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바이오텍의 생존전략]'상장 후 유증만 4번' 알테오젠도 못 넘은 수익성 고민'6조 L/O' 국내 최고 트랙레코드에도 자생력 확보 미흡… 펀드레이징 무게 전 업권 짓눌러
최은수 기자공개 2023-08-01 12:50:47
[편집자주]
바이오벤처는 2000년대 들어 출현했다. 1990년대 벤처 붐 이후 10년여가 흐른 시점이다. 업계는 이들을 1세대 바이오텍이라고 부른다. 벤처 선봉에 섰던 IT 붐은 '버블'이라는 이름으로 옥석가리기가 이뤄졌다. 하지만 바이오벤처는 20여년째 아직도 벤처 이름표를 달고 '생존' 중이다. 이제 1세대 창업주들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한다. 매각, 아이템 변경 등 전략도 제각각이다. 전환점에 선 1세대 바이오텍의 전략과 방향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8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테오젠은 2008년 설립 후 플랫폼 기술력을 앞세워 7조원에 육박하는 라이선스 아웃(L/O) 성과를 냈다. 과거 대비 L/O가 시장에서 갖는 무게감은 줄어들긴 했지만, 알테오젠이 그간 거둔 성과는 여전히 국내 바이오텍 역사를 훑어도 으뜸 축에 꼽힌다.알테오젠은 L/O 선급금만으로 2년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규모와 질을 놓고 볼 때 비견할 국내 바이오텍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알테오젠조차 결과적으로 상장 후 네 번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상장 10년차를 앞두고 수익에 대한 고민을 놓지 못했다. 이는 바이오텍 업계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플랫폼으로 이른 시기 수익 창출했음에도 막지 못한 4번의 유증
알테오젠의 사업화 성과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빠르게 구체화된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상장 전으로 거슬러가면 성과는 주로 바이오시밀러에서 나왔다. 2010년 CJ제일제당(인성장호르몬 바이오베터)을 시작으로 2011년 브라질 소재의 크리스탈리아사(엔브렐, 허셉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2014년 일본 키세이제약(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등이었다.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임상개발에 나서는 통상적인 바이오텍의 상업화(commercialize) 전략과는 달랐다. 상장 이후에도 혁신신약은 잠시 내려놓고 제형을 바꾸거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고객의 구미를 당기는 사업을 폈다. 국내 바이오텍으로선 드물게 2019년부터 2년 연속 영업흑자를 내는 기염을 토한 비결이다.
알테오젠이 본격적으로 매출을 내는 바이오텍으로 자리잡은 시기는 상장 6년차를 맞은 2019년부터다. 해당 연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90억원대의 매출액(이하 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3분의 2가량은 약물의 제형을 피하주사(SC)형으로 바꾸는 플랫폼 기술 'ALT-B4'의 기술용역, 즉 라이선싱을 통한 수익이 차지했다.
알테오젠의 지금까지의 총 계약규모는 반환 의무가 없는 기술료를 포함하면 한화로 7조원에 근접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수취한 금액은 한화로 700억원을 넘어섰다. 사업 성과로만 살펴보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화려한 기술계약 성과의 이면엔 상장 이후 총 다섯 번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자리해 있다. 알테오젠은 2013년 공모를 통해 약 230억원을 조달했는데, 이를 제외하고도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1470억원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알테오젠의 기술료 수령 총액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상장 후에도 계속되는 펀드레이징 부담… 수익성 의문부호 결국 업계 족쇄로
알테오젠의 경우 몇 차례의 증자에 기술료 수익이 더해진 덕에 그나마 양호한 재무 체력을 갖추고 있다. 올해 1분기말 기준 약 1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연 평균 지출하는 연구개발(R&D) 비용과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 등을 고려하면 수 년 간 개발 단계를 심화하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대부분 십수년 이상의 초장기적인 호흡으로 진행되는 신약개발 관점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알테오젠 역시 다른 이벤트나 추가 기술료 유입이 없으면 또 자금조달 시장의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사업 성과를 낸 바이오텍도 녹록지 않은 상황에 처한 점은 다른 바이오텍의 처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단초다.
작년 국내 바이오텍이 발행한 메자닌 규모만 2조원을 넘었던 점도 많은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침체와 시장 위축 속에서도 2021년(2조3814억원)에 이어 다시금 자본시장에서 2조원 대의 자금을 끌어왔다. 일면 선전한 결과로 보이나 이 역시 아직 섹터가 자생할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수익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결국 업계를 짓누르는 족쇄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동성 확보 채널을 갖춘 상장 바이오텍과 달리 비상장 바이오텍들은 당장 조달 절벽에 직면한 게 일례다. 한때 2조원에 육박하던 비상장 바이오벤처 펀딩액은 작년 들어 1조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1조원조차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거둔 상장 1세대 바이오 벤처라 하더라도 마일스톤 유입 등으론 신약 연구개발(R&D)을 포함한 지속 성장 가능 모델을 구축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라며 "시장의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큰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혁신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눈물겨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딜레마가 적잖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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