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보험공사 3.0]새 경영 비전…보호한도 인상 논의 속 역할 '확대'①취임 1년차 유재훈 사장의 경영 비전, 위기 선제적 관리·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김서영 기자공개 2023-07-17 08:06:00
[편집자주]
예금보험공사가 올 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 과정에 돌입했다. 예보는 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예금보험 1.0' 시기와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예금보험 2.0' 시기를 거치며 역량을 강화해왔다. 지난해 취임한 유재훈 사장은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을 발전시키는 '예금보험 3.0' 경영 비전을 꺼내 들었다. 올해 하반기 예금보호한도 상향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예보도 그에 맞는 준비에 나섰다. 더벨이 변화를 앞둔 예보에 대해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14: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예금보험 3.0'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기본 책무인 '예금자 보호'를 뛰어넘어 '금융 소비자 보호'로 예보의 역할을 확장하자는 경영 비전이다. 예보는 금융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금자 보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때 마침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은 예금자보호한도를 기존의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다음 달 말 논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2001년 이후 23년째 5000만원에 머물러 있는 보호 한도를 지금의 경제 규모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예보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질 전망이다.
◇ 위기 때마다 진화한 예금보험공사
예보는 올해로 설립 27주년을 맞았다. 1995년 12월 예금자 보호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6월 예보가 설립됐다. 1997년 1월 예금보험업무를 개시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4월 예보 설립 이후 처음으로 보험료를 수납했다.
예보는 설립 후 숨돌릴 새 없이 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닥뜨렸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사후적으로 부실을 정리했던 기간을 '예금보험 1.0' 시기로 정의한다. 당시 정부는 200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예금 전액을 보장하는 금융시장 안정책을 발표했다.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예보는 1998년 1월 3조원 규모의 예금보험기금채권을 발행했다. 제일·서울은행에 경영 정상화 자금을 지원했다. 1998년 4월에는 각 금융권의 예금보험기금을 통합해 통합예금보험공사로 재탄생했다. 통합예보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뱅크런 사태를 방지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IMF라는 유례 없는 금융위기 속 예금자 보호를 위한 공적 역할은 오히려 강화됐다. 2003년 1월 '신예금보험기금(신기금)'이 출범했다. 부보금융회사가 내는 보험료로 운영되는 기금을 별도로 칭한 것이다. 2009년에는 목표기금제를 시행, 금융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성을 제고했다. 또 같은 해 '차등보험료율'을 도입해 부보금융회사의 위험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해 부실화를 사전 예방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예금보험 2.0' 시대는 위기 속에 막을 올렸다. 바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00년 초반 성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PF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원리금 상환을 하지 못하며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부실화가 심각해졌다. 2015년까지 모두 31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다.
예보는 예나래저축은행, 즉 가교저축은행을 설립했다. 제3자 계약이전(P&A) 방식을 변형해 예보가 자본금을 내고 설립한 가교은행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예나래저축은행의 활약으로 2011년에 시작된 저축은행 대규모 구조조정은 4년 만에 마무리됐다.
저축은행 사태로 예보는 2014년 5월 예금자보호법을 개정해 금융감독원에 쏠려 있던 금융사에 대한 검사권을 나눠갔게 됐다. 선제적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깨달은 예보는 이때부터 전체 부보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차등보험료율 제도를 도입했다.
◇예금 보호를 넘어 금융 소비자 보호 시대로
유재훈 사장표 '예금보험 3.0' 경영 비전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식 언급됐다.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하반기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예보 역할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유 사장은 "사후 부실 정리 위주의 기능에서 나아가 제도적으로 금융소비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금융계약자 보호기구로의 발전을 지향한다"며 "예금보험제도 본연의 기능 고도화, 예금보호 대상 금융상품의 확대, 금융회사 파산을 전제로 하지 않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3개의 핵심축"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맞는 예보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예금 보호한도 조정도 언급했다. 또 목표기금 수준과 차등보험료율제도를 고도화시켜야 하며 사전 금융안정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또 예금성을 지녔음에도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원금 보장상품이 보호 대상으로 편입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 부보금융회사 파산 시 유가증권 손실 보호와 불완전 판매 피해 등에 대한 보상 방안도 고민하겠다는 방침이다. 영국 사례처럼 연금·상조 서비스와 주택금융까지 보호하는 안도 제시했다.
끝으로 △예금보험표시제도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 △예보 아카데미(파산·정리 실무 및 배임·횡령 방지) 등 차별화된 금융 소비자 보호 기능을 발전시키고 인프라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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