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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의 ‘품격’ [thebell note]

이영호 기자공개 2023-08-25 08:09:08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만큼 ‘공개매수’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 해가 있었을까. 수년간 기업 이슈를 취급하고 있지만 좀처럼 접하기도 어려웠다. 올 들어선 공개매수란 말을 심심찮게 접하고 있다.

올해는 내년 의무공개매수제 시행의 프리뷰 성격을 띤다. 공개매수는 대주주 물량은 물론 소액주주 지분까지 동일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매입하는 프로세스다.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다. 인수자는 거래소에 제반사항을 신고해야 하고 넉넉한 투자금도 준비해야만 한다. 인수자가 높은 이자율과 적잖은 수수료를 감내하며 브릿지론을 끌어오는 이유다.

또 인수 평단가와 기업가치와 같은 딜 디테일이 그대로 노출된다. 잠재 인수비용이 늘어나는데다 실패 위험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공개매수로 발생할 외부 이슈까지 통제해야 한다. 거래 난도는 폭증한다. 인수자는 온갖 리스크를 짊어진 채 전쟁터에 뛰어든 격이다.

공개매수가 성황리에 마무리되더라도 끝난 것은 아니다. MBK·UC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최근까지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소액주주의 오스템임플란트 정리매매 동참을 호소했다. 이미 자진상폐가 확정된 시점이다. 대주주로선 정리매매 참여도가 높아도 얻을 이익은 미미했다. 소액주주 이슈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였다. 번거로운 길을 택한 셈이다.

루트로닉 공개매수는 현재진행형이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세 번째 공개매수에 나섰다. 두 번의 공개매수로 90%에 이르는 지분을 확보했다. 자진상폐를 목표로 유동 물량을 ‘영끌’하고 있다.

통상 M&A에선 대주주 구주만이 거래대상이다. 상장사 딜 역시 마찬가지다. 정당한 거래다. 다만 이 여파로 주가가 출렁인다. 소액주주는 피해를 보기 십상이다. 대주주만 M&A 수혜를 독식한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M&A 시장 주역인 프라이빗에쿼티(PE)도 이 비판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공개매수의 주요 명분은 소액주주 권리보호다. 물론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작년 맘스터치와 올해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공개매수 종착점은 자진상폐였다. 공개매수는 자진상폐 필수 관문이다. 비공개기업 전환은 재매각을 노리는 PE에 득이다.

전략상 선택이라 하더라도 MBK·UCK, 한앤컴퍼니의 공개매수 결단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소액주주는 M&A 수혜를 함께 향유할 수 있었다. 세 하우스는 가지 않아도 될 어려운 길을 택했다. 업계 리더다운 품격이다. 앞으로 상장사 인수자들이 따라가야 할 시범 케이스를 보여줬다.

올해 상장사 M&A는 활발하다. 다만 ‘비공개’ 매수가 주류인 게 현실이다. 앞서 SKC는 ISC 대주주 지분을 매입하며 주인 자리를 꿰찼다. 미용 의료기기 업체 ‘이루다’는 원매자 인수 타진을 검토 중이다. 상장사 간 거래인 솔브레인의 디엔에프 인수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들 딜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 지 지켜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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