG전자는 2003년에 차량용 오디오로 첫발을 뗐다. 이후 2013년에 LG CNS의 자회사인 V-ENS를 인수하고 VC사업본부를 신설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VS사업본부는 현재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자회사 ZKW의 차량용 조명 시스템, 합작법인 'LG 마그나 e파워트레인'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삼각편대를 앞세우고 있다.
이 중 마그나와의 합작사 설립은 구 회장의 승부수다. 마그나는 캐나다 소재의 글로벌 3위 전장 회사다. 구 회장은 합작법인 설립에 5020억원을 투자했다. 이 법인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터, 인버터, 차량 탑재형 충전기, 구동시스템 등을 생산·공급한다.
현재 인천, 중국 난징 공장을 가동 중인데 올해 하반기에 멕시코 공장이 가동되면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 공장은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되는 모터와 인버터 등을 생산한다.
이외에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수년간 공을 들여온 OLED TV도 '구광모 체제'에서 질주할 수 있는 분야로 손꼽힌다. OLED 패널에 보수적인 글로벌 경쟁사들도 주력 제품으로 OLED TV를 출시하는 등 관련 시장이 개화하는 모양새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OLED TV 출하량은 73만8000대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다.
재계 관계자는 "수십 년간 LG가 집중해 육성해 온 배터리, 자동차 전장, OLED 등 사업이 한 단계 성장해 가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도전을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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