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의 변신]시스템통합 전문기업에서 그룹 SDV 전략 핵심으로①SI사업으로 키운 역량 발판삼아 차량용 SW로… 현대차그룹 차량의 '두뇌' 개발
강용규 기자공개 2023-09-01 07:26:29
[편집자주]
자동차가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시대,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중책을 맡아 변신 중이다. 새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가운데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현대오토에버의 연구개발투자나 전문인력 확보 노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의 변신 과정과 앞으로의 전망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31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적인 전기차 전환의 바람은 단순히 차량의 동력원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뀌는 것을 넘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차량 내 전자장치들의 고도화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현대자동차그룹이 해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에 참가하는 것을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자동차는 하나의 전자제품으로 탈바꿈하고 있다.자동차가 전자제품이라면 이 하드웨어를 작동시키기 위한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 못지 않게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기계공학으로 움직이던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SDV)'로 산업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산업의 변화를 선도하면서 글로벌 시장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우선 그룹 내 여러 계열사에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2020년 12월, 그룹의 SI(시스템 통합) 계열사 현대오토에버가 전자제어부문 연구회사 현대오트론과 인포테인먼트 개발사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이 결의됐다. 이듬해 4월 이 합병안이 실행되면서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을 향한 현대오토에버의 변신이 시작됐다.
◇소프트웨어 '중책' 현대오토에버가 맡은 이유는
21세기 들어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은 생산과 관리 등 업무에 IT(정보기술)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여러 기업들을 보유한 기업집단들은 각 계열사들의 IT시스템 도입 과정에서 이 작업을 전담하는 SI회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현대차그룹도 2000년 오토에버닷컴을 설립해 그룹의 SI 업무를 맡겼다. 지금의 현대오토에버다. 이후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이 해외 자동차공장을 신설하거나 기존 공장의 생산시스템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일감을 받아 성장했다. 구축한 IT시스템의 유지보수 및 각종 데이터 관리까지 전담하며 소프트웨어 분야의 역량도 배양했다.
한편 2000년대 이후 자동차 전장 분야의 기술 성장이 본격화하며 자동차회사들은 완성차 생산뿐만 아니라 전자 관련 기술력까지 함께 요구받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한라그룹(현 HL그룹)의 카오디오 및 내비게이션 제조사 만도맵앤소프트를 인수해 현대엠엔소프트로 편입했다. 2012년에는 차량 제어기의 연구개발을 위해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2010년 후반 들어 자동차산업에서 전기차 전환이 본격화되며 자동차의 전자제품화도 더욱 빨라졌다. 전장제품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자율주행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단독으로 움직이는 제품이었던 자동차는 통신기능이 필요해지게 됐다.
예를 들면 내비게이션은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기능을 넘어 통신기능을 통해 도로 사정까지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장치로 달라졌다. 자율주행 역시 중앙 컨트롤타워와의 교신을 통해 작동하는 기술이다. 자동차의 통신기능을 상징하는 용어가 바로 '커넥티드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자는 통신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하며 시시각각으로 축적되는 대량의 데이터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최적의 사업자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이 아닌 현대오토에버 중심의 합병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차량SW, 현대오토에버 매출 성장세 이끌 '기대주'
현대오토에버는 이전까지 SI와 IT아웃소싱(ITO) 2개 사업부문을 보유하고 있었다. 여기에 2021년의 3사 합병으로 차량SW(소프트웨어)부문을 신설했다. 2023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현대오토에버의 차량SW부문은 전체 매출의 21.9%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았다.
SI부문과 ITO부문이 그룹 계열사의 수요에 대응하는 사업방식으로 제한적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것과 달리 차량SW부문은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전략과 맞물려 높은 성장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6월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는 2023년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행사를 통해 올해 3조원으로 예상되는 매출을 2027년 5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기간 차량SW부문의 매출이 6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2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현대오토에버 차량SW부문의 주력 소프트웨어는 전장용 소프트웨어의 표준구조인 오토사(AUTOSAR)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모빌진(Mobilgene)'이다. 현대차그룹 생산차량의 ADAS(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 작동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로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한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북미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70%, 유럽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60%가 모빌진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탑재율 추정치는 30%대다. 현대차그룹이 2025년 이후 전 차종의 SDV 전환을 계획하고 있어 현대오토에버의 모빌진 판매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비게이션용 소프트웨어 역시 현대오토에버 소프트웨어사업의 주요 제품이다. 현대오토에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판매 차량들 가운데 내비게이션 탑재차량의 비율이 2020년 37%에서 현대 50~60%대까지 높아졌다.
현대오토에버의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사업은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기술 고도화와 성장궤도를 같이 한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에 탑재된 지도 역시 더욱 정밀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자율주행차의 확산으로 2027년에는 현대차그룹 판매 차량들 중 내비게이션 탑재차량의 비율이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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