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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저작권 소송 나비효과]엔씨소프트, '부정경쟁방지법' 덕분에 웃었다①1심에서 웹젠 상대로 승소, '리니지M' 저작물 아닌 성과물로 인정

황선중 기자공개 2023-08-24 14:11:21

[편집자주]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리니지M' 저작권 분쟁 소송 1심 결과가 나왔다. 게임 저작권을 간접적으로나마 보호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동안 '리니지 시리즈' 시스템과 수익모델을 모방한 게임업계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평가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게임 저작권 분쟁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번 법원의 판단이 가져올 나비효과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게임 저작권 관련해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인기 모바일게임 '리니지M'을 둘러싼 저작권 소송에서 법원이 저작권자인 엔씨소프트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리니지M 고유의 게임 시스템 자체를 저작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랜 시간 정성을 쏟아 만든 성과물인 만큼 법적으로 보호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나비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우선 법정공방 상대였던 웹젠은 게임 서비스 중단이라는 '고강도 철퇴'를 맞게 됐다. 그만큼 시장에서는 여타 게임 저작권 소송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국내 게임 저작권 인식이 한층 개선되는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엔씨소프트, 저작권 소송 2년 2개월 만에 1심 '승소'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1부는 지난 18일 엔씨소프트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모바일게임 '리니지M'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웹젠이 원고 엔씨소프트에 손해배상금 1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문제가 됐던 웹젠의 모바일게임 R2M에 대해선 서비스 중단을 명령했다.

법정공방의 시작은 2021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웹젠의 모바일게임 R2M(2020년 8월 출시)이 자사 모바일게임 리니지M(2017년 6월 출시)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아이템 강화 같은 리니지M 고유의 시스템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을 웹젠이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리니지M의 아이템 강화 시스템

엔씨소프트가 내세운 법적 무기는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부경법)'이었다. 웹젠이 R2M을 개발하면서 자신들의 독창적 저작물인 리니지M 주요 시스템을 무단으로 차용하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당한 것이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논리였다.

반면 웹젠은 장르적 유사성을 강조했다. 리니지M 주요 시스템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대규모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M과 유사하다고 문제 삼은 R2M 일부 시스템을 수정한 만큼 저작권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저작권법 아닌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승기 잡아

재판부는 일단 저작권법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니지M 주요 시스템 역시 다른 게임에 존재하던 시스템을 변경한 것인 만큼 저작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모바일게임 특성상 작은 휴대폰 화면에 많은 기능을 담아야 하는 만큼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성과물로는 인정했다. 엔씨소프트가 그동안 리니지M에 1000억원 넘는 개발비를 쏟았다는 점에서 리니지M 주요 시스템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다른 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하긴 했지만, 리니지M만의 고유한 부분도 존재한다고 했다.

나아가 웹젠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는 주장까지 받아들였다. 직장 인증이 필요한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폭로글부터 R2M 일부 이용자들이 게임상 재화 '골드'를 '아덴'(리니지M 재화)으로 부른다는 점까지 근거로 내세웠다. 웹젠이 R2M 일부 시스템을 수정한 것도 미세한 변경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정리하자면 재판부는 웹젠이 저작권법을 위반하진 않았지만,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해 엔씨소프트에 피해를 끼쳤다고 봤다. 그만큼 엔씨소프트가 청구한 R2M 서비스 종료와 손해배상금 지급을 모두 인용했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1심 판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항소 의지를 내비치는 만큼 법정공방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기업의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IP) 및 게임 콘텐츠의 성과물 도용에 대한 불법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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