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금융은 지금]'외풍'에 취약한 수익구조…투자포트폴리오 다변화 과제③대출업 사실상 불가…채권·주식 등 유가증권 자산 80% 달해
김형석 기자공개 2023-09-06 07:14:46
[편집자주]
우체국은 1905년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국고수납대리점으로 역할을 시작해 이제는 보험과 예금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업으로 성장했다. 우체국금융은 공공성만 강조하다 부실로 금융 사업을 접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빠르게 자산 성장을 이뤄 이제는 우편사업을 지원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우체국금융은 자산운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출 없이 자본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우체국금융은 민간 금융사와의 경쟁, 자산의 운용 및 부실관리 등 난제 속에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우체국금융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0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체국금융이 운용하고 있는 자산은 140조원(예금·보험사업 총합)을 훌쩍 넘는다. 우체국금융의 경우 타 금융기관과 달리 원칙적으로 여신영업이 불가한 만큼 운용자산의 수익률의 중요성도 크다.하지만 최근 우체국금융의 수익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낮아진 운용자산수익률은 결국 당기순이익 악화로 이어져 우체국금융의 자체 독립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채권과 주식 의존도가 큰 현재의 운용 포트폴리오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체국금융은 지난해 자산운용수익률이 급격히 악화됐다. 우체국예금과 보험의 지난해 말 기준 2022년 누적 수익률은 각각 -0.53%, 1.23%를 기록했다. 이 기간 우체국예금과 보험이 지난해 감소한 운용수익은 각각 1조2000억원,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우체국금융의 수익률 악화의 결정적인 원인은 구조화채권 수익 감소다. 구조화채권이란 채권과 파생 상품을 결합해 만든 상품이다.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금리와 주식, 통화 등의 기초 자산과 연동해 결정한다.
이 상품은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역전이 안 될 때 투자자에게 쿠폰을 지급하지만 스프레드 역전 시에는 쿠폰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행자는 헤지비용이 증가한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수익률 악화는 예금·보험사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예금·보험 수지) 급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우체국의 예금사업 순이익은 349억원으로 전년(1조6260억원)의 5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 2021년 6268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보험사업의 경우 294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예금의 자기자본은 9조8298억원으로 전년(11조8720억원)보다 2조422억원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예금의 BIS비율 역시 전년 대비 2.73%포인트 하락한 19.59%를 기록했다.
우체국보험 역시 가용자본이 2조2865억원 감소하면서 지급여력(RBC)비율이 51.8%포인트 하락한 251.6%를 보였다. 당국의 권고치(BIS비율 8.0%, RBC비율 150%)는 모두 상회했지만 자산운용 수익률 하락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사실이다.
우체국금융의 수익률 전망은 올해도 희망적이지 않다. 올해 예금사업의 당기순이익은 연말 기준 299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사업은 1분기까지 37억원 소폭 흑자를 낸 이후 지속적으로 실적이 악화돼 연말 기준으로는 1689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우체국이 국내 유가증권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국채, 미국채 등 6개 지표를 변수로 시나리오 분석한 결과다.
2021년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체국보험은 지난 2021년 당기순이익이 전년(3770억원) 대비 2498억원(66%) 증가했었다. 이 기간 우체국예금 역시 전년 대비 4배 이상의 순익이 급상승했다.
우체국금융이 이 같은 외부 금융시장에 취약한 사업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원칙적으로 대출을 취급할 수 없는 한계 때문이다. 우체국금융은 우체국예금보험법에 따라 예금담보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출 업무나 신용카드업을 할 수 없는 만큼 자산운용을 유가증권 등 투자자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체국금융은 운용자산 대부분을 유가증권에 의지하고 있다. 우체국예금의 유가증권 자산 규모는 62조490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67.8%를 차지했다. 우체국보험의 유가증권 자산비중은 88.3%(56조2400억)으로 우체국예금보다도 높다. 이는 10% 수준인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KEB하나)과 대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영업이 불가한 우체국금융의 특성상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곧 우체국금융이 외부 투자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한 영업구조를 가질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우체국금융이 당장 대출영업 허용 등이 불가한 상황에서 보다 탄탄한 수익구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체투자와 기존 채권 투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의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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