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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한독의 독립 10년, 분주한 새판짜기①오픈이노베이션 통한 퀀텀점프는 아직… 수익성 확보할 '한 방' 필요

최은수 기자공개 2023-09-13 12:51:50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1일 09: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년이면 설립 70년을 맞는 한독의 최대 화두는 '이미지 재정립'이다. 2012년 반 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다국적 제약사와의 합작을 끝낸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독만의 '색채'를 만들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내외에서 함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서기 후 '토탈 헬스케어'를 추구한 회사의 볼륨은 전체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내실까지 따라온 건 아니다보니 환골탈태, 즉 '퀀텀점프'로 평가하기엔 이르다.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답보했고 주력하던 오픈이노베이션은 아직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전통 제약사의 그늘을 벗지 못했다는 도전을 받는 점이 앞서 고민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전통 제약사의 틀, 제한적 R&D 투입 탈피할 '한 방' 필요

한독의 사업 구조 속엔 아직 '전통 제약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흔적이 남아 있다. 곧 상품 매출이다. 자체 개발이 아닌 외부 도입 형태로 매출을 내는 해당 사업의 매출액의 비중은 전체의 40% 가까이 차지한다.


홀로서기 10년을 맞은 작년을 기점으로 자체 제품 매출이 상품 비중을 크게 앞서기 시작했다. 제품 매출은 자체 개발이나 M&A로 확보한 품목을 통해 내는 수익이다. 올해 반기에도 제품 매출 비중이 상품 비중을 소폭 앞서면서 글로벌 빅파마가 개발한 치료제 판권을 확보해 국내에 공급해 매출을 내는 '만물상'의 이미지를 지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독은 합작 청산 이후 매출 측면에선 유의미한 성장을 이어왔다 .그러나 이를 '지속'하는 과정, 그리고 비전을 놓고 보면 대내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게 여기는 모습이다. 특히 문제는 그 다음, 즉 제품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만한 파이프라인이나 근시일 내에 상업화를 기대할 후속 제품이 분명치 않는 점이다.

회사의 볼륨을 늘리기 위해 최근 선택한 승부수 중 하나는 2020년 에자이의 아리셉트의 국내 제조·유통을 맡으며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에 발을 디딘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앞서의 '만물상' 사업 논리와 전법의 연장선이다. 새 시장 개척 니즈는 있지만 신약개발을 위한 R&D 투입을 늘리기엔 부담이 컸던 점이 이같은 판단의 기저에 있다는 뜻이다.

한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입 비율은 연간 5%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전체 업계 평균으로 살펴봐도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바치는 식의 R&D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 그러나 결국 회사의 미래 투자 움직임이 제한됐다는 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 만큼의 R&D를 투입할 기대주가 분명치 않았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당초 가장 개발 속도가 빨랐고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상업화에 주력하던 담도암 치료제 HD-B001A는 최근 임상시험신청계획(IND)을 자진 취하했다. 한독으로선 허가당국과의 의견 조정을 위한 숨고르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핵심 파이프라인이 후기 임상 길목에서 답보 상태에 들어섰다. 내부적인 변화와 혁신을 노리고 있음에도 일면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엑셀러레이터'까지 덧붙인 오픈이노베이션 사업, 관건은 가시적 성과 창출

한독 본체가 아닌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혁신의 씨앗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은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화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여전히 한독이 도입한 여러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쟁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한독이 온전한 홀로서기를 위해선 결국 이 외부 자원에 의지하는 구조를 탈피할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2021년 설립한 엑셀러레이터 이노큐브도 앞선 고민에 대한 결과물이다. 투자와 협업은 물론 '초기 기업 육성'으로 오픈이노베이션 범위를 확장한다는 의지다. 국내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트렌드를 선도해 왔는데 이 지점에서 다시금 차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마곡에 설립한 한독 퓨쳐 콤플렉스를 10년 넘게 이어진 '퀀텀점프'에 대한 고민을 끝낼 기폭제로 삼았다. 거점으로 공유 실험실을 마련하는 한편 최고과학자문위원회(SAB) 인력을 활용해 초기 기업을 육성을 목표로 한다.

SAB 멤버는 강창율 셀리드 대표,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박승범 스파크바이오파마 대표, 김범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 내과 교수, 김주한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정보학 교수, 신의철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등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그러나 지금껏 업계가 한독을 '전통 제약사'로 보는 고리와 결과론을 끊기 위해선 구체적 성과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독의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함축하는 키워드인 '제넥신'이 10년의 투자에도 아직 미생(未生)에 머무르는 점은 시장의 보수적인 시각과 평가의 기저에 자리해 있다.

한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혁신신약과 디지털헬스케어로 오픈이노베이션 분야를 확대하면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앞으로 한독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을 두고 고심하고 있으며 진정한 혁신과 성장을 위해 특히 안팎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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