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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한독의 도입 전략, '확장과 혁신' 병행 위한 묘수일까②몸집 두배 늘었지만 여전한 '중견제약사 딜레마'… 특화 품목 차별화 위한 비책

최은수 기자공개 2023-09-15 11:31:41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13일 13: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10년 전 홀로서기를 단행한 한독의 또 하나의 선택은 '확장'이었다. 2012년 3개에 불과했던 계열사는 약 10년 사이 5배로 늘었다. 매출 규모 또한 2배 이상 뛰면서 표면적으론 성공한 모습이다.

다만 그 이면엔 업계 평균을 밑도는 수준으로 낮아진 영업이익률, 그리고 높아진 부채비율이 자리해 있다. 후속 성장 전략을 혁신신약 R&D가 아닌 '상품 포트폴리오 도입'으로 꼽은 것도 중견 제약사급인 한독에겐 '최선의 대안'이란 쪽에 무게가 실린다.

◇10년의 변화+투자에도 벗어나지 못한 '중견제약사의 딜레마'

사노피와의 합작을 끝내기 직전인 2012년말 기준 한독은 3146억원의 매출액과 8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2012년 당시 전 업권은 리베이트 징벌제 도입과 맞물려 '비경상적'인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2011년 상황을 통해 반추한 분사 전 실질적인 한독의 규모는 약 3000억원의 매출액과 2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중견급 제약사 수준이다. 수익성 체력을 가늠하는 영업이익률은 2011년 기준 6.5%. 당시 매출 상위권 제약사들은 통상 5000억원 매출구간에서 갈렸고 상장 제약사들은 평균적으로 10%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중위권 매출의 중견제약사에서 홀로서기에 나선 약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모했을까. 한독은 규모 측면에선 매출 볼륨을 두 배 가까이(2022년말 기준 5366억원) 늘리는 데 성공했다.

국내외 계열사 저변도 넓혔다. 2011년 말 3개사(국내 2개·해외 1개)에 불과했던 계열사는 한독을 비롯해 제넥신, 툴젠 등 3개 상장사를 합해 16개사(국내 9개·해외 7개)로 늘어났다. 국내에서 이른 시기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성장전략을 겸비한 결과다.

외연만 놓고 보면 전반적인 성장곡선을 그리는 데 성공한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부적인 재무 상황을 살펴보면 작금의 한독이 가진 고뇌의 기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작년 말 한독의 영업이익률은 5.4%(매출액 5366억원, 영업이익 291억원). 여전히 상장 제약사 평균치(코스피+코스닥 상장 82개사 평균 9.7%)를 밑돌고 있다.

재무 안정을 가늠할 수 있는 부채비율은 2011년 46%으로 안정권에 있었다. 그러나 약 10년의 성장을 거친 작년말 한독의 부채비율은 120%, 올해 반기 119.3%를 기록하며 변화했다. 2011년 차입금의존도는 0%로 '무차입 경영'을 펴 왔지만 올해 반기엔 33.2%로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요지는 한독에게 변화의 10년이란 양적성장을 일구는 데는 충분했지만 내실까지 쌓기엔 부족한 기간이었다는 뜻"이라며 "성장은 정체되고 미래를 잡자니 체력은 부족한 상황에서 비슷한 매출 규모와 수익 구조를 보인 여타 중견 제약사가 겪은 딜레마가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0주년 맞춘 '리브랜딩'도 화두에… 변화 위한 각고의 노력 첫발은 '특화 전략'

한독은 양적 성장엔 성공했지만 경우에 따라 대대적인 리브랜딩까지 고려하는 등 여전히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 특히 내년 70주년은 '내실'에 대한 불만족을 해소할 확실한 키워드를 확립할 계획이다. 제품 도입이 대표적이다. 앞서 갈피를 잡기 어려운 중견제약사가 '현재'를 위해 선택할 대안 가운데선 최선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 도입 사업은 20세기 제약업으로의 회귀이자 근시안적이란 지적을 받는다. 허나 현재 한독의 재무 체력에서 R&D 투자에 전념하긴 쉽지 않다. 비슷한 체급의 일동제약이 결국 R&D 바이오텍 분사를 택했고 제일약품이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영업비용으로 고전하는 것도 고려한 모습이다. 결국 구태한 사업 모델이란 지적은 감내할 요량이다.

계속기업으로 남으면서 미래를 도모하는 장기 계획 안에 기존 희귀질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을 내놓은 점은 긍정 요인이다. 장기전에 해당하는 신약개발을 위한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재무적으로 차오르는 들숨을 해소할 재무 여력 확충이 급선무인데 이 실마리를 '특화' 전략에서 찾을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국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시장 연착륙이 꼽힌다. 업계에선 생소하고 독특한 적응증이지만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오리지널 제품 판권을 사들여 빠르게 사업 영역을 꾸렸다. 작년에만 50억원의 매출을 냈다.

한독 관계자는 "회사는 지속 성장을 위한 분야서 당뇨를 포함한 대사질환, 희귀질환 항암치료 시장을 낙점했다"며 "전사적으로 특화 사업의 중요도를 인식하고 지속적인 확장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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