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8월 24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웹젠과의 소송전에서 승리하며 다양한 전리품을 챙겼다. 가장 가치 있는 전리품은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의 무분별한 확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최근 리니지 라이크 난립으로 대표작 '리니지' 위상이 흔들리던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게 대책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임 서비스 중단 명령, '리니지 라이크' 난립 억제하나

엔씨소프트가 1심 승소로 얻은 경제적 이익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웹젠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1심에서는 손해배상 범위로 불필요하게 다투지 않기 위해 10억원만을 요구했다. 다만 1심에서 승소한 만큼 항소심에서는 구체적인 피해액을 기반으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리니지M과 유사성이 존재하는 웹젠의 모바일게임 'R2M' 서비스 중단 명령까지 이끌어냈다. 물론 웹젠이 1심 판결에 불복해 가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R2M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서비스 중단을 우려하는 일부 R2M 이용자가 리니지M으로 유입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나아가 리니지 라이크 난립을 억제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타사 게임을 함부로 모방하다가는 법원으로부터 게임 서비스 중단이라는 고강도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게임 서비스 중단이라는 위험을 감내하면서까지 리니지를 모방할 경쟁사는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재판부에서 게임 구성요소(시스템, 조작방식, 인터페이스, 수익구조 등)를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성과물로 인정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그동안 저작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장르적 유사성이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게임 구성요소를 모방하던 관습이 점점 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동장벽 다시 높아진 리니지, 옛 위상 다시 되찾을까

리니지 라이크는 엔씨소프트가 안고 있는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리니지 라이크 난립으로 인해 핵심 매출처인 리니지 위상에도 서서히 금이 가고 있어서다.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이 늘어나면서 리니지 이용자가 이탈했다는 시각이다. 리니지와 구성요소까지 비슷한 만큼 이용자가 느끼는 이동장벽도 높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엔씨소프트 매출을 책임지는 핵심 게임은 리니지M과 리니지2M, 리니지W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동기대비 매출 변동폭을 살펴보면 △리니지M +0.3% △리니지2M -39.5% △리니지W -62.2%로 나타났다. 리니지2M과 리니지W 매출이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중에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리니지 IP 게임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실적 관련해서 리니지 라이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앞으로의 관심사는 이번 판결에 따른 리니지 매출 변화 여부다. 시장에서는 급격한 추세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우선 R2M 이용자 이탈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시 3년이 지난 게임인 만큼 이용자 충성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설령 이탈한다고 해도 리니지M으로 유입되는 규모가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닐 것으로 분석한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리니지 라이크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리니지 라이크가 점점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만큼 리니지 시리즈 실적 안정성은 계속해서 나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