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환불 러시' 트립비토즈, 플랫폼 3위 입성 '저력' ①소비자 친화 정책 입소문, '최저 수수료·MZ 유저 확보' 국내 호텔 영업 성공
구혜린 기자공개 2023-08-29 07:41:13
[편집자주]
팬데믹 기간이 막을 내리고 엔데믹 시대가 도래했다. 팬데믹 장기화로 여행산업 생태계가 무너진 가운데서도 서바이벌에 성공한 스타트업은 있었다. 성수기인 휴가 시즌을 맞아 여행 관련 스타트업은 움츠렸던 날개를 펴고 새롭게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더벨은 리오프닝 기대감에 부푼 여행업계 스타트업의 미래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5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팬데믹 시기 내국인의 해외 여행을 도왔던 여행사들은 모두 코너에 몰렸다. 트립비토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팬데믹 이전 매출 구성의 90% 이상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외국 여행) 호텔 중개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더욱 타격이 컸다. 고객들의 해외 호텔 예약 취소가 빗발치면서 잔고가 바닥이 났다.트립비토즈는 그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올 상반기 트립비토즈는 거래액 기준 야놀자, 여기어때를 잇는 국내 3위 OTA(Online Travel Agency) 플랫폼으로 우뚝 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창업 후 첫 역성장' 코로나19가 남긴 것
트립비토즈는 소위 '여행업 황금기'라 불리는 2017년 7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OTA로 손꼽히는 익스피디아 출신인 정지하 대표가 설립했다. 2013년 코넬대 대학원 재학 중 아이디어를 얻은 정 대표는 이를 4년 뒤 구체화했다. '오늘날의 여행자는 적극적인 마케터이므로 앞으로의 여행 플랫폼은 커머스와 커뮤니티 기능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플랫폼'이란 아이디어다.
트립비토즈는 독특한 컨셉트를 지닌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서비스의 차별점은 이용자가 숙박·여행 관련 콘텐츠를 만들면 이에 대한 대가(트릿캐시)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생생한 동영상 호텔 후기 및 여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과 트릿캐시가 짭잘하는 게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2019년 3분기부터 이용객이 확 늘기 시작했다.
창업 3년차 재앙처럼 찾아온 코로나19는 트립비토즈에 막대한 손실을 안겼다. 팬데믹 이전 매출 구성의 95%가 아웃바운드 호텔 중개로 이뤄져 있었던 탓이다. 트립비토즈의 비즈니스는 고객의 예약 시점부터 숙박비를 쥐고 있다가 실제 투숙이 이뤄지면 호텔에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당시 환불 조치로 인해 약 90%의 보유 현금을 잃었다.
선제적인 환불 조치에 나서면서 피해 규모가 확대되기도 했다. 당시 아웃바운드 여행사 및 항공사는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 예약 취소에 나서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트립비토즈는 약 17명의 직원이 일일이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이니 취소를 원하면 해드리겠다'고 안내했다. '환불 불가' 조건으로 예약됐던 건까지 포함해서다. 취소 건수가 총 7만건에 달했던 이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로운 판단이었다. 정지하 대표는 "(예약 취소 후) 나중에 해외 서드파티나 호텔들과 협의를 해서 취소금을 받아냈지만, 못 받아낸 것도 있다"며 "2020년 3월부터 처음으로 역성장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 당시에 소비자 친화적으로 환불 불가까지 빠르게 환불 처리를 하면서 진성 유저(이용자)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MZ 소비자 여기 다 있다' 국내 호텔에 어필
팬데믹 시기 트립비토즈는 국내 호텔 영업을 시작했다.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내국인의 내국 여행'으로 타깃을 전환했다. 당시 트립비토즈가 국내 호텔에 내세운 정책은 '수수료 9%'다. OTA는 고객과 호텔을 중개하며 수수료를 받는데 이를 업계 최저선으로 설정했다. 여행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호텔에겐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이로 인해 빠르게 국내 호텔을 확보하면서 재기의 기반을 다졌다.
트립비토즈가 2030세대 이용자를 꽉 쥐고 있다는 점도 호소력이 짙었다. 호텔은 OTA 플랫폼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므로 어떤 이용자가 플랫폼의 주 고객층인가를 중점적으로 본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5성급 호텔에서의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전유물이 됐다. 호텔 측에서는 젊은 이용자가 주인 트립비토즈와 계약할 이유가 충분했던 셈이다.
팬데믹 이전과 현재 트립비토즈의 객관적 수치 변화는 놀라운 수준이다. 트립비토즈가 대중에게 각인된 2019년 연간 거래액은 74억원이었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808억원, 올 상반기 거래액은 544억원 규모다. 매출액도 2019년 4억원에서 지난해 77억원, 올 상반기 53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역대 최초로 100억원의 매출액을 돌파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트립비토즈에겐 오히려 기회로 작용한 셈이다. 정 대표는 "2019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OTA의 평균 직원수는 100명에 달했다"며 "코로나19로 이 인력이 빠지면서 글로벌 자본과의 경쟁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급자 시장에서 2030 연령대의 바이럴(viral)을 일으키기 좋아하는 유저들이 모인 곳이란 점이 글로벌 OTA와의 변별력으로 작용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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