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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JV 돋보기]HD현대오일뱅크 '탈정유' 열쇠 쥔 현대쉘베이스HD현대그룹 편입 후 첫 외부합작…윤활기유 담당, 유가변동성 보완

김동현 기자공개 2023-07-05 07:21:25

[편집자주]

해외 기업과 합작사(JV)를 설립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핵심 기술 확보, 비용절감, 원자재 내재화 등 여러 사업적 요소들을 고려한 끝에 양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JV를 설립·운영한다. 우리나라 후방산업을 책임지는 석유화학·소재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원재료 내재화를 통해 생산 밸류체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선진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더벨이 국내 석유화학·소재 기업의 JV 설립 배경, 전략 등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3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유업계를 관통하는 공통된 고민은 유가변동성에 취약한 정유 사업을 보완할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지난해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정유업이 호조세를 보이긴 했으나 예상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늘 따라붙었다. 이에 정유업계는 원유를 들여와 정제해 판매하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석유화학, 에너지 등으로 눈을 돌렸다.

이러한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HD현대오일뱅크 역시 국내외 기업들과 힘을 합쳐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범위를 차츰차츰 넓혔다. 이중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합작한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HD현대오일뱅크의 외부 합작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HD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공정에서 나오는 잔사유를 원료로 윤활기유(윤활유 완제품의 원료)를 생산하는 업체다. 윤활기유는 대표적인 수익사업의 하나로 평가받는데 이를 입증하듯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2014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 이후 단 한번의 적자도 기록하지 않으며 모회사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룹 편입 후 첫 합작, 비정유 사업 속도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HD현대오일뱅크가 현대중공업(현 HD현대)그룹에 다시 편입된 후 설립한 첫 외부합작사다. 1999년 해외 자본에 넘어간 지 11년 만인 2010년 다시 현대중공업그룹 품에 돌아온 HD현대오일뱅크의 신임 경영진이 낮은 이익률의 정유업을 보완할 신사업을 찾던 시기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꾸려진 신사업팀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시작했고 이때 낙점된 사업이 윤활기유 사업이다. 지금도 윤활기유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앞으로의 고성장을 예상하며 SK·GS 등 대기업 석유화학·정유 계열사가 사업을 이미 확장하고 있던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뛰어든 HD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선 기술력을 단번에 확보할 방안으로 해외 합작사 설립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약 1년여의 기술·생산 협상 끝에 HD현대오일뱅크는 쉘과 함께 2012년 현대쉘베이스오일(현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를, 쉘이 40%를 각각 출자했고 이 비율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현대쉘베이스오일 설립 전까지 현대자원개발(2011년·자원개발), 현대오일터미널(2012년·원유 저장) 등을 외부와 합작해 세우긴 했다. 다만 현대자원개발은 HD현대그룹 계열사 4곳이 출자해 설립한 곳으로 당시 HD현대오일뱅크의 지분은 15% 뿐이었으며 현대오일터미널의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지분 30%를 투자했으나 2016년 HD현대오일뱅크가 해당 지분을 사 왔다.

HD현대그룹 편입 이후 사실상 첫 외부 합작 사례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꼽는 이유다.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설립 이후 충남 대산정유공장 부지에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14년부터 연산 65만톤 규모의 윤활기유 공장을 가동했다.

공장 가동 후부터 본격적인 매출과 수익을 내기 시작한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지금까지 단 한번의 적자도 내지 않으며 정유업 변동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특히 HD현대오일뱅크가 영업손실 6258억원(별도기준)를 기록한 2020년에는 1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당시 HD현대오일뱅크의 합작사(현대케미칼·현대OCI·현대코스모) 중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강달호·문종박·주영민, 현대쉘을 거친 인물들

HD현대쉘베이스오일이 신사업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던 만큼 HD현대오일뱅크의 전략을 담당하던 주요 인물들이 거쳐갔다. 중앙기술연구원장을 맡던 강달호 전무가 초대 대표이사를 맡았고 주영민 전략·지원부문장(상무), 송명준 경영기획팀 및 석유화학신사업팀 담당(상무)이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다.

이후 2014년 1월 문종박 기획조정실장 겸 글로벌사업본부총괄이 잠시 대표를 맡았다가 그해 10월부터 2019년 초까지 5년 동안 주영민 사장이 대표직을 수행했다. 강달호·문종박·주영민 사장은 HD현대쉘베이스오일을 거친 이후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주영민 사장의 경우 HD현대쉘베이스오일 최장기 대표이기도 하다.

최근 2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운영되던 HD현대오일뱅크 몫의 HD현대쉘베이스오일 이사회 구성은 올해 4월 변화했다. 송규석 대표는 그대로 자리에 있고 HD현대오일뱅크 몫의 기타비상무이사 2명이 모두 바뀌었다.

새롭게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한 인물은 조휘준 윤활유사업본부장(전무)과 서석현 최적운영실장(상무)이다. HR부문장으로 보직을 옮긴 형성원 상무와 상해법인장으로 간 문장주 상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함이다. 두 임원이 기존 HD현대오일뱅크에서 담당하던 보직은 각각 기획부문장과 원유트레이딩팀장이었다.

이번에 윤활유사업본부장과 최적운영실장을 HD현대쉘베이스오일 이사회에 새롭게 합류시키며 사업 운영에 보다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정유업의 일시적 호조세가 올해 꺾이는 분위기 속에서 HD현대오일뱅크 비정유 사업의 선봉격인 HD현대쉘베이스오일의 수익성을 되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연 생산능력이 100만톤까지 확대된 HD현대쉘베이스오일은 2021년에 최대 실적인 매출 1조1359억원, 영업이익 301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재고자산매입액이 전년 대비 43%(약 3500억원) 증가하며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매출이 1조3000억원으로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1258억원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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